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길리차 마을 사람들은 다 '이런 식'이었다. 인구 600명 중 80세 이상이 60여명, 60세 이상은 400여 명인 이곳에는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은 당연히 없고, 택시나 개인소유 자동차도 거의 없었다. 병원·약국과 같은 의료시설도 없다. 울창한 산기슭에 자리 잡은 마을엔 우선 환자가 드물고, "병이 나도 소금을 푼 물로 자주 목을 헹궈 주고 다리를 따뜻하게 하면서 낫기를 기다린다"고 '마을 젊은이'에 끼는 시카 크레마나로바(Kremanarova·60)씨는 말했다. 밭에서 따 온 감자나 콩, 집에서 키우는 소·양젖으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마을엔 대중음식점도 없다.
- ▲ 불가리아의 장수 마을 모길리차에 사는 마흐무트 라코프(90)와 아시야 라코프 (85) 부부. 결혼 65년차인 이 부부는 건강과 장수의 비결을“소박한 음식과 규 칙적인 생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스몰린(불가리아)=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마침 라코프 할아버지의 아내 아시야(Asiya· 85) 할머니가 준비한 저녁 식탁에는, 직접 소젖을 짜서 만든 우유 1, 2잔이 달랑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우린 아주 오래전부터 이렇게 먹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절대 과식을 하지 않는 부부가 식사 외에 틈날 때마다 유일하게 입에 대는 음식은 직접 만든 요구르트. 할아버지는 "둘이서 일주일에 6㎏ 넘게 마신다"고 말했다.
마을의 '사교 클럽'인 동사무소 건물에서 만난 이들의 생활도 단순했다. 키 작은 테이블 몇 개가 놓인 20㎡ 안팎의 공간에서 함께 신문을 보고 얘기를 나눈다. 모하메드 콜리바레프(Kolibarev·72) 할아버지는 "우리는 농사일이 곧 운동"이라며, "우린 정말 운동 열심히 하며 살았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당뇨병' '고혈압' 같은 성인병 얘기를 묻자, '맥도날드' 'KFC' 같은 패스트푸드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그게 도대체 뭐냐?'는 표정을 지었다.
100세를 코앞에 둔 노인이 3명 사는 스밀란 마을엔 이밖에 또 하나 장수 비결이 있었다. 스밀란의 평균 연령은 50세 전후로, 다른 장수 마을보다 매우 낮았다.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 층이 많기 때문이다. 약 2000명의 주민 중에서 0~15세 인구가 300여 명으로, 60세 이상 인구와 같았다. 사피딘 치코티프(Chikurteff·44) 마을회장은 "우리는 유럽에선 아주 드물게 다 큰 자녀가 나이 든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전통이 있어요. 가족 간 대화와 애정이 노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