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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대응에 나선 도시들

거듭난 삶 2012. 10. 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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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라이프

‘Hot’한 지구 위해 ‘Cool’한 에코도시 짓는다

  • 조선일보

COVER STORY | ● 온실가스 대응에 나선 도시들
탄소거래·그린카드 등 생활실천형으로 온실가스 감축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해소는 세계 도시 앞에 놓인 공통 ‘아젠다(의제)’다. 대기·물·흙 등 오염 요소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시 차원의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행히 요사이 세계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개념의 에코(Eco)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등 ‘녹색물결(친환경 운동·Green Wave)’을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도시들의 다양한 녹색실험을 살펴봤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8차선 고속도로 셰이크 자이드 로드를 40여분 달리면 정치 외교를 책임지는 토후국 아부다비가 나온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황량한 사막을 한참 달리다보면 갑자기 높이 1m 남짓한 가로수가 펼쳐지는데 여기서부터가 아부다비다. 줄기 절반이 모래로 뒤덮여 있지만 엄연히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나무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나무가 자라는 것은 순전히 현대 조경기술 덕택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애 난 고무호스로부터 일정하게 물을 공급받으면서 아부다비의 가로수는 당당히 위용을 뽐내고 있다.

UAE 아부다비 마스다르시티 내 설치돼 있는 태양광 발전 플랜트 전경. 마스다르시티는 도시 소비 에너지 90% 이상을 태양광 발전 및 태양열 발전으로 충당한다. / 조선일보 DB

아부다비는 그동안 국토 녹지화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초대국왕 셰이크 자이드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그는 평소 자주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풀과 나무로 뒤덮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는 기름 팔아 번 돈을 쏟아부어 아부다비 곳곳에 나무를 심고 잔디밭을 조성했다. 그리고 셰이크 자이드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아부다비의 노력은 마스다르 프로젝트에 의해 결실을 맺을 전망이다. 마스다르 프로젝트는 아부다비 주변 7㎢를 인구 5만명이 사는 인공도시로 만드는 개발 사업이다. 유명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설계하고 아부다비 미래에너지회사가 시행하는 마스다르 프로젝트는 그린 에너지 전문기업을 1500여개 입주시켜 태양열, 태양광, 지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청정에너지 도시를 구현한다. 태양광 에너지로 충전되는 개인용 운송수단(PRT) 캡슐형 자동차와 경량 전철을 지하로 다니게 해 지상에서 자동차 주행을 최대한 억제시킨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총 7단계로 진행되는 마스다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2106년이면 사막 한가운데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람들로 북적대는 녹색 친환경 세상이 펼쳐진다.

이 같은 ‘에코도시’는 전 세계 도시개발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기존 지역을 재개발하거나 외곽 지역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데 있어 에코도시는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재개발 관련 정부 기구인 잉글리시 파트너십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7곳의 친환경 도시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100년 가까이 가스공장이 들어서 있던 오염지역의 대명사 그리니치반도 밀레니엄 빌리지도 조만간 에코도시로 변신한다. 빗물을 용수로 써 지하수 사용을 줄이거나 태양열, 친환경 자재로 집을 짓는 등의 시도를 일찍부터 시작한 유럽, 일본, 미국 등 환경 선진국들은 이제 100% 친환경 에코도시 건설에 역점을 두고 있다.

마스다르시티 지하로 다니게 되는 무인전기자동차 PRT. / 조선일보 DB

세계 각국 일제히 ‘탄소제로’ 에코도시 추진

미국이 ‘그린 뉴딜’, 영국이 ‘새로운 도전, 새로운 기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에코도시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비 산업분야로 분류되는 가정, 사업, 공공분야가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전체 30~40%로 상당하지만 감축 효과 역시 크기 때문이다. 과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커지고 있다.

