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해경에 적발된 선박설계사의 50여척의 설계도면 유출 시도 사건을 계기로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자랑하는 국내 조선사들이 첨단기술 ’보안 관리’에는 극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술한 보안체계에다 첨단기술을 별다른 죄의식 없이 빼돌린 일부 선박 설계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겹쳐 첨단 조선기술 보안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행위는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한국 경제의 큰 축인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때문에 회사는 물론 관계당국의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기술 담긴 설계도면 빼내 = 5만t급 선박 50여 척의 설계도면을 유출했다 부산해경에 붙잡힌 선박 설계사 김모(30) 씨는 자신이 일하던 조선소에서 1년6개월동안 회사의 핵심기술이 담겨 있는 설계도면을 빼냈다.
김 씨는 회사에서 받은 암호로 1만여 차례 이상 공용 컴퓨터에 접속, 설계도면을 빼돌렸는데도 회사 측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회사 측은 김 씨가 필요 이상으로 암호를 해제하고 영업기밀을 자주 열어본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도 정확한 유출경위 조사 등은 하지 않고 “절대 회사 밖으로 유출하지 않았다”는 김 씨 말만 믿고 ’기술이 유출되면 모두 책임져라’는 내용의 각서를 받는데 그친 것으로 해경 수사 결과 나타났다.
문제는 국내의 다른 조선사들도 설계사들에게 영업기밀에 접속할 수 있는 암호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 측에서 암호해제와 영업기밀 접촉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사후에 점검하지만 첨단기술 외부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형편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은 업무 특성상 대표적인 영업기밀인 설계도면을 자주 열어볼 수 밖에 없어 이들이 마음먹고 기밀을 빼돌린다면 막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돈 때문에”..도덕적 해이 심각 = 해경 조사 결과 김 씨는 연봉을 더 많이 받고 높은 직급을 받기 위해 설계도면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소에서 연봉 3천만원 안팎인 주임으로 일하던 김 씨는 중국 조선소로 이직하면서 연봉 6천만원 짜리 대리 직급을 받았다.
해경은 김 씨가 더 나은 연봉과 직급을 받기 위해 설계도면을 빼돌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회사 영업기밀을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악용한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조선업계에서 경쟁사로 옮기거나 퇴사할 때 회사의 핵심 건조기술이나 부품제조기술, 설계도면 같은 영업기밀을 빼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영업기밀 유출은 몸값을 올려 회사를 옮길 때나 퇴사해 새로운 회사를 차릴 때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일부이긴 하지만 선박 설계 업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회사 존립 위협..조선분야 국가경쟁력 약화 = 이번에 김 씨가 빼돌린 설계도면 등은 5만t급 선박 50여 척 분량이다.
척 당 25억원의 설계비가 드는 것으로 단순 계산해도 회사 측은 1천200억 원 정도의 피해를 보는 셈이 된다. 더욱이 설계도면이 중국 같은 외국 경쟁 조선소로 흘러들어갔다면 조선분야 국가경쟁력까지 갉아먹게 된다.
최근 조선 관련 기술 유출사건이 잇따랐다. 지난해 수십조원의 부가가치를 지닌 첨단 선박건조 기술이 퇴직자와 브로커에 의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으며 선박 엔진 핵심부품 제조기술과 심해원유시추선이나 LNG선 같은 특수선박 건조기술이 회사 관계자나 국내 조선소에 파견 온 중국 선급검사관에 의해 유출되기도 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인 국내 조선기술을 따라잡으려는 중국 조선소들의 추격이 무서운 상황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된다면 해당 회사는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되고 조선분야 국가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조선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강력한 보안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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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 기술만 '최고'…보안은 '허술'
입력 : 200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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