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은퇴 후 40년 살아가는 법

거듭난 삶 2012. 1. 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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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에 부담 주며 용돈 받느니… 집 줄여 노후자금으로 써라

입력 : 2012.01.05 03:02

[5] 부동산 깔고 앉아 있지 말자
100세까지 살면 자식도 70세… 재산 물려줘도 큰 의미 없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달 안정적으로 돈 나와
작은 집으로 이사 가거나 상가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

지난 1일 새해 아침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의 한 아파트. 집 안에서 색소폰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기홍철(69)씨의 연주에 맞춰 큰아들 봉철(42)씨를 비롯한 삼남매와 손자들이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할아버지, 색소폰 짱!" 손자 현빈(11)군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어디로 보나 화목한 가정인데, 1년 전만 해도 기씨는 불안했다고 한다. 1998년 보험감독원(현 금융감독원)에서 은퇴한 뒤 보험 손해사정사로 일하며 받는 수당(150만원)과 국민·개인연금을 포함해 한 달 수입이 225만원이었다. 세금 내고, 아파트 관리비 넣고 경조사(慶弔事)에 생활비까지 하면 한 달에 59만원 적자였다.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할 텐데 불안하기만 했다.

그가 택한 방법은 주택연금(일명 '역모기지론')이었다. 주택을 담보로 맡기는 대신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연금을 타는 방법이다. 지난해 1월 그는 자녀 3명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에게 용돈을 안 받겠다. 대신 집을 물려받을 생각은 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장남 봉철씨는 "아쉬운 마음이 아주 없지야 않았지만, 자녀들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5억3000만원(주택금융공사 감정가)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지난해 2월부터 매달 167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주택연금을 받은 뒤 그의 삶은 확 달라졌다. 남는 돈으로 색소폰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고, 민요교실에도 등록했다.

①집 담보로 연금 받기(주택연금)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자산의 74%가 부동산에 잠겨 있다. 가구주가 50대인 경우 부동산 자산 비율이 76%, 60대 이상인 경우 83%에 달했다. 이럴 경우 은퇴 후엔 현금 흐름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은퇴 전문가들은 '부동산 다운사이징(downsizing)'을 해법의 하나로 제시한다.

지난 1일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의 한 아파트에서 기홍철씨(오른쪽)가 자신의 자녀와 손자들 앞에서 색소폰을 연주하고 있다. 그는 “주택연금을 받으면서 나의 삶뿐만 아니라 자녀들과의 관계가 훨씬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가 임박한 세대들은 1980~90년대 '부동산 자산=차익 실현=최고 재테크'를 공식처럼 머리에 새기고 다닌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은 "100살에 죽을 때 70살 자녀에게 집을 물려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차라리 집을 연금화하고 자식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게 진짜 상속"이라고 말했다.

②작은 집으로 옮기기

평수 넓은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항공사 국제선 승무원을 하다 1998년 퇴직하고 웨딩홀 주례와 복지관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70)씨는 매달 150만원 정도를 벌지만 언제 일이 끊길지 몰라 불안했다. 그는 은행과 지인들에게 불안한 맘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모두들 "집값이 더 오를 텐데 집은 팔지 말라"고 말렸다.

그럼에도 그는 4년 전 광진구 자양동의 158㎡(48평)짜리 아파트를 7억원에 팔아 강동구에 있는 99㎡(30평)짜리 아파트를 3억원에 주고 샀다. 남은 돈 4억원 중 2억원으론 빚을 갚고, 나머지는 펀드에 가입했다. 집을 줄이니 매달 내는 아파트 관리비와 재산세도 절반으로 줄었고, 소득에서 일부분 적금을 부어 1년에 2차례씩 여행을 갈 여유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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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강원도의 고교 교사를 끝으로 은퇴한 박부희(66)씨도 자신의 경기도 분당 아파트(158㎡)를 최근 내놓은 뒤 용인에 있는 한 아파트(109㎡)를 분양받았다. 그는 "흔히들 명절에 자녀와 손자들이 찾아오기 때문에 큰 집에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와서 자지도 않더라"면서 "얘들 때문에 집이 커야 한다는 것은 구닥다리 생각"이라고 말했다.

