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735일 北 억류됐던 케네스 배, 기자회견

거듭난 삶 2016. 6. 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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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정착 돕고 북한과 세계 잇고 싶어"

입력 : 2016.06.02 08:51

[735일 北 억류됐던 케네스 배]
'
잊지 않았다' 출간 내한 기자회견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6/02/2016060200902_0.jpg케네스 배씨는 북한 억류 당시의 기억 때문인지 회견 도중에도 잘 웃지 않았다.“억류 당시 빠졌던 체중은 회복했느냐”고 묻자 비로소“이제 다시 빼야 할 지경”이라며 웃었다. /김한수 기자

"조사관이 1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당신은 잊혔다. 미국 정부도 당신을 잊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분의 편지와 기도를 통해 고립된 삶을 이겨낼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그런 마음과 북한 주민들을 잊지 않는다는 마음을 담아 제목을 정했습니다."

2012
11 3일부터 2014 11 8일까지 735일 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재미교포 선교사 케네스 배(배준호·48)씨가 수기 '잊지 않았다'(원제 Not Forgotten·두란노서원) 출간에 맞춰 1일 오전 서울 이촌로 온누리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목사이자 선교사인 배씨는 중국 단둥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인솔, 북한을 17차례 방문하면서 장차 북한 선교를 꿈꿨다. 문제가 된 것은 18번째 방북. 북한 관련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동영상과 자신이 그동안 북한을 방문해 촬영한 동영상이 저장된 외장하드를 휴대했다가 북한 세관에 걸렸다. 북한은 체제 전복을 꾀했다며 그를 억류하고 재판에 넘겨 '15년 노동 교화형'을 선고했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6/02/2016060200902_1.jpg이미지 크게보기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북한에서의 수감 생활을 기록한 비망록 '잊지 않았다'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력 만들어 하루씩 지우며 견뎌…
주민과 정권 별개, 인도적 지원을

케네스 배

책에는 미국에 대한 북한 당국의 생각, 그리고 배씨를 대미(對美) 협상 카드로 활용한 의도가 드러난다. 처음엔 '시키는 대로 하면 집에 갈 수 있다'고 회유한다. 그러나 그의 억류 사실을 미국 정부에 통보한 시점은 2012 12 11. 그 이튿날 북한은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배씨는 "북한의 광명성 3(장거리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 '협조하면 풀려날 수 있다'는 기대가 산산이 깨졌다"고 말했다.

회유와 협박은 끝없이 이어졌다
.

낮에는 "누가 보냈나?" "무슨 목적으로 왔나?"를 반복해서 심문하고 저녁이면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는 TV 프로그램을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 배씨는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는 노래에서 '원수(元帥)' '예수'로 바꿔 부르며 버텼다. 그 사이 체중은 27㎏이나 빠졌고 북한 당국은 그를 병원으로 보냈다. 억류와 석방, 둘 다 예고는 없었다
.

"
억류 2년째인 2014 11 3일에도 아무 말이 없다가 11 8일 오후 3시에 고려호텔로 데려갔습니다. 호텔에 도착하니 미국 정부 특사가 와 있었고 30분 후에 특별 사면 행사를 한 뒤 4시에 비행기를 타고 평양을 떠났습니다
."

달력도 주지 않아 직접 만들어서 하루씩 지우며 살았던 그는 "처음부터 '하나님이 나의 구원자, 풀려날 것'이란 믿음을 잃지 않고 기도하면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려고 애쓴 것이 735"이라고 했다. 억류 당시 쓴 일기를 돌려받지 못했지만 기억을 되살려 수기를 썼다고 말했다
.

그는 "17번씩 북한을 오가며 북한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그 안에서 겪어보니 너무도 달랐다" "밖에서는 북한을 너무 모르고 북한 주민들은 철저한 통제 때문에 바깥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

"
북한 주민과 정권은 별개입니다. 어려움을 겪는 분들과 취약 계층을 위해서 평화통일의 그날까지 민간의 인도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제가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북한 주민들을 잊지 않고 기도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

배씨는 "북한 사람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지만 현재 정세로는 불가능한 것 같다"면서도 "NGO를 설립해 탈북민의 남한 정착을 돕고 북한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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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