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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원전 반대를 반대’하게 된 이유

거듭난 삶 2017. 7.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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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반대’하던 주민이 ‘원전 반대를 반대’하게 된 이유
등록 :2017-07-23 10:38

한겨레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 끊길까 우려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목소리

 고리원전, 지난해 820억 지역주민에 지원

 주민들 “원전 지원금으로 교육비·전기요금…

”2005년부터 연간 지원금 3배로 증가

 산업부 “당시 기록없어 근거 알 수 없다”
 


지난 18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사무소에서 서생면 주민들이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한수원 간부진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기이한 일이다.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반대”를 외치며 물리력을 동원한 싸움을 앞장서 이끈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한 주민은 2005년 신고리 1~4호기 건설이 추진되던 무렵만 해도 ‘원전 반대’ 생존권 투쟁을 벌였다. 원전 지역주민들의 생존권 싸움은 왜 ‘원전 반대’에서 오히려 탈원전·탈석탄을 온몸으로 막고 나서는 ‘원전 중단 반대’로 돌변한 걸까? 근저에 무엇이 작동하고 있는 걸까?


지역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에는 외견상 “(원전 중단에 따른) 지역의 고용과 경제 파탄”이 선명하다. 물론 일자리 문제가 있다. 신고리 5·6호기의 경우 ‘공사현장 및 계획정비기간 중 인부 채용 시 지역주민 우선 고용’이라는 지역상생 원칙이 있다. 주변 상권이 침체된다는 우려도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다.

 
그런데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돈’ 역시 주민들의 이 기이한 행동의 한복판에 ‘금전적 이해’로 개입하고 있다. 고리원자력발전소는 지난해 총 823억원을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으로 조성해 지원했다. 지역 내 개별 가구의 교육·장학 및 문화진흥사업, 건강진단비·인터넷 비용과 주택용 전기요금 등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지역의 각종 공공시설물 건립·개선에도 쓰인다.


지원금의 근거는 2005년에 제정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원전과 석탄화력 등 발전소 주변 5㎞ 이내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을 위해 기본지원사업비를 조성해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발전소가 건설 중인 지역엔 특별지원금도 제공된다. 기본지원사업비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당시뿐 아니라 가동 기간 동안 지원된다. 원전 입지에 따른 재산가치 하락에 대한 보상을 넘어 일종의 ‘지속적인 지대’로 구실하는 셈이다.


이 지원금은 매년 ‘전전년도 발전량(㎾h)’에 발전원별 ‘지원금 단가’를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단가는 1㎾h당 원전 0.25원, 유연탄(석탄) 0.15원, 친환경 액화천연가스(LNG) 및 신재생에너지 0.1원이다. 해당 발전소가 실제로 생산한 전력, 즉 ‘발전량’에 정확히 비례해 지원금 액수가 늘어나고 줄어들도록 설계돼 있다. ‘기저발전’인 원전은 24시간 풀가동된다. 발전량이 많을 뿐 아니라 발전단가도 높기 때문에 지역주민으로서는 이제 오히려 ‘원전 유지’에 대한 강력한 유인이 존재하게 된다. ‘신고리 5·6호기 중단 반대’ 투쟁을 이끌고 있는 한 주민은 몇해 전 “원전으로부터 나오는 많은 지원금을 통해 지역이 새롭게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원전 주변지역 지원 제도는 1990년부터 실시됐지만 2005년에 이 발전원별 단가 방식이 도입되면서부터 연간 총지원금이 3배 가까이 대폭 늘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 제정 때 무슨 근거로 이런 단가 차등이 이뤄졌는지는 당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기본지원사업비의 재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소비자들이 내는 전력요금에 포함돼 있다. 원전사업자는 기본지원사업비 외에도 이와 동일한 금액의 사업자지원사업 재원을 자체 조성해 지역지원금으로 써야 한다.


인천시 영흥면에 자리잡은 영흥석탄화력발전소 주변 지역주민 6200여명은 지난해 발전소로부터 총 60억원을 지원받았다. 자녀 대학등록금·장학금·수학여행비 등에 썼다. 영흥화력발전소 관계자는 “새 정부가 탈석탄 정책을 펴면서 엘엔지발전소로 전환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역주민들은 반대한다”며 “엘엔지로 바뀌면 가동률이 낮아져 발전량이 줄고 지원금 단가도 떨어져 지원금이 덩달아 축소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 지원금이라는 ‘당근’에 주민들 스스로 어느새 포섭되고 마는 양상이 전국의 원전·석탄화력발전소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03893.html?_fr=mt2#csidx1995fe160b78e01aa0c493971dc16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