③상가·오피스텔로 갈아타기

집을 팔고 역세권 중심의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6년 전 신협에서 은퇴한 김모(51)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개업했지만, 한 달에 채 200만원을 못 벌었다. 그는 자신의 3억원짜리 아파트를 팔아 서울 강남 역삼동에 20평짜리 상가 건물을 얻었다. 김씨는 "매달 월세가 170만원씩 나온다. 투자만 잘하면 '연금 생활자'가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퇴자들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탈 때 꼭 염두에 둬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리모델링비 등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재산세·관리비 등이 만만치 않고, 급하게 팔고 싶을 때 잘 팔리지 않아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것. 유영곤 신한은행 PB 팀장은 "무조건 역세권 수익형 부동산으로 선택해야 하고, 세입자들과 법적인 다툼이 날 수도 있으니 공부를 철저히 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최고"… 주부들 임의가입 급증

입력 : 2012.01.09 03:01

국민연금 임의가입이란 일정한 소득이 없어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도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한 제도로 198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임의가입 제도 시행 이후 2009년까지 3만6368명에 불과하던 가입자 수가 2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해 작년 12월 현재 17만1134명에 이른다. 이 중 여성이 14만1421명으로 82%에 달한다.

임의가입자가 급증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경우 물가가 오르면 나중에 받는 연금도 그만큼 더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구전을 타고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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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자는 공무원·교사 등을 제외한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모든 사람으로 1900만명이다. 하지만 소득이 없더라도 임의가입 형식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임의가입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만 18~60세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최소 가입금액은 8만9100원, 최대는 33만7500원이다. 현재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평균 월 11만2680원을 납부하고 있다. 최소 10년은 납입해야 국민연금을 평생 받을 수 있다. 60세에도 가입해 10년 동안 납부를 하고 70세부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3개월 연체가 되면 자동으로 탈퇴 처리된다. 가입 후 납부가 어려우면 6개월~1년 정도까지 미납기간을 연장해 추후 납부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입하려면 국민연금공단 콜센터(국번 없이 1355)나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주택연금 가입 땐… 5억짜리 집 맡기면 월 144만~221만원 죽을 때까지 지급

입력 : 2012.01.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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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연금은 집 한 채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어 은퇴자들의 새로운 노후 준비 수단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2007년 처음 도입된 뒤 4년5개월 만에 최근 가입자가 7000명을 돌파했다. 미국보다 2배 빠른 속도다. 미국의 정부보증 역모기지론(HECM)은 1989년 출시 이후 4년간 3529명이 가입했다. 김형목 한국주택금융공사 팀장은 "현금 자산 비중이 낮은 한국의 은퇴 세대들에게 주택연금의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가입자와 배우자의 나이가 만 60세 이상이 돼야 한다. 또 시가로 9억원 이하의 주택(아파트·단독·연립·다세대 등)만 가능하다. 주택 감정가격은 주택금융공사에서 한국감정원에 의뢰한 결과를 토대로 결정된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다. 100세 이상 장수해도 연금이 계속 나온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 사망할 경우 주택을 처분한 금액에서 이미 수령한 연금액을 제외한 돈을 상속인에게 돌려준다. 주택가격이 2억원일 경우 만 65~75세 가입자는 매달 57만~88만원, 5억원은 144만~221만원, 7억원은 200만~31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물가가 올라도 같은 돈을 받는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연금을 타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 매달 똑같은 금액을 평생 받는 방식이 있고, 급히 돈 쓸 곳이 있을 때 일정한 금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금액만 연금으로 타는 방식도 있다. 상담과 주택 감정을 거쳐 연금을 수령하기까지 통상 1주일~열흘이 걸린다. 문의는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나 콜센터(1688-8114).

후원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퇴직 후 바로 국민연금 안 나와… 소득 없는 '마의 10년(현재 40세인 경우 55~65세)'을 버텨라

 

입력 : 2012.01.04 03:54

 [4] 연금 받기 전 10년 준비하자
현재는 60세부터 연금 지급 5년마다 한살씩 늦춰져
퇴직연금·개인연금 등 깨기 힘든 저축 늘려야
10년간 월 100만원 받으려면 40세부터 월 73만원 저축을

올해 중학교 들어갈 딸 하나를 둔 아빠이며 제2금융권에서 일하는 이동빈(40)씨에게 지난 연말 국민연금공단에서 안내문 한 장이 왔다. '60세까지 불입할 경우 고객님의 예상 연금액은 매월 100만7000원입니다.' '국민연금은 물가 오름폭이 수령 연금액에 반영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설명도 눈에 띄었다. 이씨는 "그나마 월 100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통지서를 살펴보던 이씨의 눈에 만 65세가 돼야 비로소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 들어왔다. "내가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 이씨는 불안해졌다. 55세에 은퇴한다면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이씨는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씨의 재산은 은행 대출 1억7000만원을 끼고 산 시가 4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와 3000만원 정도의 펀드가 전부이다.

