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거듭난 삶 2009. 11. 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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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제패한 원동력은 커피?

  • 표정훈ㆍ출판평론가
  • 입력 : 2009.11.14

 

사이토 다카시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표정훈ㆍ출판평론가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뜨인돌)이 말하는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은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사회주의·파시즘), 종교 등이다. 이러한 다섯 가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저자는 근대 세계가 형성되어 오늘날에 이르는 역사, 그러니까 근현대 세계사의 동력을 되살핀다. 사건이나 인물 중심이 아니라 경제ㆍ사회ㆍ문화ㆍ사상ㆍ예술 등 다양한 영역의 흐름들을 종횡으로 엮어가며 근현대 세계사의 얼개와 짜임을 제시한다는 게 특징이자 미덕이다. 사실상 근현대 문명론이라 해도 좋을 듯싶다. 2000년대 이후 일본 교양도서시장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의 공력을, 특히 글쓰기 측면에서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 각성 효과를 통해 이슬람에서 종교적 의미를 지녔던 커피가 이성 중심의 유럽에서는 '이성을 각성시키는 음료'로 홍보되어 토론과 정보 교류, 상거래 협상 등이 이루어지는 커피하우스가 성황을 이루게 되었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저자는 커피문화권에서는 뭔가 일의 피치를 올리고 싶을 때 커피를 마시는 편인데, 차문화권 사람들은 한숨 돌리며 쉬고 싶을 때 차를 마시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여유로운 기분의 홍차에서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로 전환한 것이 그 후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게 된 보이지 않는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커피와 차를 상반되는 문화적 코드 또는 유형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지나친 도식적 일반화 또는 환원주의의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자는 자신의 논지를 펼치면서 일종의 단정적 일반론을 자주 활용한다. 예컨대 "사람은 뭔가 일이 있으면 모이고 싶어 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먹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은 불안해지면 자신과 다른 것을 찾아내 배제하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양인은 연설을 통한 싸움을 좋아합니다" 같은 것들이다. 일리 있는 지적들이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지만 좀 더 철저하게 따져 묻고 들어가야 하는 문제를 일반론으로 덮어씌운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은 논지 하나하나에 대해 근거와 출전을 꼼꼼히 들이대야 하는 학술서가 아니라 비교적 자유로운 교양 강의에 가깝다. 때문에 단정적 일반화나 저자 나름의 '추측성' 주장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 책이다. 이 점에 주의하며 읽는다면 이 책은 근현대 문명이라는 큰 그림의 구도를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친절한 조감도다. 특히 역사 과목을 단순 암기 과목으로 대해야 했던 청소년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