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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푹 빠져서

거듭난 삶 2015. 6. 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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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5.28 17:00

    온라인 한류 잡지 〈ATK〉 편집장 신디 지머(Cindy Zimmer)





    영문 온라인 잡지인 〈ATK(All Things Korean, http://atkmagazine.com)〉는 한류와 한국 음식을 주로 다룬다. 북미 지역에서도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면서 〈ATK〉의 조회 수도 해마다 증가, 지금은 연간 15만 뷰(view)가 넘는다. 

    잡지를 만든 사람은 캐나다인인 신디 지머씨. 한류 열성팬임을 자처하는 그는 자신처럼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북미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잡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북미 지역에서 진행되는 한류 관련 행사를 일일이 취재해 소개하는 한편, 공연에 참가한 가수 인터뷰, 최근 상영된 영화나 드라마 후기 등 한류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생생하게 전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신인 그가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된 것은 2005년. 당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던 그는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1년간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캐나다로 돌아왔지만 ‘한국이 너무 그리워’ 다시 떠나 한국에서 2년을 더 머물렀다. 3년간의 한국 생활은 그를 ‘반(半) 한국인’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여름 미국 LA에서 열린 대규모 한류행사 〈KCON〉에 패널로 참석한 모습.
    “한국에 살면서 캐나다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제 근황을 알려주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워낙 한국 문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마, 영화, 음악, 공연, 음식, 여행 같은 얘기들을 주로 쓰게 됐지요. 캐나다로 돌아온 후에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어요. 여기서도 한류 관련 행사가 많이 열리는데, 대부분 한국어로 되어 있어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게 많이 아쉬웠지요. 

    그런 정보들을 제 블로그에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방문자 수가 점점 늘었어요. 

    더 전문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2011년에 웹사이트로 전환했고, 2년 전 〈ATK〉라는 제호를 단 정식 웹진으로 만들었지요. 최근 몇 년 새 조회 수가 급증한 걸 보면 북미 지역에서도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잡지를 만든 목적이기도 하고요.”







    ‘캐네디언이 만드는 한식’이라는 콘셉트의 요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대학에서 마케팅을, 대학원에서 펀드레이징(Fundraising, 기금 모금)을 전공한 그는 현재 토론토 소재 비영리 단체에서 기금 모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회사에 매여 있어 퇴근 후나 주말을 이용해 〈ATK〉를 만든다. 공연이나 행사가 있을 때는 휴가를 내고 자비를 들여 다녀온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영문 한류 잡지가 드문 현실을 감안하면 〈ATK〉의 비중은 적지 않다. 이제 그는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한류 관련 행사에 당당히 정식 미디어로 초대되고, 무대에 선 가수나 배우의 인터뷰 기회도 얻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KCON)〉 행사에 패널로 초대되는 영광을 안았어요. 〈케이콘〉은 한국의 CJ E&M이 한류 콘텐츠를 전 세계에 확장하기 위해 만든 최대 규모의 행사라고 들었습니다. 북미 주요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었죠. 그 자리에 〈ATK〉 편집장 자격으로 참석해 한류의 뜨거운 열기를 현장에서 직접 느낀다는 게 꿈만 같았어요. 이런 자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에요.”


    ‘캐네디언이 만드는 한식’으로 인기몰이







    그가 직접 만든 비빔국수.
    잡지를 만드는 일 외에도 그는 캐나다 지역 방송국에서 〈케네디언 된장(Canadian Doenjang)〉이라는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인 친구와 재미 삼아 유튜브에 올린 한식 요리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방송국으로부터 ‘정식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은 것. 지난해 초 시작해 매달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데, 현재 15가지 요리를 만들었다. 

    “순전히 제 방식으로 만든 ‘캐네디언 한식’이에요. 한국에 살 때 한식을 좋아해서 한국인 친구들에게 조리법을 많이 물어봤어요. 그런데 같은 음식이어도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고, 양념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물으면 ‘약간’ ‘적당히’ 이런 식으로 말해주니 계량하기가 어려웠어요. 결국 기본 조리법만 익히고 나머지는 제 나름의 방법으로 만들었지요. 여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캐나다인·미국인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주로 만듭니다. 한류 바람과 함께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반응이 좋습니다.”

    최근 그가 방송을 통해 소개한 음식은 감자탕. “한국에 살 때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즐겨 먹었다”며, “등뼈가 익숙지 않은 북미 지역 사람들을 위해 ‘뼈 없는 감자탕(Boneless gamjatang)’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디표 감자탕’은 등뼈 대신 기름기가 적고 두툼한 돼지 목살에 감자, 배춧잎, 깻잎, 버섯, 고추,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과 생강 등을 넣고 소금과 액젓(fish sauce)으로 간해 만든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소주를 넣는 게 좋다는 친절한 조언도 곁들였다.







    신디 지머씨는 젓가락질도 능숙하고 매운 한식도 즐겨 먹는다.
    한식 이야기가 나오자 인터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마침 그를 만난 곳도 토론토 한인타운에 있는 한국 음식점이었다.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초급을 겨우 벗어난 수준”이라고 밝힌 그는 “그나마도 대부분이 요리, 음식과 관련된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주문한 순두부찌개가 나오자 국물이 펄펄 끓고 있는 뚝배기 안에 날계란을 톡 깨뜨려 넣었다. 서양인이 어려워한다는 젓가락질도 무척 능숙했다. “엄마가 요리를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음식 만드는 걸 많이 배웠다”는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친구들을 불러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잡지, 요리 프로그램 외에도 토론토에서 종종 열리는 김치 만들기 대회의 심사를 맡고 있고, 4월에 있을 한식경연대회에서도 심사위원석에 앉는다. 토론토에 있는 ‘코리안아메리칸필름(TKFF)’ 이사진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도 참여하는 등 그는 이제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한류 전문가’가 되었다. 

    “최근 캐나다 주류 매체에서도 한국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자주 다루는 걸 보면 확실히 북미에서의 한류 성장세를 실감한다”는 그는 “〈ATK〉도 한류 확산에 한몫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