'5565 마(魔)의 10년'

'직장에서 은퇴하고, 가진 재산이라곤 집 한 채, 국민연금은 10년 뒤에나 받는다.' 바로 현재의 30~40대가 55세가 되면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될 현실이다.

본지와 삼성생명이 지난달 은퇴를 앞둔 전국 40~50대 남녀 500명에게 '은퇴 후 생활비를 어디서 조달할 계획인가' 물었더니 절반 이상(56.2%)은 연금으로 생활하겠다고 답했다. 근로소득(17.2%), 부동산 임대소득(14.0%)이 뒤를 이었다. 이자소득(6.0%), 투자소득(2.4%), 자녀의 지원(1.8%)은 답이 많지 않았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퇴직 후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지게 된다. 1953~1956년생은 만 61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고, 1957~1960년생은 62세,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부터 받을 수 있다. 1969년 이후에 출생한 연금 가입자는 만 65세가 되어야 연금을 받게 된다.

1969년 이후 태어난 사람이 55세에 퇴직한다면 연금을 받을 65세가 되기까지 '5565(55~65세)'의 '마의 10년'을 넘겨야 한다. 더구나 100세 시대의 5565시기는 아버지 세대의 5565시기와 다르다. 만혼(晩婚) 추세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 살아야 하는 자녀를 뒷수발하고 80~90대 부모 부양도 해야 한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은퇴 후 40년을 준비하는 가장 첫 단추는 바로 이 마의 10년의 재무 계획을 미리 탄탄히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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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를 채워라

은퇴 예비자들이 생각하는 은퇴 후 월 적정 생활비는 239만원이다(통계청 '가계금융조사'). 그 절반도 안 되는 100만원이라도 매달 손에 쥐려면 은퇴 전에 매달 어느 정도 저축해야 할까. 55세부터 10년 동안 매달 100만원을 받기 위해선 현재 40세라면 월 73만원, 45세라면 122만원, 50세라면 270만원을 매달 저축해야 한다(물가상승률 3%, 투자수익률 4% 가정). 〈표 참조〉

40세에 시작하면 50세에 시작하는 것보다 월 부담액이 200만원이나 줄어든다. 미리부터 은퇴자금을 적립하면 55세 이후 마의 10년을 버티기가 한결 수월해지는 것이다.

은퇴자금은 어떤 경우에도 손대지 않는 게 좋다. 아예 중도 인출이 어렵거나, 중도 인출 시 불이익이 많은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퇴직연금·연금저축(펀드)·변액연금보험이 대표적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퇴직연금이다. 다니는 회사에서 직접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는데다 원칙적으로 중간정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없는 셈치고' 회사에 다니다 보면 어느새 상당한 노후자금이 쌓이게 된다. 연금저축(펀드) 또한 10년 이상 가입하지 않고 중도 환매할 경우 최종수령액의 22%를 기타소득세로 내야 하기 때문에 도중에 깨기가 쉽지 않아 '족쇄' 역할을 한다. 연 4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도 받을 수 있다. 10년 이상 넣어야 비로소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변액연금보험 또한 강제로 노후 자금을 모으는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자기 나름대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등으로 돈을 굴려 목돈을 만든 뒤 은퇴 이후 알뜰하게 빼쓸 수도 있다. 다만 이때도 '은퇴 때까지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녀 교육비나 결혼비용 등의 목돈은 별도의 꼬리표를 붙여 관리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 자녀 명의로 펀드에 가입하면 심리적으로 손대기가 쉽지 않은 데다, 10년간 총 1500만원 한도 내에서 증여세가 면제된다.

