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고리 3,4호기(APR-1400) 원전 건설 현장
우리나라의 한전컨소시엄이 작년말 400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4기를 아랍에미리트연합(이하 UAE)에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사상 최고의 해외 수주액으로 기록될 이번 계약은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운영, 폐기물 처리 등에 대한 국내 기술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전략이 빚은 합작품이다.
이번 수출 원전에는 국내 원자력 신기술이 포함됐다. 개발을 주도한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한수원) 산하 원자력발전기술원(원장 이주상)을 통해 국내 원자력 신기술에 대해 알아본다.
◆세계가 인정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
우리나라가 UAE 원전 수주용으로 내세운 모델은 제3세대 원전인 신형 경수로 APR1400(Advanced Power Reactor 1400)이다.
3세대 원전인 APR1400은 원자력발전기술원의 설계를 통해 탄생했다. 기존 한국형 원전인 1000㎿급 OPR1000보다 발전용량을 40% 증가시킨 1400㎿급 신형이다. 안전성과 경제성도 강화한 모델이다. 1999년 기본 설계를 완료하고 2002년 국내 표준설계 인가를 받았다. 그 후 지난 2007년 신고리 3,4호기 건설을 시작해 2013년과 2014년 각각 준공될 예정이다.
기존 경수로 원전은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에 견디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하지만 신고리 3·4호기는 리히터 규모 7의 강진에도 문제없도록 설계돼 내진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원자력발전기술원은 설명했다. 원전 수명 역시 60년에 달해 일반적인 원전 가동기간 40년보다 20년 더 늘어났다.
특히 한전컨소시엄이 UAE에 제시한 원전 건설기간은 52개월로 프랑스의 60개월, 미국의 57개월보다 짧다. 건설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던 비결은 원자로 건물의 격납철판 공사를 한 번에 시공 설치할 수 있는 모듈화기술 등 신공법 개발을 통해서다. UAE 정부가 한전컨소시엄을 원전 사업자로 선정한 배경에도 이 같은 공기 단축 부분이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아날로그 원자로 운전에서 디지털 정보화 운전으로 발전
MMIS(Man Machine Interface System, 원전 계측제어 시스템)는 원자력발전소의 상태감시 및 제어, 보호 등을 담당하는 기술이다. 원전의 두뇌이자 신경조직에 해당하는 핵심 분야다.
이 기술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원전 선진국들만이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건설된 원전 20기엔 모두 외국 회사가 제작한 MMIS가 적용됐다.
우리나라는 2002년 한수원 원자력발전기술원을 비롯한 한국전력기술 등의 설계회사가 참여해 MMIS 계통설계기술을 개발했다. MMIS 기기 제작기술이 우리나라가 원전 기술을 완전 자립하기위한 마지막 해결 과제였다. 지난 2001년부터 국책과제로 추진돼 온 국내 MMIS 기기제작기술은 7년 동안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원자력연구원, 우리기술, 포스콘 등에서 연구인력 250여명이 참여해 완성했다.
- ▲ 원자력발전기술원에서 개발한 워크스테이션(디지털) 주제어실 (제3세대 원전 APR1400에 새롭게 도입)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3세대 원전용 MMIS는 기존의 아날로그 제어방식을 벗어나 모든 운전원이 디지털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발전소 정보를 관리 감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기존 주제어실은 방대한 제어반에 대한 감시와 조작에 다수의 운전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3세대 MMIS는 디지털 제어방식으로 역할조정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운전에 대한 효율성을 높여 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제어가 가능하다는 것이 원자력발전기술원측 설명이다.
원자력발전기술원 신영철 팀장(계전설계팀)은 “이번에 개발된 MMIS를 APR-1400에 적용하면 비정상 사고가 발생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모든 시스템을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해 보다 정확하고 안전한 원전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원전 폐기의 선진화를 이룬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기술
‘방사성폐기물 유리화’ 기술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혁신적으로 줄인 후 최종적으로 남는 방사성 물질을 유리구조 속에 가두는 기술이다.
기존 처리방식에 비해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약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전소 내 저장능력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고 처분장의 부지난도 크게 완화시킬 수 있다. 또 폐기물을 물리화학적으로 가장 안정된 상태로 만들어 준다. 방사성폐기물 유리고화체의 견고성은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침출시험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원자력발전기술원 박승철 부장(유리화연구팀)은 “우리나라 방사성폐기물 유리화기술은 1994년에 기초연구에 착수해 2008년 국산화 개발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울진 유리화플랜트를 건설했고 엄격한 안전성 심사를 거쳐서 작년 교과부에서 상용운전 허가를 얻어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박 부장은 “이로써 향후 방사성폐기물을 보다 안전하고 친환적이며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주) 원자력발전기술원은 그동안 개발한 유리화플랜트를 원자력발전소에 적용했다. 원자력발전 종주국으로 꼽히는 미국 SRNS사 및 EPRI에도 약 45만달러의 기술수출을 이룩했다. 현재는 미국 DOE 및 일본 간사이전력의 기술지원 요청에 따라 플랜트급 기술수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원자력발전기술원은 설명했다.
- ▲ 불연성 방사성 폐기물(좌)과 그것이 유리화된 폐기물(우)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