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를 만든 사람은 캐나다인인 신디 지머씨. 한류 열성팬임을 자처하는 그는 자신처럼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북미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잡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북미 지역에서 진행되는 한류 관련 행사를 일일이 취재해 소개하는 한편, 공연에 참가한 가수 인터뷰, 최근 상영된 영화나 드라마 후기 등 한류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생생하게 전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출신인 그가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된 것은 2005년. 당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던 그는 ‘한국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1년간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 캐나다로 돌아왔지만 ‘한국이 너무 그리워’ 다시 떠나 한국에서 2년을 더 머물렀다. 3년간의 한국 생활은 그를 ‘반(半) 한국인’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여름 미국 LA에서 열린 대규모 한류행사 〈KCON〉에 패널로 참석한 모습. |
그런 정보들을 제 블로그에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방문자 수가 점점 늘었어요.
더 전문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2011년에 웹사이트로 전환했고, 2년 전 〈ATK〉라는 제호를 단 정식 웹진으로 만들었지요. 최근 몇 년 새 조회 수가 급증한 걸 보면 북미 지역에서도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사랑하는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게 돼 기쁩니다. 잡지를 만든 목적이기도 하고요.”
‘캐네디언이 만드는 한식’이라는 콘셉트의 요리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
현지에서 발행되는 영문 한류 잡지가 드문 현실을 감안하면 〈ATK〉의 비중은 적지 않다. 이제 그는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한류 관련 행사에 당당히 정식 미디어로 초대되고, 무대에 선 가수나 배우의 인터뷰 기회도 얻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KCON)〉 행사에 패널로 초대되는 영광을 안았어요. 〈케이콘〉은 한국의 CJ E&M이 한류 콘텐츠를 전 세계에 확장하기 위해 만든 최대 규모의 행사라고 들었습니다. 북미 주요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루었죠. 그 자리에 〈ATK〉 편집장 자격으로 참석해 한류의 뜨거운 열기를 현장에서 직접 느낀다는 게 꿈만 같았어요. 이런 자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에요.”
‘캐네디언이 만드는 한식’으로 인기몰이
그가 직접 만든 비빔국수. |
“순전히 제 방식으로 만든 ‘캐네디언 한식’이에요. 한국에 살 때 한식을 좋아해서 한국인 친구들에게 조리법을 많이 물어봤어요. 그런데 같은 음식이어도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고, 양념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물으면 ‘약간’ ‘적당히’ 이런 식으로 말해주니 계량하기가 어려웠어요. 결국 기본 조리법만 익히고 나머지는 제 나름의 방법으로 만들었지요. 여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캐나다인·미국인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주로 만듭니다. 한류 바람과 함께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반응이 좋습니다.”
최근 그가 방송을 통해 소개한 음식은 감자탕. “한국에 살 때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용으로 즐겨 먹었다”며, “등뼈가 익숙지 않은 북미 지역 사람들을 위해 ‘뼈 없는 감자탕(Boneless gamjatang)’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디표 감자탕’은 등뼈 대신 기름기가 적고 두툼한 돼지 목살에 감자, 배춧잎, 깻잎, 버섯, 고추, 고춧가루, 고추장, 다진 마늘과 생강 등을 넣고 소금과 액젓(fish sauce)으로 간해 만든다.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소주를 넣는 게 좋다는 친절한 조언도 곁들였다.
신디 지머씨는 젓가락질도 능숙하고 매운 한식도 즐겨 먹는다. |
잡지, 요리 프로그램 외에도 토론토에서 종종 열리는 김치 만들기 대회의 심사를 맡고 있고, 4월에 있을 한식경연대회에서도 심사위원석에 앉는다. 토론토에 있는 ‘코리안아메리칸필름(TKFF)’ 이사진으로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도 참여하는 등 그는 이제 북미 지역의 대표적인 ‘한류 전문가’가 되었다.
“최근 캐나다 주류 매체에서도 한국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자주 다루는 걸 보면 확실히 북미에서의 한류 성장세를 실감한다”는 그는 “〈ATK〉도 한류 확산에 한몫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