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회의원들 마티즈를 타라

거듭난 삶 2009. 5. 1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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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들 마티즈를 타고 다니면 한국이 달라질꺼다

 

 

 고유가 시대 국회의원들은 어떤 차 타나

  • 이동훈 기자 조선일보
 

체어맨 66명·그랜저 62명·에쿠스 45명
70%가 고급 대형… 1500㏄ 미만 3명

 
국제유가(중동산 두바이유 기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차를 타고 도로에 나오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기존에 타던 중·대형차를 처분하고 경차로 바꾸는 일도 흔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가급등에 따른 경차 판매량은 올 초부터 지난 5월까지 모두 6만4000여대로 IMF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경차로 편입된 기아차 모닝은 올 상반기에 4만여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000여대에 비해 3.6배 넘게 팔렸다. 고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서민들 사이에 경차가 주목 받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사정은 좀 다르다. 국회의원들이 고급 대형차량을 선호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지난 4·9 총선으로 선출된 18대 국회의원들 역시 여전히 고급 대형차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WeeklyChosun이 지난 6월 27일과 30일 이틀 간에 걸쳐 전화조사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실제로 타고 다니는 차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회의원 299명 중 소형 승용차를 이용하는 국회의원은 단 3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자료에 의하면 2명에 불과하다.

사무처 등록차량 총 26종… 경차는 한 대도 없어
세비와 별도로 차량유지비 매달 125만8000원 받아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의원들의 대형차 중 1위는 쌍용자동차의 체어맨(66대). 그랜저TG, XG 등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시리즈가 62대, 에쿠스가 45대로 그 뒤를 이었다. 이밖에 배기량 3300㏄ 이상급인 현대차의 제네시스, 기아자동차의 오피러스, 대우자동차의 스테이츠맨, 르노삼성의 SM7과 같은 고급 승용차도 적지 않았다. 조사 결과 국회의원 299명 중 206명이 고급 대형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기량 1500㏄ 이하의 소형차는 국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국회의원 차량은 모두 26종. 이 가운데 경차는 한 대도 없었다. 사무처에 등록된 차량 중 가장 작은 차량은 아반떼로 나타났다. 아반떼는 올 초에만 3만3000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국산차 중 2위에 올랐지만 국회에서는 한나라당강명순·차명진 의원 단 두 명만 이용하고 있었다. 2006년부터 3년간 리스 계약을 맺어 은색 아반떼를 사용하고 있다는 차명진 의원은 “국회의원이라고 반드시 좋은 차를 타야 할 필요가 있느냐”라며 “기름 적게 먹고 골목골목 주차하기 좋고 관리하기도 편해 내가 직접 차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대형차를 이용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유류 보조비가 지급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 한 사람당 유류비 지원금으로 월 90만원, 유지비로 35만8000원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세비 이외에 특별히 지급되는 항목”이 라고 말했다. 한 사람당 매달 125만8000원, 299명이면 3억7600만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血稅)가 국회의원의 차량 관리를 위해 빠져나가는 셈이다.

대학생 이모(25)씨는 “국회의원들에게 세비 이외에 유류비를 보조해 주는 항목이 따로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면서 “유류비 지원 대신 출·퇴근용 버스카드를 충전해 주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체어맨 1위… 박근혜·나경원·정세균·조순형·홍사덕
문희상 의원 교통사고 후 “확실히 안전” 입소문 덕

이번 전화조사 결과 국회의원들이 제일 선호하는 차종은 쌍용자동차의 체어맨으로 나타났다. 체어맨은 66대로 그랜저 시리즈(62대)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체어맨을 이용하는 의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나경원·유정현 의원 등이 체어맨을 이용한다. 통합민주당에서는 정세균·문희상 의원이 체어맨 애용자. 자유선진당의 조순형 의원, 친박연대의 홍사덕 의원, 무소속 김무성 의원 등이 체어맨을 애마(愛馬)로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의원들이 체어맨 승용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희상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의 특성상 이곳저곳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데 승차감이 좋고 안전해서 계속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체어맨과 관련해서 얽힌 사연이 많다.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을 준비하던 2005년 3월 21일 문 의원은 부산에서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가다 승합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차는 폐차해야 할 정도로 크게 부서졌지만 문 의원은 얼굴에 10여 바늘을 꿰매는 부상에 그쳤다. 그 이후로 체어맨이 안전하다는 입소문이 여의도에 퍼지면서 국회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후문(後聞)도 들린다. 2006년에는 의정부 집 앞에 세워둔 문 의원의 체어맨 승용차가 도난 당하기도 했다.

