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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영화 - 샤인 속의 아름다운 클래식들...

거듭난 삶 2010. 1. 1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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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e... 클래식이 흐르는 영화

감독 : Scott Hicks

Geoffrey Rush

Justin Braine

Lynn Redgrave

Noah Taylor

Armin Mueller Stahl

 

 
 

1946년 데이빗 헬프갓(David Helfgott)은 호주의 멜버른에서 태어났다. 데이빗의 아버지 피터 헬프갓은 독선적이며 엄격하다. 그는 아들을 피아니스트로 대성시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하지만 피터가 데이빗을 피아니스트로 성공시키려고 하는 데는 피터 자신의 꿈이 피터의 아버지로 인해 좌절되었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아버지만 없었다면' 그는 지금쯤 바이올리니스트로 명성을 얻었을 것이다. 이런 아버지에게 맺힌 원한은 아들 데이빗에게 또 다른 형식으로 '아버지' 강박 관념을 심어준다. 피터는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아버지의 환영에 시달렸고, 데이빗을 대성시키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전이된 욕망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런 아집이 데이빗의 전도 양양한 앞길에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A. Vivaldi  Nulla in Mundo Pax Sincera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칸타타RV 630

데이빗은 자신의 아버지와는 또 다른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유명한 여류 작가 캐더린의 아버지이다. 캐더린의 아버지는 그녀의 살부욕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끈 사람이다. 서재에 묻혀서 책과 저술에만 빠져 사는 아버지가 미워서 캐더린은 일부러 잉크를 엎질러 아버지의 원고를 망쳐 놓는다. 그리고 아버지가 언제나 그랬듯이 그녀는 "지금 나는 저술 중입니다."라고 응수한다. 캐더린의 아버지는 그녀를 감격스럽게 끌어안았고, 그녀는 그때부터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 대비되는 두 아버지의 상이 데이빗의 생애에 영원히 맞닿을 수 없는 평행선으로 존재하게 되고 그 두 선을 넘나드는 위태로운 인생이 그에게 시작된다. 데이빗의 첫 살부행위는 영국 왕립음악원 행으로 나타난다. 데이빗은 인생은 냉혹한 것이고, 음악만이 영원한 친구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왕립음악원에서 데이빗은 라흐마니노프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라흐마니노프(S. Rachmaninoff)의 <피아노 협주곡 3번(Piano concerto No. 3, Op.30)>을 실연하여 기립 박수까지 받았다는 외팔이 교수 세실 팍스에게 '천재의 광기'를 인정 받아 사사 받을 수 있는 영광을 누린다.

1악장 Allegro ma non troppo

그러나 영국에서조차도 아버지의 멍에에서 그는 자유롭지 못하다. 바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이 그에게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는 메이저 콘서트 참가곡으로 그 곡을 선택하고, 팍스 교수의 기교와 탁월한 해석을 바탕으로 콘서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끈질긴 지배에서 벗어나 영혼의 자유로움을 획득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족과의 단절, 자신을 위해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과 성공에의 압박감으로 그는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결국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억수같은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미치광이가 술집 'Moby'를 찾아와 횡설수설한다. 그가 묵는 곳은 근처의 여인숙이다. 그 미치광이가 바로 한 때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데이빗 헬프갓으로 고향으로 돌아왔건만 쫓겨났던 집으로 가지 못하고 낙원을 모방한 여인숙에 묵고 있던 것이다. 다행히 그의 피아노 실력을 인정한 술집 주인 실비아는 그에게 숙식과 함께 연주할 장소를 마련해준다. 그는 그곳에서 클래식의 피아노 소품들을 연주하면서 술 취한 청중들을 압도시킨다. 이 일은 곧 신문에 보도가 되고, 이를 본 아버지가 데이빗을 찾아온다. 데이빗의 두 번째 살부행위는 캐더린이 그랬듯 '인생은 냉혹하지만 음악만은 영원한 친구'라는 아버지의 말을 되받아 치며 집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한다. 이제 금단의 열매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첫 출발을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를 품에 안아 허튼 출발에 출발신호를 보낼 만큼 자비로운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헌신적인 여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첫눈에 데이비드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데이빗이 꿈에 그리던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도와준다. 청중들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가 비치고 실로 '아버지를 죽이고 싶은 욕망'이라는 금기의 벽이 깨지고 그 자리로 한 인간의 승리가 자리잡는 순간이다. 이로써 각자 내부 깊숙이 숨겨두고 있던 관객들의 살부욕망도 소멸되면서 그와 함께 승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 피아니스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다룸에 있어서 음악은 필수적인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심리상태에 따라 다양한 곡들이 삽입되었다.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의 글로리아(Gloria) 중 <세상엔 진실한 평화 없어라(Nulla in mundo pax sincera)>는 비발디 세속 칸타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데,한 피아니스트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다룸에 있어서 음악은 필수적인 것이다. 곡의 평온한 분위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일요일 아침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곡이다.

