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환경소재공학과의 이선영 박사팀은 알루미늄보다 4배, 금보다 최대 2배 인장 강도가 좋은 수퍼종이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인장 강도는 물질을 어느 정도로 잡아 늘여야 끊어지는지를 나타내는 힘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수퍼종이를 잡아 끊어뜨리려면 알루미늄이나 금보다 많은 힘을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박사팀은 종이의 원료인 셀룰로오스를 잘게 부셔 20~4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 셀룰로오스를 만들었다. 셀룰로오스의 크기가 작다 보니 표면적이 커져서 서로 달라붙는 힘이 강해지고, 최종적으로 종이 전체의 강도가 커졌다.
수퍼종이는 산업현장 곳곳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2차 전지의 핵심인 리튬전지에 수퍼종이가 사용될 수 있다. 리튬전지를 충전시킬 때 음극과 양극이 서로 연결되는 합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리막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수퍼종이가 활용될 수 있다.
이 박사는 "기존의 분리막은 주로 플라스틱 물질이 사용됐는데 리튬전지 가격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싸다"며 "수퍼종이가 리튬전지의 가격을 낮추는 새로운 대체 물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퍼종이는 건축 자재에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수퍼종이의 분자 크기가 물은 차단하고 공기는 통과시킬 수 있는 적당한 크기이기 때문이다. 건축 자재로 수퍼종이가 쓰이면 습기는 막고 공기는 들여보내는 첨단 건축공법이 가능해진다.
이번에 개발된 수퍼종이는 일체의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아 제조 공정에서 오염 물질을 추가 발생시키지 않는다. 이 박사는 "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리튬전지용 수퍼종이를 개발해 지난달 관련 기술을 특허로 출원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