사회

한 중소업체의 '명품 AS'

거듭난 삶 2015. 5. 4. 23:36
728x90



  •  

19년 된 시계 수리해주고 선물까지…한 중소업체의 '명품 AS'

  • 이병희 기자

    • 조선일보



    • 입력 : 2015.05.04 14:04

      “19년쯤 전에 산 시계인데 도금이 벗겨졌어요. 새로 도금을 할 수 있을까요?”

      경기 용인에 사는 회사원 손모(45)씨가 지난달 국내 시계업체인 ‘크리스챤모드시계’에 이런 문의를 했다. 20년 전에 생산돼 단종된 지 한참 지난 모델이었다. 손씨는 이유를 묻는 회사 측에 “연애할 때 아내에게 받은 선물인데 도금이 벗겨져 안타깝다”고 했다.

      도금을 위해선 제품을 상당 부분 분리해 도금해야 하는 상황.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 라인을 멈추고 이 제품 하나만을 위해 공장을 돌려야 했다. 회사로선 부담스런 결정. 그래도 회사는 애프터 서비스(AS)를 해주기로 했다. 수리비용도 따로 받지 않았다. 되레 자사 제품을 오래 써 줘 고맙다며 새 시계 하나를 덤으로 선물했다.
      
	크리스챤모드시계가 최근 수리해준 고객 손모씨의 19년 된 시계(왼쪽). 손씨 부인이 결혼 전 선물한 시계라고 한다. 오른쪽은 자사 시계를 오래 써줘 고맙다며 회사 측이 손씨에게 선물한 여성용 시계다.
      크리스챤모드시계가 최근 수리해준 고객 손모씨의 19년 된 시계(왼쪽). 손씨 부인이 결혼 전 선물한 시계라고 한다. 오른쪽은 자사 시계를 오래 써줘 고맙다며 회사 측이 손씨에게 선물한 여성용 시계다.
      손씨는 고마운 마음에 지난 1일 이 사연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고객 탓으로 돌리며 AS를 거부하는 업체들과 너무 비교된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손씨는 전화 통화에서 “수리비가 적어도 10만원 정도는 나올 줄 알았는데, 이런 호의를 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손씨가 수리를 의뢰한 시계 모델명은 CM88114. CM은 회사이름인 크리스챤모드를, 숫자 88은 남자를 뜻하는 번호다. 약 20년 전 생산한 제품인데, 18K 금을 이용해 예물용으로 만든 시계다. 손씨는 “결혼 예물은 아니었지만 20년 간 쭉 차던거라 애착이 있는 시계”라고 했다.

      회사에 따르면 당시 제품 가격은 정확한 정보가 없어 파악할 수 없지만 64만원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우리 제품에 애정을 갖고 사용하신 고객이어서 고마운 마음에 서비스를 해드리기로 했다”며 “우리 제품을 선택해주신 분이 고객 부인이란 말을 듣고 여성용 시계를 한 점 더 드린 것”이라고 했다. 다만 “회사 측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해드리는 건 매우 이례적인 경우여서 다른 분들께도 똑같이 해드릴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 회사는 작년 기준 매출이 92억원 수준인 중소업체다.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때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 상당수가 철수해 타격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CM88114 같은 예물용 시계는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해외 유명 브랜드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면서 주력 제품을 패션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북한 개성공단과 국내에서 시계 부품을 생산하는데, 고가 제품보다는 중저가형 제품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AS만큼은 어느 대기업보다 낫다는 말을 듣고 있다. 네티즌들은 “자국소비자를 ‘호갱’(호구 고객)으로 알면서 AS는 형편없는 업체들과 비교된다” “AS 해주면서 중고부품을 활용하는 애플보다 훨씬 낫다”고 말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