대지의 모든 사물을 깨우는 듯 한 바이올린의 선율,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소프라노 성부가 자아내는 평온함에 감동 받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발디의 이 곡은 기막힌 선곡이다. '아픔이 없다면,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라는 가사가 말해주듯이, 데이빗 헬프갓의 삶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아픔이 씻어지는 느낌까지 받게 하였다. 비발디의 칸타타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의 음반은 그다지 흔한 앨범이 아니다. 하지만 엠마 커크비(E. Kirkby)의 음반은 더 이상 훌륭한 음반을 찾기 힘들만큼 뛰어나다. 비브라토를 거의 쓰지 않은 커크비의 청아한 목소리는 작품의 평온함을 훌륭하게 살려내고 있다. 호그우드(C. Hogwood)가 이끄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Academy of Ancient Music)의 연주 또한 일품인데,단정한 반주는 커크비의 목소리와 잘 들어맞는다. 

영화 전반에 걸쳐 흐르는<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피아노 협주곡 3번(Piano concerto No. 3, Op. 30)>. 라흐마니노프는 낭만시대까지의 정통적인 서법에 기초하여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특히 피아노 협주곡에서 거둔 업적은 생전에 작곡가로서의 확고한 지지 기반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화려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후기 낭만주의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비속한 센티멘탈리즘을 표현한 살롱음악 작곡가로 오랫동안 평가절하 되기도 했다. 또한 음악이 너무 보수적이라든가 시대 착오적이라는 말을 듣는 일도 적지 않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알 수 있듯이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라흐마니노프는 1943년까지 살았지만, 작품의 경향으로는 19세기적인 낭만주의에 머무르고 있다. 2살 위인 스크랴빈(A. N. Skriabin)이나 1살 아래인 쇤베르크(A. Schonberg)와 같이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기미도 볼 수 없다. 시종일관 흘러간 옛날의 향수를 노래하였던 것인데, 그 점이 현대 작곡가로는 보기 드문 대중성을 갖게 된 이유인 것 같다. 

Piano concerto No. 2, Op.18 전곡감상

라흐마니노프는 4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남겼는데, '피아노 협주곡 2번(Piano concerto No. 2, Op. 18)과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Rhapsody on a Theme by Paganini, Op. 43)는 영화의 주제음악과 팝으로 빈번하게 편곡될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협주곡 3번은 2번에 가려 인기를 못 누리고 있었지만, 이 영화로 인해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 것이다.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쓰기 2년 전쯤부터 심한 노이로제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Rhapsody on a Theme by Paganini, Op. 43

만약, 라흐마니노프의 팬이었던 정신과 의사가 없었다면 30세의 나이로 폐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내용과 일치하는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이 곡은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부분이 많아 독주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난해한 곡이다. 일설에는 라흐마니노프가 2번 보다 3번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 곡을 들을 수 있는 음반은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녹음한 음반부터 호로비츠, 베르만, 아르헤리치와 최근의 질버스타인과 키신의 연주 앨범이 있다.

