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는 또다른 명물이 있다. 바로 6년여간 거의 매일 오후 1시쯤부터 1시간30분 동안 호수교 아래에서 혼자만의 연주회를 갖고 있는 '색소폰 할아버지' 강완주(68)씨다. 강씨가 '목로주점' '동행' '창밖의 여자' 같은 흘러간 가요를 색소폰으로 흐드러지게 뿜어내면 호수공원을 산책하던 사람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벤치에 자리를 잡고 귀를 기울이거나 아예 음악에 맞춰 제자리 운동을 하기도 한다.
- ▲ 매일 낮 일산 호수공원에 가면 보고 들을 수 있었던‘색소폰 할아버지’의 연주가 이 젠 과거의 일로 돼버렸다. 획일적인 단속에 호수공원의 명물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조선일보
하지만 강씨는 6년여간 하던 연주회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일 호수공원관리사업소의 한 직원이 찾아와 "당장 때려치우고 철수하세요"라며 쫓아냈다고 한다. 기가 막힌 강씨가 짐을 정리하고 공원관리사업소로 찾아가 담당자에게 항의를 하니 "혼자서 하는 것도 음악인가요?"라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식 승인신청을 받아 야외무대서 하세요"라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강씨가 집에 돌아와 홈페이지에서 승인신청하려니까 단체만 할수 있게 돼있고 개인은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은 혼자서 연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강씨는 "호수공원측이 색소폰 연주를 노점상 단속하듯이 획일적으로 한다"며 "고양시가 문화가 뭔지를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호수공원관리사업소 임종윤 소장은 "시끄럽다는 민원이 접수돼 자제해달라고 권고를 했을 뿐"이라며 "연주를 계속하려면 승인을 받아서 하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