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리만 모르는 우리들 자랑거리

거듭난 삶 2009. 9. 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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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로 본 한국

  • 주간조선 2071호
  • 입력 : 2009.09.02

 

편리하고 빠르고 친절… 우리만 모르는 우리들 자랑거리
<이 기사는 주간조선 2071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물은 셀프(self), 반찬은 공짜. 이 ‘리빙 인 코리아(living in Korea)’라는 것이 참 좋다야. 비빔국수, 제육볶음, 쌈밥, 김밥… 배불러 넉넉한 한국에서. 세금 낮은, (집) 전세 하는, 세계 김치 허브인 대한민국이니까. 살기 좋은, 마약 없는 대한민국이니까. 물은 셀프, 반찬은 공짜. 이 ‘리빙 인 코리아’라는 것이 참 좋다야.’

지하철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민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이동식 초고속 인터넷이 상용화됐다. / photo 조선일보 DB

이마가 시원하게 드러난 외국인이 만돌린처럼 생긴 작은 현악기를 들고 노래를 부른다. 제목은 ‘리빙 인 코리아’. 2007년에 유튜브에 올라온 그의 동영상에는 2년이 지난 지금도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한국이 좋다”고 노래하는 쩌우 먼델로씨의 모습에 ‘재밌다’는 반응이 대부분. 하지만 “새삼스레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걸 알게 됐다”거나 “어디에도 없는 한국만의 문화가 자랑스럽다”는 진지한 댓글도 눈에 띈다.

당연하게 누렸던 한국만의 편리함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빠르고 정확한 지하철, 택시도 카드로 탈 수 있는 신용사회,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별게 다 배달되는 편리함, 기다릴 필요 없이 인터넷으로 해결 가능한 민원 업무, 다른 나라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초고속 인터넷까지. 생활 속에 숨은 ‘편리함’을 찾아보면 쩌우 먼델로씨의 노래처럼 “한국에 사는 것이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생활편의

24시간 편의점 택배에 햄버거까지 집으로… 배달 천국

얼마전 광복절을 맞아 특집 방송된 버라이어티 쇼에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고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것”을 조사했다. 1위는 휴대전화, 2위는 초고속 인터넷. 하지만 3위는 다소 의외였다. ‘IT 코리아’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배달 음식’이 차지한 것. 방송에 출연한 미국인 브리안나씨는 “한국의 다양한 배달 음식을 사랑한다”면서 흥분했다. 그는 “미국에서 피자를 시키면 2시간이나 걸린다”면서 “한국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금방 가져다줘서 신기하다”고 말했다.

빠르고 다양한 배달음식.
대한민국은 ‘배달의 나라’라고 부를 만하다. 물품 종류를 가리지 않고 배달이 가능하고 서비스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빠른 배송을 원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택배업체들은 살인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빠른 배달에 편의성까지 고려한 ‘편의점 택배’는 전국 8000여개 편의점에서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택배사원을 기다릴 필요 없이 편의점 직원에게 맡기기만 하면 된다. CJ GLS에서는 무인 택배 서비스도 제공한다. 서울시내 지하철 역사에 있는 무인 택배 보관함에 오후 2시까지 상품을 넣어놓으면 다음날 배송해준다. 추가요금을 더 내면 휴일 택배 서비스도 가능하다.

외식업체의 배달 서비스도 다양하다. 중국음식, 치킨, 피자, 족발 등은 배달 음식 세계에서 ‘전통의 강호’라 할 수 있다. 새롭게 나타난 다크호스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다. 점심 때 30분씩 줄 서서 기다려야 하는 패밀리레스토랑이 배달 서비스로 문턱을 낮췄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종로점은 인근지역에서 4인분 이상 주문할 때 배달이 가능하고 서울대점에서는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을 위해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20%를 할인해준다.

