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정훈ㆍ출판평론가
그 각성 효과를 통해 이슬람에서 종교적 의미를 지녔던 커피가 이성 중심의 유럽에서는 '이성을 각성시키는 음료'로 홍보되어 토론과 정보 교류, 상거래 협상 등이 이루어지는 커피하우스가 성황을 이루게 되었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저자는 커피문화권에서는 뭔가 일의 피치를 올리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시는 편인데, 차문화권 사람들은 한숨 돌리며 쉬고 싶을 때 차를 마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여유로운 기분의 홍차에서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로 전환한 것이 그 후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보이지 않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커피와 차를 상반되는 문화적 코드 또는 유형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지나친 도식적 일반화 또는 환원주의의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펼치면서 일종의 단정적 일반론을 자주 활용한다. 예컨대 "사람은 뭔가 일이 있으면 모이고 싶어 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먹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불안해지면 자신과 다른 것을 찾아내 배제하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양인은 연설을 통한 싸움을 좋아합니다" 같은 것들이다. 일리 있는 지적들이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지만 좀 더 철저하게 따져 묻고 들어가야 하는 문제를 일반론으로 덮어씌운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은 논지 하나하나에 대해 근거와 출전을 꼼꼼히 들이대야 하는 학술서가 아니라 비교적 자유로운 교양 강의에 가깝다. 때문에 단정적 일반화나 저자 나름의 '추측성' 주장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책이다. 이 점에 주의하며 읽는다면 이 책은 근현대 문명이라는 큰 그림의 구도를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조감도다. 특히 역사 과목을 단순 암기 과목으로 대해야 했던 청소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