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19 03:10
[1년만에 한국 재진출… 마스코 오사무 日 미쓰비시자동차 사장]
"한때는 현대차의 스승… 지금은 격차 크게 벌어져"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 개발, 기술력으로 승부수 띄워
SUV 가격 낮춰 한국 출시… 그래도 현대·기아보다 비싸
1975년 미쓰비시(三菱)상사 한국지사로 발령받았을 때 그는 입사 3년차의 말단 직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거래처인 현대자동차의 대접은 극진했다. 당시 현대차는 설립 10년이 다 되도록 엔진이나 변속기·차체를 만들 고유 기술이 없어 미쓰비시에 기술 이전을 애원하던 상황이었다. 그는 계열사인 미쓰비시자동차의 4기통 새턴 엔진과 변속기 등을 한국에 들여와 현대차에 공급하는 일을 성사시켰다. 지금은 미쓰비시자동차 본사 사장이 된 마스코 오사무(益子修·63) 사장 얘기다.
지난해 3월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던 미쓰비시가 1년 만에 재진출을 선언했다. 1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만난 마스코 사장은 "한때 현대차의 '스승'이었던 미쓰비시가 지금은 현대차에 한참 뒤지고 있다"고 열세(劣勢)를 인정했다. 마스코 사장은 "예전에 현대차를 자주 드나들면서 고(故) 정세영 회장도 알고 지낼 정도로 가까웠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현대차가 엄청나게 성장해 버렸다"면서 놀라움을 나타냈다.
- 마스코 오사무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은 “우리에겐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를 만든 기술력이 있다. 아직 죽지 않았다”면서 한국 시장에 재진출하는 포부를 밝혔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지난해 미쓰비시자동차의 세계 판매량은 114만대. 현대·기아차(660만대)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예나 지금이나, 현대차 엔지니어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릅니다. 현대차의 급성장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미쓰비시는 한국시장에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오랜 시장 탐색 끝에 대우자동차판매와 합작사 MMSK를 세워 2008년 9월 한국에 첫 매장을 냈지만 참담하게 실패했다. 대우자동차판매의 경영상황이 악화되면서 정상영업이 어려웠고, 때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도 악재였다. 미쓰비시는 미미한 판매량을 남긴 채 작년 3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절치부심한 끝에 한국에 재상륙을 선언한 마스코 사장은 "우리 기술력은 아직 만만치 않다"면서 재기를 다짐했다. 마스코 사장은 "세계 최초로 양산형 전기차(아이미브)를 만들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의 SUV를 처음 개발한 미쓰비시의 기술력으로 승부할 것"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드문드문 한국말을 섞어서 얘기하던 마스코 사장은 또렷한 발음으로 "미쓰비시 전기차 좋아요"라며 "한국에 충전 인프라가 갖춰지면, 양산형 전기차 아이미브를 당장 들여와 팔겠다"고 했다. 또 다카르랠리에서 7년 연속 우승한 모터스포츠의 선두주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해 현대·기아차가 부족한 점을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는 이번에 자금력을 갖춘 CXC와 손잡고 2000만~3000만원대의 차량을 대거 출시한다.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웃랜더 가격도 200만원 내렸다. 그러나 비슷한 사양의 현대·기아차 모델들보다 여전히 800만~1000만원 이상 비싸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갈수록 자동차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젊은이들을 붙잡을 대책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일본의 우수한 젊은이들도 제조업보다는 IT업종으로 몰려가고 있다. 제조업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면서 전기차, 스마트그리드 분야에서 신기술을 속속 내놓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