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중국 기업이 입성했다’.
지난해 8월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현지언론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타임스스퀘어 광고판 입성을 비중 있게 다뤘다. 타임스스퀘어 북쪽 한복판 투 타임스스퀘어(Two Times Square) 건물 HSBC은행 자리에 신화통신이 들어선 것이다. 신화통신은 아예 퀸스에 있던 미주본사를 맨해튼으로 옮기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언론이 타임스스퀘어 옥외광고판 판도에 예민했던 건 이곳이 글로벌기업의 부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쟁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타임스스퀘어에서 광고료가 가장 비싼 노른자위는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가 교차하는 남쪽 원 타임스스퀘어(One Times Square) 건물이다. 타임스스퀘어를 남북으로 가르는 7번 애비뉴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일방통행이다 보니 직진하는 차량이 정면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월 임대료가 30만~40만 달러에 달한다. 중도 해약은 불가능한데 딱 한 가지 예외가 파산했을 때다. 그런데 정작 이 건물엔 3층까지만 입주자가 있고 나머지는 텅 비어 있다. 광고판이 외벽을 뒤덮다 보니 창문을 낼 수 없어서다.
1980년대 이 건물엔 소니·미놀타·후지·JVC·니신푸드와 같은 일본 기업이 미국 기업을 밀어내고 잇따라 진출했다. 그러나 이후 제자리를 지켜낸 건 소니 한 곳뿐이다. 2008년 이후엔 자리 바뀜이 더 잦았다. 일본 라면회사를 몰아낸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가 장기 집권하는가 싶었으나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물러난 뒤 기아차가 4개월 동안 임시로 세를 들었다. 그러나 이내 미국 던킨 도너츠가 치고 들어왔다. 던킨 도너츠는 미국 경기 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사업을 확장해 마침내 타임스스퀘어에 데뷔했다.
맞은편 투 타임스스퀘어 건물에도 변화가 많았다. GM 폰티액이 있던 자리엔 2009년 현대자동차가 들어섰다. 각각 91년과 92년 진출한 LG와 삼성은 2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가 가세해 한국 기업은 네 곳으로 늘었다. 그나마 미국 기업으론 80년째 건재한 코카콜라가 체면을 유지했다. 미국 보험회사 푸르덴셜도 투 타임스스퀘어 건물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굳혔다.
광고판도 진화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광고판의 대부분은 네온사인이었다. 원과 투 타임스스퀘어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회사 셔우드의 브라이언 터너(Bryan Turner) 대표는 “지금은 옥외광고판의 95%가 LED로 대체됐다”며 “조명효과는 네온사인보다 다소 약하지만 광고내용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심지어 외국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위성으로 생중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문을 연 교포기업 포에버21은 관광객의 모습을 전광판에 비춰주는 쌍방향 광고판을 선보여 타임스스퀘어의 명물로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