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26 03:18 | 수정 : 2011.11.26 09:43
운전면허 외국인 응시 급증 - 작년 시험본 사람 2만명, 6년새 70배 가까이 늘어
나라별로 목적도 제각각 - 日 현지서 따면 450만원, 한국은 50만원이면 돼
귀국 후 日면허증으로 바꿔… 동남아 근로자들은 본국 돌아가 생계에 활용
면허시험 門도 넓혔다 - 러시아어·몽골어 등 10개 언어로 필기시험 봐
무면허 운전도 크게 줄어
지난해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인 레자(26)씨. 서울의 한 인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레자씨에게 한국어는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서툰 한국어 실력의 레자씨가 지난 5일 치른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레자씨가 학과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치른 시험이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출제됐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외국어로 볼 수 있는 외국어 학과시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레자씨처럼 국내에서 외국어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중국어와 영어 2개 언어로 시작된 외국어 학과시험은 2003년에 일본어·독일어·프랑스어가 추가됐고, 2007년부터는 베트남어와 태국어·인도네시아어로도 필기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9월부터는 몽골어와 러시아어·캄보디아어·필리핀 타갈로그어가 추가돼 현재 총 10개 나라 말로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모국어나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 것. 경찰청 교통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학과시험에 사용되는 외국어가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쉽게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외국어 학과시험이 계속 늘어난 것만은 아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학과시험은 2008년 폐지됐다. 국내 거주하는 독일·프랑스어권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2000년 중국어와 영어 2개 언어로 시작된 외국어 학과시험은 2003년에 일본어·독일어·프랑스어가 추가됐고, 2007년부터는 베트남어와 태국어·인도네시아어로도 필기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올해 9월부터는 몽골어와 러시아어·캄보디아어·필리핀 타갈로그어가 추가돼 현재 총 10개 나라 말로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모국어나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 것. 경찰청 교통기획담당관실 관계자는 "학과시험에 사용되는 외국어가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국내 체류 외국인이 쉽게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외국어 학과시험이 계속 늘어난 것만은 아니다. 독일어와 프랑스어 학과시험은 2008년 폐지됐다. 국내 거주하는 독일·프랑스어권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중국 다음으로는 베트남어로 필기시험을 치른 외국인이 많았다. 2009년 2320명에 불과했던 베트남어 응시자는 1년 만에 6857명으로 늘어났다. 또 지난해 영어로 시험을 치른 외국인은 4484명, 태국어는 261명, 일본어는 111명을 기록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운전면허를 따는 목적은 제각각이었다. 서울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선동수 팀장은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은 운전면허를 딸 경우 본국으로 돌아가서 특별한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곳이 많은 점도 외국인들의 운전면허 취득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본국에서 귀한 자격증을 공짜로 딸 수 있다 보니 외국인 운전면허 수험생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안산의 파이프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카자흐스탄 국적의 안드레이(25)씨는 "작년 말 면허증을 따고부터는 가까운 지역에 회사 차로 물건 배달을 나간다"면서 "한국에서는 물론 귀국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게 됐다"고 했다.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가 지난달 외국인 대상 학과시험 대비반을 운영한 결과 28명 가운데 27명이 학과시험에 합격했다. 이들은 운전 전문학원 수강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취업 등 생계형 목적보다는 취미활동이나 여가 활용 차원에서 한국 면허를 따는 외국인도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를 하고 있는 크리스 그루버(30·영국)씨는 "런던에서는 주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녀 운전면허가 필요치 않았다"며 "한국에서 주말마다 여행을 다니느라 차가 필요해 면허를 땄다"고 했다.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 김류바(25)씨도 "올해 초 면허를 따고 지금은 중고차를 보러 다니고 있다"며 "한국을 자유롭게 마음대로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반면 일본인들은 '실속' 차원에서 한국 운전면허를 따고 있다. 한국에선 면허를 따는 데 40만~50만원이 들지만 일본에선 10배가량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운전석과 조수석 위치가 바뀌어 있는 등 차량구조가 다르지만 워낙 비용 차이가 크다 보니 한국 면허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교환학생 우츠시 히토미(22)씨와 하세가와 사유리(22)씨는 올해 초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유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이들은 현재 한국 면허증을 일본 면허증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고려대에 다니는 다카야마 준카(21)씨는 "일본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는 데 통상 30만엔(약 45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일본 유학생 사이에서 한국에 있는 동안 운전면허를 따두는 게 남는 장사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일본을 비롯해 120여개국은 우리나라와 운전면허 상호 인증 협약을 맺고 있어 한국 면허증을 자국 면허로 쉽게 바꿀 수 있다.
한편 외국어 운전면허 학과시험이 폭넓게 시행되면서 무면허 운전을 하는 외국인의 수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계속 증가하던 외국인 무면허 운전 적발 건수는 2008년 5959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2009년 4428건, 2010년 2769건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