하지만 밀란 호르바트(Milan Horbatt) 지휘의 코펜하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openhagen Philharmonic Orchestra)와 영화의 주인공 데이빗 헬프갓(David Helpgott)의 연주 음반을 들어보는 것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이 음반에 대한 평가는 양분화 되어있다. 영화 <샤인>에 의해 헬프갓은 최고 인기의 피아니스트의 한 사람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정도의 극적이었던 삶만큼 화려하고 신비로운 실력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과 함께 기본을 갖춘 수준급의 피아니스트인 것이다. '실력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는 피아니스트'라는 평가이다. 그리고 '거품을 넘지 못한 헬프갓의 인기의 한계이다'라는 평가이다. 단적으로 말해 헬프갓의 연주는 지극히 평범하다. 영화 덕분에 우리에게 전혀 무명이던 한 피아니스트에 대해 깊이 알게 된 것은 행운이지만, 상업적인 거품을 걷어낼 필요는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Bernard Haitink) 지휘의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Concertgebouw Orchestra)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의 연주 음반을 좋아한다. 관현악단과의 친밀한 융화력은 떨어지지만 피아노 파트에 독자적인 개성과 자발성이 강조되어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아쉬케나지 특유의 따스한 감정의 풍부함과 느긋하게 노래하는 선율의 아름다움이 전체 악장을 지배한다.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 앨범에는 34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쇼팽(F. Chopin)의 피아노곡으로는 폴로네이즈(The Polonaise, Op. 53), 전주곡 15번(Prelude No. 15, Op. 28) 

The Polonaise, Op. 53

Prelude No. 15, Op. 28

슈만(R. schumann)의 어린이 정경(Scenes from childhood)중 '너무도 진지하게(Almost too serious)' 

리스트(F. Listz)의 피아노 곡으로는 헝가리 광시곡 2번(Hungarian Rhapsody No. 2),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와 탄식(Sospiro)

Hungarian Rhapsody No. 2

La Campanella 

림스키 코르사코프(Rimsky Korsakov)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품들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데이빗 헬프갓의 해석을 재현하고, 오리지널 악보를 만드는 데에는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이었던 데이빗 허쉬펠더의 역할이 매우 컸으며, 그의 곡들도 적재 적소에 삽입되어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 영화는 호주의 뛰어난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의 생애를 다룬 영화이다. 관객들의 기호에 맞는 스타를 발굴하기 위해 고심하던 제작자나 매니지먼트 기업들은 '신동'이라는 구경거리를 만들어 관객들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들은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천재의 이야기를 찾아냈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헬프갓이다. 그의 일생에 관한 과장되었을지 모르는 영화 줄거리 덕분에 헬프갓은 하루아침에 유명해졌고, 우리 나라에서도 음반 판매량이 상당해진 인기인이 되었다. 이런 허리우드식 상술이 찜찜하기는 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한 눈 팔지 못하게 하는 매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사회적 가치를 향한 불만을 해소할 방법을 찾지 못해 갈등하는 데이빗의 고뇌는 반감되어 버리고 마는 아쉬움을 남긴다. 헬프갓과 같은 예술가, 병든 이는 우리 사회에 아무런 필요가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의 인생, 그의 아픔은 적자생존이라는 비정한 현대 사회의 원칙에 대해 엄숙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아버지의 포옹을 애타게 바라는 자신의 모습처럼 따스한 사랑에 굶주려 있는 우리 사회의 병을 알려주는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또한 그의 삶을 접하게 되는 우리에겐 치유자인 것이다. 나약한 사람, 병든 사람은 그 사회의 병을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병들어 가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예언자이다. 지금 아파하고 있다면 '아픔이 없으면 세상엔 진실한 평화 없어라'라는 비발디의 메시지를 기억하자. 오딧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와 殺父(살부)욕망은 인류 문명사에 중요한 모티브였다. 스코트 힉스 감독의 영화 <샤인>은 이러한 살부욕망의 변주된,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이미지의 패러디로 읽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아버지'는 기존의 질서, 제도, 종교, 가치규범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http://www.batang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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