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北) 경제조치 잇단 실패

거듭난 삶 2009. 12.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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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北) 경제조치 잇단 실패… 시장(市場)이 김정일 이기나

입력 : 2009.12.15 화폐개혁 후퇴 조짐… 돈 번 세력들은 통제 안되고 돈 맛 본 관리들은 이미 부패
주민들은 "굶어죽을 수 없다"… 식량매매 금지 등 흐지부지시
장통제 조치 약발 안먹혀… 지금 北 당국은 '진퇴양난'

"북한 정권이 또다시 시장(市場)에 밀리는 듯하다."

북한이 '시장 세력'(시장 상거래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억누르기 위해 전격 단행한 화폐개혁이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 정보 당국자가 한 얘기다.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 내부에서 전해오는 이 같은 첩보들이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는 1차 평가를 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북한은 2000년대 들어 숱한 시장 통제 조치를 내놓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옛 화폐 100원을 새 화폐 1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2009년판 극약 처방'도 벌써 약발이 안 먹히는 분위기다.

시장과의 전쟁에서 전패(全敗)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수백만명이 굶어 죽는 위기를 넘긴 뒤 '시장장려 조치'(2003년 3월)를 취했다. 소규모 농산품만 거래되던 농민시장을 공산품도 팔 수 있는 종합시장으로 확대했고, 상인들로부터 자릿세인 '시장 사용료'와 소득세인 '국가 납부금'을 걷었다. 배급제가 무너진 부분을 시장으로 메우려는 시도였다.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는 2003년 12월 "종합시장은 북한 경제관리 개선의 심도와 폭을 보여주는 사변"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북한 정권에 시장의 '부작용'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돈을 번 세력들은 국가 통제에서 벗어났고 '돈맛'을 본 관리들은 부패했다. 암(暗)시장에선 거래가 금지된 석유·석탄·군수물자 등이 나돌았다. 남한 제품은 '명품'으로 통했다. 매일 수천~수만명이 오가는 시장에선 '김정일 건강 이상' 같은 민감한 정보도 유통됐다.

그러자 북한 당국은 2005년 10월 양곡 전매제를 발표해 식량의 시장 거래부터 막으려 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에서 가장 활발하게 매매되는 품목이 식량이다. 2007년 2월의 '주민 외화사용 금지' 조치도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위안화 가격만 치솟게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50세 이상 여성만 장사를 하게 했고, 주요 시장을 폐쇄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모두 흐지부지됐다. "시장과의 전쟁에서 당국이 모두 무릎을 꿇은 것"(이조원 중앙대 교수)이다.

북 '시장화'는 이미 대세

북한은 공산권이 붕괴한 1990년대부터 '자력갱생'(자기 힘만으로 생존)이 아니라 '시장'과 '외부 지원'에 의존해 살아왔다. 그러나 남한의 지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끊겼고, 중국 지원도 1·2차 북핵 실험으로 예전 같지 않다. 작년 말 "시장을 없애라"는 김정일 위원장의 지시가 여태 먹히지 않을 만큼 "북한 주민들의 시장화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안보부서 당국자)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시장화를 막으려면 "주민들이 먹고살 만큼의 배급이 이뤄져야 한다"(조동호 이화여대 교수)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05년 양곡 전매제가 실패한 것도 주민들에게 배급할 식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배급제를 부활할 능력도 없고, 그걸 믿는 주민들도 없다. 북한 내부소식통은 "이번 화폐개혁 때 북한 당국이 '이제 배급이 재개되니 돈은 크게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선전했다가 주민들로부터 최악의 조롱을 받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90년대 왜 수백만이 굶어 죽었느냐, 두 번 다시 속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번 화폐개혁을 하면서 주민들의 시장화 수준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내부소식통은 "보위부 등은 일반 주민들이 10만~20만원(우리 돈 5만~10만원) 정도만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한 가구당 교환 한도를 10만원으로 잡았는데 상황은 전혀 달랐다"고 했다. 북한에서 중간층이면 한 집에 100만원쯤은 장롱에 보관하고 있고, 당(黨)·정(政)·군(軍)의 중간 간부들 가운데 그 가족이 시장에서 돈을 축적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최고위층은 이미 돈을 외화로 바꿔 손해를 입지 않았지만 체제 근간이 되는 중간층은 사정이 달랐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이 교환 한도를 50만원까지 늘린 것도 "시장 세력의 돈을 빼앗으려다 핵심 계층의 동요로 체제가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북한 소식통)란 관측이 나온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지금 북한은 시장을 허용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며 이번 '시장과의 전쟁'(화폐개혁)도 궁극적으로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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