김기홍 대한생명 강남FA센터장은 "월 소득의 일정 부분을 무조건 은퇴자금으로 저축하고, 은퇴 후 제2의 직업까지 준비한다면 마의 10년을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면 버리고 어떤 일이든 하라… 돈·건강·가정 모두 얻게 된다

 

입력 : 2012.01.10 05:35

[은퇴 후 40년 살아가는 법] <7> 남의 눈 의식 말고 일하자
월 80만원씩만 계속 벌어도 웬만한 연금 받는 것과 같아, 교장·CEO 출신도 궂은 일 "부끄러워하는 게 창피한 것"
은퇴 시기 늦추기 위해 눈 낮춰 미리 이직할 수도

"주문하신 세트 나왔습니다. 운전 조심하시고요, 고맙습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 머리 희끗희끗한 이승화(60)씨가 자동차에 탄 손님에게 햄버거를 건네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는 '실버 알바(아르바이트)생'이다. 시급 5300원. 주 5일간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해 한 달에 80만원 정도 번다. 원래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일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우리나라에 컴퓨터 자체가 생소하던 1978년 KIST에 입사해 기업체, 병원, 군(軍)에 컴퓨터 프로그램을 설계해 주는 일을 했다. 1998년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한 뒤 다른 은퇴자들처럼 여행하며 봉사활동하며 지내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이 매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캐나다 여행 가서 전직 의사였던 백발노인이 서빙해주는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런 일이라면 나도 즐겁게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부인 엄희자(56)씨도 같은 매장에서 함께 알바로 일하고 있다.

월급 80만원이 국민연금 30년 가치

이씨는 "알바 하며 돈도 벌고, 번 돈으로 친구들 만나니 집에서 눈칫밥 먹지 않아도 되고, 규칙적으로 몸쓰는 일을 해 저절로 운동까지 되니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그는 "남들 보기 부끄러워서 일 안 한다는 사람이 제일 창피하고 바보 같다. 나이 먹고 어디든 자기를 써주는 곳이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재고용의 기회가 있다면 월급이 아무리 적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현금흐름이 극적으로 개선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놀다가 한번 일하기로 결정하면 '자산'이 된다.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인적(人的) 자산(human capital)'의 가치는 0이 되기도 하고 높아지기도 한다. 이승화씨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받는 월 80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받으려면 매달 25만원씩을 30년 이상 넣어야 했을 것이다. 25만원은 지난해 국민연금 의무가입자의 평균 납입액 17만원을 웃도니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이승화·엄희자씨 부부가 3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손님들에게 햄버거를 건네고 있다. 이씨는“아들 녀석이 처음엔‘왜 힘든데 거기서 일하느냐’고 반대하더니, 재밌게 일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는‘무리하지 말고 하세요’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나이·체면·시선을 버리니"

이종석(68)씨는 '실버 주유원'이다. 경기도 의왕의 현대 오일뱅크 주유소에서 일한다.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2006년 은퇴했고, 2009년부터 주유기를 손에 잡았다. 그는 "나이, 체면, 남들의 시선 세 가지를 버리니까 돈과 건강, 가정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은퇴자의 평균 은퇴 연령은 60.7세인 반면, 아직 은퇴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신의 예상 은퇴연령은 65.5세였다. 은퇴 예비군의 바람대로라면 5년 동안 어떤 식으로든 일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은 "정년 후에 일을 하려면 화려하고 권한 있는 일은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고, 어떻게 보면 허드렛일에 가까운 일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역 때 잘나가던 은퇴자들이 모여 어찌 보면 허드렛일을 하는 사업장을 꾸리기도 한다.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청역 앞에 문을 연 '싱그로브'라는 이름의 실버 카페. 16명의 은퇴자들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4개조로 돌아가며 하루 4시간 정도씩 일하고 한 달 50만원 정도를 받는다. 카페 주인 황경연(59)씨는 전직 건설회사 CEO이다. 지난해 8월 말 과천외국어고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류재희(61)씨는 좁은 주방에서 주먹밥·샌드위치 등을 만드는 조리 담당이다. 류씨는 "주위에서 '격(格) 떨어지게 무슨 그런 걸 하냐'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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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낮춰 이직하는 것도 방법

조영학(51)씨는 2010년 4월까지 LG그룹 계열사인 LG하우시스의 본부장이었다. 지난해 4월 희망퇴직한 뒤 퇴직금과 저축 3억~4억원을 털어 건축자재 쪽 사업을 하려고 10개월 동안 검토하다 생각을 접었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직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그는 욕실자재를 만드는 직원 25명의 중소기업 임원이 됐다.

예전 직장에 비해 직원은 100분의 1, 매출은 200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그는 "번듯한 명함만 따져서는 늙어서도 지속가능한 일자리에 남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