 

“우린 에쿠스파” 이상득·이회창·박상천·문국현
수입차는 자유선진당 이영애 의원 렉서스가 유일

‘에쿠스파(派)’도 있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당시 공식 의전차량으로 사용된 에쿠스는 체어맨의 대표적인 경쟁 차종. 여의도 무대에서는 같은 회사 그랜저 시리즈에 이어 3위로 밀렸지만 적지 않은 의원들이 에쿠스를 애마로 사용한다.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의원, 친박계 허태열 의원,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 등이 에쿠스를 이용한다. 민주당에서는 박상천 공동대표, 재경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의원, 원내대표를 지낸 김효석 의원 등이 에쿠스를 탄다. 자유선진당에서는 이회창 총재와 이용희 의원 등이 이용하며 친박연대에서는 서청원 대표, 공천헌금과 관련 기소된 김노식 의원이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대표, 무소속 박지원·이인제 의원도 ‘에쿠스파’다.

외제차를 이용하는 의원은 얼마나 될까. 밑바닥 표심을 의식해서인지 자유선진당이영애 의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여성 최초로 법원장을 지낸 이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영애 의원은 4년 전부터 렉서스 ES330을 타고 있다. 이 의원의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사용하던 의원님 개인소유 차량”이라며 “국회의원이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곱잖은 시선도 있고 해서 바꾸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낭비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업무 보고 회의 하고… “폼보다는 실용, 미니밴이 좋다” 
정몽준·원희룡·심대평… 카니발 시리즈가 42대로 4위

고급 대형차 외에 미니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미니밴 중 정치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종은 기아차의 카니발. 9~11인승 미니밴인 카니발은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국내외에서 연간 6만대 이상 팔리는 기아차의 스테디셀러다. 이번 조사에서 상당수의 스타급 의원들이 체어맨이나 에쿠스 대신 카니발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인에게 ‘스타크래프트’가 있다면 정치인에겐 ‘카니발’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카니발이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 대선 때부터다. 이명박 후보를 비롯한 정동영·이회창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모두 카니발 차량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후보가 그랜드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이용하며 유명세를 타자 다른 정치인들도 앞다퉈 활용했다. 이번 전화조사에서 그랜드카니발과 카니발을 합친 카니발 시리즈는 모두 42대로 3위 에쿠스의 45대를 근소한 차로 추격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정몽준 의원이 국회사무처에 등록한 차량도 그랜드카니발로 나타났다. 같은 당의 남경필·원희룡·정두언·홍정욱 의원,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 총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 자유선진당의 심대평 대표 등도 카니발을 이용했다. 원희룡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실내 공간이 넓어서 이동하면서 회의하기에 좋고 무선 인터넷을 사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면서 “보통 승용차 2~3대 움직이는 것과 비슷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이동해야 하는 지방 행사 출장 때 특히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의원은 11인승 그랜드카니발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구 의원들 “우리 지역 공장에서 만든 차 탄다”
민노당(5명)은 고급 대형차 타는 의원 없어

