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99세 할머니 詩人

거듭난 삶 2011. 1.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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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세 할머니 詩人

  • 입력 : 2011.01.07 23:30

 

 

1998년 프랑스에서 열 살 소녀가 쓴 시 한 편이 파리 지하철 승객들을 울렸다. 아빠가 비행기 사고로 숨진 지 다섯 달 된 소녀 카트린이 쓴 '우리 아빠'였다. 지하철공사가 공모한 시 7000여 편 중에서 뽑혀 객차마다 전시됐다. '아빠는 내 영혼 속에서 무지개, 날개 달린 천사/ 꿀벌이 됐어요/ …/ 높은 곳에서 아빠는 동틀 때까지/ 황금침대에 누워 잠자고 있어요/ 내 영혼이 바라는 대로.' 아빠의 안식을 기도하는 천사의 노래가 심사위원들을 울렸다고 한다.

칠레 소설 '네루다와 우편배달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네루다가 시골 우편배달부에게 시를 가르친다. 배달부는 시인에게 "은유란 무엇이냐"고 묻는다. 네루다는 "시에서 '하늘이 울고 있다'면 무슨 뜻일까"라고 되묻는다. 배달부는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라고 절로 답하면서 시를 깨닫는다.

윤정희가 시인을 꿈꾸는 예순여섯 할머니를 연기한 영화 '시'에 김용택 시인이 나와 문화센터에서 시를 가르친다. 그는 흔한 과일, 사과를 시에 비유한다. "누구나 사과를 숱하게 봤다고 하겠지만, 사과와 대화하고 싶어서 봐야 진짜로 본 것"이라고 한다. 시는 사과처럼 주변에 흔하게 있지만 사물을 새로 깊이 있게 봐야 시가 된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아흔아홉 살 시바타 도요 할머니가 낸 시집 '약해지지 마'가 곧 100만부 판매를 돌파할 거라는 소식이다. 아흔두 살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아마추어지만 노경(老境)의 깨달음과 지혜를 쉬운 말로 전하면서 웅숭깊은 감동을 빚어낸다. 사람들이 베푼 친절을 '저금'해 두면 '연금'보다 더 좋다고 속삭이는 식이다. 메마른 현실에서 잊었던 '착한 마음'을 되살려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아이와 손을 잡고/ 당신의 귀가를 기다리던 역/ …/ 그 역의 그 골목길은/ 지금도 잘/ 있을까'라는 자작시 '추억'을 가장 마음에 들어한다. '아흔여덟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이란 시 '비밀'도 있다. 할머니는 외롭고 힘들 때마다 "인생이란 언제라도 지금부터야. 누구에게나 아침은 찾아온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아침처럼 시도 찾아온다. 네루다는 "시가 내게로 왔다"고 했다. 지금껏 한 길을 걸어온 어르신들은 시 한 편씩 짓는 게 어떨까. 시를 쓰면 아흔아홉 할머니도 소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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