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

C형 간염 100명 중 1명

거듭난 삶 2012. 7. 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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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女, 네일숍서 손톱 손질받고 '이 병' 걸려

[중앙일보]

 

입력 2012.07.02 03:23

면도기·수건이 바이러스 옮겨 … C형 간염 100명 중 1명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국민건강 캠페인 ‘C형 간염, 가까이에 있습니다’

C형 간염이 한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사망원인 1위는 간암, 그 중에서 C형 간염으로 생긴 경우가 15%를 차지한다. 문제는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 C형 간염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찾아보기 힘든 질병이었다. 유병률이 0.09%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크게 늘어 전 국민 100명 중 1명꼴로 걸린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심재준 교수는 “C형 간염은 만성화하기 쉽고 간암으로 진행되는 비율도 높다”며 “하지만 증상(메스꺼움·만성피로 등)은 가장 약해 놓치기 쉬운 질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헬스미디어는 C형 간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대국민 캠페인 ‘C형 간염, 가까이에 있습니다’를 진행한다.

한 남성이 C형간염 검사를 받고 있다. 시트로 잇몸 위쪽을 살짝 긁어 기기로 분석하면 20여분 뒤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김수정 기자]

침술원서 재활용 침 맞은 50대도 감염

서울 연희동에 사는 최모(21·대학생)양은 얼마 전부터 전신에 힘이 빠지고 소화가 안 돼 병원을 찾았다. 수혈을 받은 적도, 문신을 한 적도 없는 최씨는 얼마 전 네일숍에서 손톱 손질을 받다 피가 났던 게 떠올랐다. 의사는 그때 C형 간염 보균자인 다른 손님으로부터 묻은 혈액이 손톱 손질 기구를 통해 최씨의 점막에 묻으면서 감염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가평에 사는 이모(남·55·자영업)씨도 최근 급격한 체력 저하로 병원을 찾았다. 왼쪽 가슴 아랫부위가 뻐근하면서 심한 피로감이 생겼다. 이씨는 최근 무허가 침시술원에서 발목에 침을 몇 대 맞았다. 다른 사람에게 썼던 침이 재활용되면서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옮겨진 것이었다.

 C형 간염은 ‘헤파티스C 바이러스’가 간에 침입해 만성화하면서 간경화를 거쳐 간암을 일으킨다. A형 간염은 대부분 한 두 달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질환에 그치지만 C형 간염은 75% 이상이 만성으로 이어진다. 또 그중 25% 이상이 간경화로 진행된다. B형 간염의 10%만이 만성으로 이어지는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심 교수는 “현재 간염 환자의 절대 숫자는 B형 간염이 많지만 예방백신 접종 덕분에 줄고 있다. 앞으로는 예방 백신이 없는 C형 간염 환자 수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뚜렷한 증상 없어 조기 발견·치료 어려워

 

현재 우리나라 C형 간염 환자 수는 전 국민의 1%로 추정된다. 약 60만 명이 C형간염 보균자라는 얘기다. 감염경로는 다양하다. 수혈이 대표적이다. 심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은 혈액을 수혈 받아 감염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992년부터 헌혈 시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반드시 검사하면서 수혈로 인한 감염은 거의 사라졌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문신·반영구화장(아이라인·입술문신 등)·귀 뚫기 등에 의한 감염이 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조세헌 교수는 “문신이나 귀를 뚫을 때 썼던 바늘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인층에서는 불법 뜸·침 시술로 인한 감염사례가 많다. 역시 재활용한 침을 썼을 경우다. 가족·친지로부터 감염되는 경우도 꽤 있다. 부산대병원 허정 교수는 “C형 간염 보균자인 친지가 썼던 면도기·칫솔·수건 등에 혈액이나 점막 세포가 묻을 수 있다. 가족이 무심코 함께 쓰다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은 A·B형 간염과 달리 예방 백신이 없다. 치료제만 있을 뿐이다. 1주일에 한 번씩 페그인터페론 성분의 약으로 6개월 이상 치료해야 바이러스가 거의 사라진다. 하지만 초기에 발견했을 때의 얘기다. 바이러스 침입 후 20~30년까지 증상 없이 간암으로 진행됐을 땐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정기검진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현재 건강검진 필수항목에는 B형 검사만 포함돼 있어 C형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따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C형 간염은 구강점막키트를 사용하면 그 자리에서 바이러스 유무를 알 수 있다. 잇몸의 점막을 살짝 긁은 뒤 특수 기기로 검사하면 20분 만에 C형간염 유무를 알 수 있다. 일선 병·의원의 소화기내과·치과 등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심 교수는 “C형 간염 가족을 둔 사람, 피를 많이 만지는 의료계 종사자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기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최근 무허가 침 시술이나 문신 등을 받은 사람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C형 간염=HCV(hepatitis C virus)가 간에 침입해 간경화, 간암까지 일으키는 질환이다. A형간염은 HAV, B형 간염은 HBV가 간에 침입해 생기는 병이다. A·B·C형 모두 피곤함과 메스꺼움 등 증상은 비슷하지만 A형은 급성에 그치는 데 반해 B·C형은 만성화되기 쉽다. 특히 C형간염은 만성화되는 비율이 70~80%로 B형(10%) 보다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