콧대 높은 커피전문점도 예외는 아니다. 스타벅스는 커피와 케이크, 쿠키 등을 50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케이터링 서비스를 해준다. 커피빈, 스무디킹도 3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직접 커피를 배달해준다. 패스트푸드 역시 배달받아 집에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 맥도날드는 서울·경기 등 주요 도시 80여개의 매장에서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용사회
현금 없어도 택시 타는 나라… 1인당 3.7장, 카드 천국

비자카드(Visa) 한국법인인 비자코리아의 제임스 딕슨(Dixon·49) 사장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음식점, 주유소는 물론이고 택시 안에서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나라”라며 “세계 어딜 가도 이만한 곳이 없다”고 감탄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커피전문점에 갔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서명도 하지 않고 10초 남짓한 시간에 신용카드 결제를 끝내더라”면서 “한국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에서 특히 앞서가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위) 현금보다 많이 쓰이는 신용카드. (아래)신용카드사의 할인서비스.
신용카드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카드의 미래는 한국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9년 미국에서 태어난 신용카드는 한국에 상륙한 지 올해로 40년을 맞았다. 1969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처음으로 발급한 신용카드는 2008년 현재 1만5612개 가맹점에서 통용된다. 1인당 카드 보유 수가 3.7장으로 미국(5.3장)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 수준이다. 규모 면에서도 발전을 거듭했다. 소비지출에서 카드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50%를 넘었다. 카드가 현금을 앞지른 것. 일반 결제와 할부·현금서비스까지 포함한 연간 카드대금은 445조3024억원(2008년 기준)에 이른다.

한국의 신용카드 서비스는 업계에서 최고로 평가된다. 자장면 한 그릇을 배달해도 휴대용 카드리더기로 결제가 가능하다. 후불제 카드는 지하철, 버스를 탈 때 미리 충전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현금 없이 카드로 택시를 탈 수 있는 것도 ‘크레디트 코리아’에서 가능한 특권이다. 대학등록금, 진료비, 보험료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카드 1장만 있으면 생활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로 손꼽힐 만하다. 실제로 국내 카드산업은 중국·동남아·중남미 등의 벤치마크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카드회사의 다양한 고객서비스도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대학생 김준희(여·26)씨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미국인 친구는 ‘무이자 할부’에 감동하더라”면서 “인터넷 쇼핑을 할 때 2~3개월 무이자할부는 기본이라고 생각했는데 외국인이 보기에는 신기했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특별한 조건 없이 무이자할부를 제공하거나 몇 퍼센트씩 할인해주는 혜택은 해외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혜택이 다양한 이유는 현금 대출보다 신용 결제 비율이 2 대 8 정도로 높은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 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 장형덕 회장은 “미국은 리스크가 큰 리볼빙 위주지만 국내는 일시불결제 위주의 안정적인 수익구조와 비교적 안정적인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교통
카드 하나로 버스·지하철 다 환승… 수출하는 교통카드

서울에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이 도입된 것은 2004년 7월의 일이다. 이때 스마트카드를 활용해 버스와 지하철의 연계성이 높아졌고, 거리비례요금제가 도입됐다. 인구 1000만이 넘는 ‘거대 도시’에 지하철·버스·택시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교통카드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도입 초기 혼란이 많았지만 현재는 외국에서 성공적인 교통시스템으로 벤치마킹할 정도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시에서는 오는 12월 완공을 목표로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서울의 교통망이 중앙아시아로 수출된 것. 아제르바이잔 ITS 사업은 국내 IT서비스 수출로는 최대 규모인 765만달러짜리다.

해외로 수출하는 교통카드.
최근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의 자랑거리는 무엇입니까.” 1위는 이미 세계 최고로 통하는 휴대전화. 하지만 2위는 의외로 교통카드였다. 카드 한 장으로 지하철·버스·택시를 모두 이용할 수 있고 환승까지 가능하니 신통하다는 게 출연자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외국인들도 교통카드의 편리함을 인정한 셈이다.

우리 교통카드는 바다 건너 뉴질랜드에서도 사용된다. 지난해 한국스마트카드가 뉴질랜드 웰링턴시에 티머니(T-money) 교통카드시스템을 수출한 것. 현재 웰링턴시에서 운행 중인 버스 300여대와 유통 가맹점 150곳에서 통용된다. 해외 곳곳에서 교통카드 시스템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현재 한국스마트카드는 러시아·마카오 등의 해외 지방자치단체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고 멕시코와 말레이시아의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개통한 지 35년째를 맞은 지하철 역시 세계적인 수준이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5회 메트로 레일(Metro Rail) 2009’ 국제회의에서 ‘도시철도 수송 효율화’ 부문 최우수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높은 수송비율과 열악한 여건 속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송을 이뤄내고 서비스 수준이 향상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국제회의는 전세계 도시철도 운영기관장들과 철도 전문가, 시스템과 차량 공급사의 사장들이 참석하는 행사로서 도쿄지하철, 런던지하철, 파리교통공사 등 51개국, 78개 지하철 운영기관이 참여했다.


