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古稀)를 넘긴 이모(74)씨는 서울 광화문에 젊은 시절 사진을 묻어두기로 했다. 청년기 사진 다섯 장과 중년을 넘긴 모습을 담은 네 장이다. 10년 뒤, 팔순을 넘긴 그 때 다시 볼 생각이다.
왜?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고 가수가 되고 싶었다. 세월이 한스러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한(恨)은 추억이 되었고, 이제 추억은 10년을 더 기다린다.
또 다른 이모씨는 지금 교도소에 있다. 한때 그릇된 길로 빠진 회한이 크다. 그는 광화문에 10년 뒤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묻는다. “나는 자동차 정비사가 꿈이다. 10년 뒤 나는 반드시 맑고 밝은 사람이 되어 있기로 맹세한다.”
김모(17)군은 고등학생이다. 김군은 “미래에 태어나 있을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겠다”며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쓴 일기장 아홉 권을 도심 한가운데에 봉인하기로 했다. 봉인이 풀리는 때는 10년 뒤 2020년이다.
쌍둥이 딸, 그리고 쌍둥이 외손녀를 둔 한 오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 아이들이 여고생이 되면 나는 세상에 없겠지. 하지만 아이들이 그때가 되면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는 손녀들 돌잔치 때 직접 만든 사진첩과 시집을 땅에 묻는다. 아이들이 여고생이 되는 2020년이면 할아버지의 옛 선물은 다시 미래로 배달된다.
조선일보가 제작중인 ‘조선일보 90년 타임캡슐’로 배달된 미래로의 편지들이다. 광화문과 지척인 서울 태평로에 묻게 될 타임캡슐은 10년 뒤인 2020년에 개봉된다. 짧은 미래, 그래서 추억의 주인들이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과거 그리고 미래다.
유언장, 갓 결혼한 딸의 결혼식 사진, 먼저 떠난 친지에 대한 그리움, 연인과의 약속 같은 진지한 메시지부터 금연, 금주 선언 같은 ‘10년 뒤’라는 배수진(背水陣)이 필요한 개인적인 다짐까지 다양한 사연이 캡슐에 봉인된다.
또 대한민국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미래 예측과 10년 뒤 미래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함께 봉인할 예정이다. 성별과 나이, 지역과 경험을 초월한 ‘우리 시대의 모든 것’이 평등하게 도심에서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게 된다.
한글 자모를 새긴 기념비 형태로 제작되는 타임캡슐 제목은 ‘10년의 기억’이다. 설치 장소는 ‘걷고 싶은 길’ 가운데 하나인 서울 조선일보미술관 앞 잔디밭이다. 오는 3월 5일에 빗장을 걸고, 2020년 3월 5일에 봉인을 푼다. 10년의 기억에 참여하는 마감은 2월 19일이다.
▲설치 날짜 및 장소 : 2010년 3월 5일 조선일보사 편집동 앞 잔디마당
▲개봉 날짜 : 2020년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일
▲접수마감 : 2010년 2월 19일까지(당일 우체국 소인분 포함)
▲접수방법 : 등기우편, 택배
▲접수규격 : 가로 10cm, 세로 10cm, 높이 5cm 이내. 사진, 편지, 원고 등은 서류봉투도 가능. 간략한 설명을 함께 보내주십시오.
▲선정 : 부패 및 변질 우려가 있는 물품 선별을 위해 본사가 일차 개봉하되 대외 공개는 하지 않습니다. 채택된 400명께는 10년 봉인 증명서를 드립니다. 채택되지 않은 접수품은 돌려 드립니다.
▲참고 : ①기록사항은 손으로 직접 적어주십시오. ②성명, 주소, 연락처, 이메일, 연령을 표기하십시오.
▲접수처 : (우 100-756) 서울 중구 태평로1가 61번지 조선일보사 문화사업단 타임캡슐 사무국
▲문의 : (02)724-6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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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개봉할 타임캡슐에 들어갈 사연들
입력 : 20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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