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아찔한 소말리아 ‘해상드라마’

거듭난 삶 2009. 4. 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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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소말리아 ‘해상드라마’
 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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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美선박 피랍→선원 해적 격퇴→선장 납치→해군 출동

미국 화물선이 인도양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고 납치됐다 풀려나는 ‘해상 드라마’가 연출됐다. 선박이 납치되자 선원들은 무기도 없이 해적 한 명을 붙잡아 협상을 벌인 끝에 배를 되찾았다. 하지만 해적들은 선장을 붙잡은 채 배를 떠났다. 미국은 즉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해군 함정을 급파, 선장의 구출 작전을 펴고 있다.

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화물선 ‘머스크 앨라배마’호(사진)가 해적선의 공격을 받은 것은 7일 오전 7시30분쯤 소말리아 동북부 에일항 남동쪽 450㎞ 해상에서였다. AK-47 소총으로 무장한 해적 4명은 공격을 시작한 지 5시간 만에 앨라배마호에 올라탔다. 당시 배에는 미국인 선원 20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들은 ‘해적 대처요령’에 따라 해적들이 타고 온 배를 망가뜨렸다.

무기라고는 소방용 호스밖에 없었지만 선원들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았다. 선원들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해적 한 명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선원과 해적들은 이때부터 12시간 동안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결국 선원들은 붙잡은 해적을 풀어줬고, 해적들은 선장 리처드 필립스를 인질로 잡은 채 앨라배마호의 구명보트를 타고 떠났다.

2등 항해사 켄 퀸은 CNN과의 통화에서 “필립스 선장과 무선을 통해 연락하고 있으며 그는 무사하다”며 “해적들은 몸값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선원들은 구명보트에 음식을 제공하려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 관계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수시로 보고받으며 상황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해역에서 수백㎞ 떨어져 있던 미 구축함 ‘베인브리지’호가 8일 새벽 앨라배마호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아덴만에 투입된 다른 전함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다. AP는 선장의 안전을 고려해 협상을 먼저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1만7000t급의 앨라배마호는 세계식량계획(WFP)이 소말리아와 우간다에 지원할 식량 등 구호물자가 담긴 401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케냐의 항구도시 몸바사로 향하던 중이었다. 미 화물선이 해적들에게 납치된 것은 19세기 초 북아프리카 바르바리 전쟁 이후 처음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