통신
초고속인터넷 가구보급률 세계 1위, 통화성공률 99.7%


초등학교에서 영어강사로 근무하는 영국인 로버트 메튜(32)씨는 “한국에서 지하철을 탈 때마다 문화적인 충격을 받는다”고 했다. 메튜씨는 “지하에 있으면서도 휴대전화 통화가 전혀 끊기지 않는 게 신기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 안테나부터 뽑아들고 DMB를 시청하는 모습이 재밌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집에서도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지만 특히 지하철 안에서 인터넷 하는 걸 봤을 땐 정말 감탄했다”면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때문에 ‘코리아’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이용가능한 와이브로.

요즘은 해외에 나가도 어렵지 않게 한국인을 만나고 한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 때문에 한국이 그리웠던 경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의 가구보급률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초고속 인터넷 ‘가구보급률’ 1위가 지닌 의미에 대해 SA 측은 “광대역(Broadband) 인터넷 보급률 순위는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며 “가구보급률이 100명당 보급률보다 더욱 적절한 조사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2008년 기준으로 광대역 인터넷의 가구보급률이 95%에 육박했다. 한국에 이어 싱가포르가 2위(보급률 88%)를 차지했고 네덜란드(85%), 덴마크(82%), 대만(81%)이 뒤를 이었다. 일본은 64%로 전체 조사대상국가 58개국 가운데 16위, 미국은 60%로 2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DMB는 이동하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삼성전자는 2003년 2월 세계 최초로 위성 DMB 칩을 개발하고, 그해 9월 지상파 DMB 칩 개발에 성공했다. 이듬해 3월 SKT는 세계 최초로 DMB 위성 발사에 성공해 본격적인 ‘DMB 시대’를 열었다. 등산이 취미인 회사원 신재웅(45)씨는 “주말에 가까운 청계산에 가는데 산 중턱에서 DMB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 “산에서 휴대전화(전파)가 이렇게 잘 터지는 것만으로도 외국인들은 놀랄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통화품질은 어느 정도일까. 통화성공률에 대한 전세계적인 공동 조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99.66%와 99.35%의 통화성공률을 기록했다. 통화를 시도했을 때 100%에 가까운 완벽한 품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장소·날씨·시간 등에 따라 전파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2% 정도의 오차를 고려하면 휴대전화 통화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적 석학인 하버드대 스피로 폴라리스 교수는 최근 SKT를 방문해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체험한 뒤 “미국보다 한국이 이동통신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공공서비스
24시 콜센터·안방서도 민원처리… 세계 최고 전자정부


빨리 주민등록등본을 떼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정답은 ‘컴퓨터’. 업무시간에 맞춰 주민센터(동사무소)로 찾아가서 수수료 350원을 낸 다음 주민등록등본을 받아오는 시대는 지났다. 어디서나 컴퓨터만 있으면 전자민원 사이트(www.egov.go.kr)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본인을 확인한 다음 발급받을 수 있다. 수수료도 없다.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어 맞벌이 부부나 직장인들은 사무실에서도 민원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전화 한 통화로 민원처리가 가능한 콜센터.

지난해 열린 ‘세계전자정부시장포럼’에서 서울시는 세계 100대 도시 전자정부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세계 35개 도시 시장·부시장이 참석하고 UN 경제사회국(DESA)과 미국행정학회(ASPA)가 후원한 권위있는 행사에서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로 인정받은 셈이다. 또한 서울시는 모스크바·하노이·나이로비 등 주요 도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국내 기업이 해외 도시 전자정부 구축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인프라와 전자정부시스템을 바탕으로 ‘전자정부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전화 한 통화로 해결되는 민원’을 표방하며 콜센터 서비스도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각종 민원 처리, 국민 제안 등을 전문적으로 상담하기 위해 콜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관세청, 국민권익위원회, 보건복지가족부, 외교통상부, 특허청 등이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해외에서도 정부의 콜센터 운영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24시간 운영하는 콜센터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120 다산콜센터 역시 365일 24시간 운영되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상 수화 상담과 문자 메시지 상담까지 제공한다. 다산콜센터는 서울의 관광 명소나 버스 노선, 수도·전기 요금 등 다양한 질문이 가능하다. 외교부는 2005년 4월부터 영사 콜센터를 운영하며 해외에서의 사건·사고를 24시간, 연중 무휴체제로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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