그렇다면 의원들이 차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차종을 선택한다”는 의원도 적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원유철 의원(평택갑)과 통합민주당 정장선 의원(평택을)은 나란히 쌍용자동차 렉스턴을 이용한다. 이들 두 의원의 지역구인 평택에는 쌍용차의 본사와 공장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차량을 이용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구본철 의원(부평을)과 조진형 의원(부평갑)은 GM대우의 토스카와 스테이츠맨을 이용한다. 이들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광역시 부평구에는 GM대우 공장이 자리잡고 있다. 조진형 의원실의 관계자는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기여하자는 뜻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대우차를 타라고 이야기한다”면서 “대우차가 잘 되면 우리 부평의 GM대우 공장 근로자의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조진형 의원은 GM대우의 스테이츠맨을 타기 전에도 지금은 단종된 대우자동차의 아카디아를 이용했다고 한다.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임을 내세우는 민주노동당에는 대형 차량을 타는 의원이 한 명 도 없었다. 5명의 민노당 의원 중 강기갑 원내대표는 테라칸을 타고, 권영길 의원은 쏘나타, 곽정숙 의원은 카렌스, 이정희 의원은 쏘렌토, 홍희덕 의원은 기아차 엑스트렉을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트렉은 2003년 기아자동차에서 출시된 RV 차량으로 2006년 단종됐다. 

| ‘마티즈’ 타고 출퇴근 김충환 의원 |
“기름값 너무 비싸” 에쿠스 집에 두고 비서 차 이용

“의원님, 기름값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습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강동갑)은 매일 아침 7시면 파란색 마티즈를 타고 여의도로 출근한다. 한 달 반 전 수행비서가 기름값 때문에 차량을 운행하는 데 너무 부담이 크다고 말한 직후부터다. 김충환 의원은 그 자리에서 “그럼 우리 마티즈를 타고 다니자”라고 바로 결정했다고 한다. 국회사무처에 등록된 차량은 에쿠스이지만 김 의원은 수행비서 소유의 마티즈를 타고 출·퇴근한다. 보통 수행비서가 운전하지만 가끔은 김 의원이 직접 차를 몰기도 한다.

강동구 고덕동 김 의원의 집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의 거리는 왕복 50㎞ 남짓. 그전에는 중고 에쿠스를 이용했지만 최근의 고유가 사태를 맞아 부담이 컸다고 했다. 에쿠스는 장거리 출장 때만 가끔 이용한다. “큰 차를 이용하다 작은 차를 타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충환 의원은 “지역구에 좁은 골목길이 많은데 주차하기에는 큰 차보다 오히려 수월하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짠돌이’로 유명하다. 1000원을 주고 조그만 비닐 펌프를 사서 집에 있는 화장실에 설치했는데, 손을 씻은 후 버리는 물을 재활용해 변기 물로 다시 쓴다고 했다. 집 옥상에는 농업용 비닐을 5만원 주고 사서 차양막으로 설치했다. 여름철 뜨거운 태양 광선을 막아줘 에어컨 요금이 적잖이 줄었다고 자랑했다. 김 의원은 이면지는 3등분으로 잘라서 수첩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마침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인터뷰 사진을 촬영하던 중 한 의원의 체어맨W가 김충환 의원의 마티즈 승용차를 보고 빵빵거렸다. 차를 빼달라는 뜻. 김 의원 측의 차량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운전자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경차를 타고 다니다 소홀한 대접을 받은 적이 없냐고 묻자 김충환 의원은 “국민들 앞에서 폼 잡으라고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마티즈를 타고 다녀도 아무 상관 없다”고 말했다.

| 의원들은 리스를 좋아해 |
목돈 없이 대형차… 에쿠스 한 달 220만원

상당수 의원들은 고급 대형차를 ‘빌려서’ 타고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리스 업체인 현대캐피탈 오토리스에 의하면 에쿠스 4500㏄를 리스할 경우 리스 비용으로 매달 220만원을 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 체어맨W의 리스 비용은 매달 145만원 안팎.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국회의원들이 리스 차량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체어맨을 리스하는 경우다. 김장수 의원실의 관계자는 “의원님의 경우 1993년식 콩코드를 갖고 계신다”면서 “워낙 오래된 차량이라 에어컨이라도 틀면 차가 잘 나가지 않고, 의전상 문제도 있어 매달 일정 요금을 내고 체어맨을 타신다”고 말했다. 그는 “집도 전세로 사시는데 차를 한번에 살 목돈이 없는 것도 이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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