일단 우리 정부도 국토 조성 사업을 통해 앞으로 짓는 신도시에는 가급적 적게 탄소가 배출 되도록 하는 에코도시를 기본 모델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에코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투입되는 비용도 많을뿐더러 단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정부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와 손잡고 그린스타트 운동이나 그린터치, 녹색카드와 같이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생활실천형 정책으로 가닥을 잡가고 있다. 윤완우 한국환경공단 온실가스정책팀 차장은 “비 산업 분야(가정, 공공, 상업용 시설)는 전기 사용만 줄여도 당장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녹색생활로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잠재량은 2560만t으로 비 산업부문 총 감축잠재량(7350만t)의 34.8%에 이른다. 감축잠재량이 많다는 것은 온실가스를 감축시킬 만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현재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녹색생활 정착 일환으로 저탄소형 생산 및 소비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TV 채널을 바꿀 때 더 소요되는 소모 전력을 설명해주는 서울 송파 그린코디 점검팀

올 들어 탄소포인트제를 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지자체도 크게 늘어났다. 탄소포인트제란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기, 수도, 가스 등을 예전보다 적게 사용하면 이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제도다. 최근 2년간 월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반기별 전기를 5~10% 줄이면 5000포인트(1만원), 10% 이상 줄일 시 1만포인트(2만원)의 현금이 지급되며, 연간 최대 4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린카드와도 연계된다. 전기료, 상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10% 이상 줄이면 연간 7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는다. 이 포인트로는 그린카드 가맹점이나 친환경제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국립공원이나 휴양림 입장료를 면제받는 등 부수적인 혜택도 주어진다.

일선 시도 지자체는 탄소 포인트, 그린카드 운동과 같은 정부주도형 사업에 적극 동참하는 것과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주민 계도형 등 투 트랙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도입하고 중앙차로제와 마을버스와 같은 간선노선도 정비한다. 물론 교통체계 정비는 일반인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와는 별도로 자동차 주5일제와 같은 강제적 방식으로도 차량 사용을 최대한 억제시킨다는 계획이다.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고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억제하기 위해 환경부 주도의 그린터치 캠페인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역 내 구형 가로등을 절전 효과가 크고 환경오염 유발 효과가 적은 LED(발광다이오드)로 교체하는 것도 최근 지자체들이 중점적으로 벌이는 온실가스 감축 사업 중 하나다.

지난 2005년 5038만300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서울시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40% 정도를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안을 수립했다. 특히 서울은 지역적 특성상 가정, 상업, 공공용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 이런 이유로 서울시는 건물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순차적으로 가로등을 LED로 교체한다. 그린카 보급과 에코마일리지 사용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온실가스와 에너지 감축 연구 등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전문 연구기관인 기후에너지연구센터를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내에 설치했다. 아울러 2014년까지 200만TOE(석탄가스 등 에너지원의 발열량을 석유의 발열량으로 환산한 값)을 줄이기 위해 ‘원전하나줄이기’ 태스크포스팀도 설립했다. 앞으로 이 TF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건물 부문 에너지 효율화 △친환경 고효율 수송시스템 구축 △에너지 분야 녹색 일자리 창출 △에너지 저소비형 도시 공간 구조로 개편 △에너지 저소비 실천 시민문화 창출과 연관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울산, 생태도시로 이미지 변신

울산시도 친환경 생태도시로의 이미지 변신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과는 달리 울산은 생산시설이 많아 에너지 부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 75.0%를 차지하고 있다(2005년 기준). 때문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울산시의 대응은 전국 광역시도 지자체 중 가장 활발하다. 탄소포인트제 가입 가구비율도 7월말 현재 22.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 밖에도 울산시는 건물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1가정 1녹색식물 가꾸기 사업을 벌여 현재 지역 내 8000여개 상자가 보급됐다. 기후변화교육센터를 열어 차세대 그린 리더를 양성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에너지 절약, 가정 생활용수 절약, 대중교통 이용률 높이기, 자전거 마일리지 등을 10대 과제로 선정하고 관련 유관단체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05년 한해 83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던 충청남도도 2020년 30% 감축(2005년 대비)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매주 수요일 자동차와 야근이 없는 ‘그린데이’ 행사를 열고 생활 속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녹색생활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열고 행사 시간도 대폭 줄여 불필요하게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을 막는 탄소중립형 행사도 지난해부터 충남도 전역에서 열고 있다.

/ 이코노미플러스
송창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