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오클랜드에서는 20년 넘게 매일 같이 길거리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담배나 푼돈을 구걸해오다 숨진 한 여성의 장례식에 정장을 차려입은 신사 숙녀와 10대 청소년 등 수 백여 명의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 정중한 애도를 표시했다고 뉴질랜드 언론들이 4일 전했다.
언론들은 오클랜드 도심 유흥가인 '카랑가하페 로드'에서 성도 없이 '마거릿'이라는 이름 하나로만 불려온 이 여성(62)이 지난 달 25일 집에서 잠을 자다 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3일 오클랜드 시내의 한 침례교회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놀랍게도 수백 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그를 마음속으로부터 추모했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이날 장례식은 소나무로 만든 관에 꽃다발 하나가 놓여 있고 그 곁에 옷걸이에 걸린 커다란 털 코트와 와인 1병, 담배 한 갑이 단정하게 놓여있는 가운데 고전 음악이 흐르며 시작됐다며 그러나 감동적인 것은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여성을 보내는 자리에 수많은 시민들이 나와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장례식에서 마거릿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이 교회 전직 담임목사인 마조리 깁슨은 참석자들에게 서로 남남이지만 마거릿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는 기회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동생인 줄리 쿡은 조사를 통해 자라면서 많은 삶의 고통을 맛보았던 언니에 대해 애틋한 정회를 느낀다며 "언니는 부서진 영혼이었지만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많은 시민들은 마거릿이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며 작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거릿은 무려 20년 넘게 카랑가하페 로드나 인근 폰슨비 로드 등의 길거리 벤치를 지키며 담배나 버스비를 구걸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친구가 됐고 이 지역의 유명 인사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카랑가하페 로드의 한 접객업소 매니저는 마거릿의 개인 신상과 그가 어떻게 길거리 여자가 됐는지 등에 관한 얘기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며 그중 하나는 그가 모델이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패션모델이었는데 남편과 자녀가 죽은 뒤 우울증에 빠졌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마거릿을 15년 동안 알고 지내온 사업가 그레이엄 러셀은 그의 이름은 리타로 무용수였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러셀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집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서 그의 집을 가보았는데 집의 벽에는 온통 멋진 드레스와 젊은 시절에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면서 무용 신발을 신고 있는 사진도 본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러셀은 그를 최근에 본 것은 지난 달 21일로 그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함께 피운 게 마지막이 됐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그가 자주 앉아 있던 벤치들 중 하나에 조각을 만들어 놓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koh@yna.co.kr
'지구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강아지를 구한 멋진 청년 - 감동 사진들 (0) | 2011.11.13 |
---|---|
유럽의 K Pop 열기 (0) | 2011.06.11 |
공짜로 빵 나눠주는 빵집 주인 (0) | 2011.03.13 |
지구촌‘바이러스의 습격 (0) | 2011.01.06 |
일본 젊은층 “해외 가기" 싫다 (0) | 2010.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