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중국이 마침내 지구촌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에 올라섰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문제지만 중국정부는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될지 모르는 에너지 부족 사태가 더 큰 걱정거리다. 해외 석유자원 개발과 원자력 발전소 건설,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 등 안정적 에너지원 확보에 관한 것이라면 뭐든 열심이다. 특히 재생 가능 에너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총 에너지 소비량의 10%, 2020년까지 15%를 충당하는 게 목표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는 2011년 5%, 2030년 9%를 목표치로 삼고 있다.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이 더저우·난양·내몽골 등 중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 현장을 둘러봤다. 편집자
기획연재/ 재생에너지 현장을 가다 ① 중국
▣ 더저우·회이텅씨러=글·사진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 팀장
베이징에서 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산둥성 더저우는 중국이 자랑하는 ‘태양 도시’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부터 시내로 이어지는 10km에 이르는 길은 세계 최장의 태양 에너지 가로등 거리다. 시내 아파트 옥상 위엔 어김없이 태양열 온수기가 빼곡히 자리잡았고 도심 가로등, 교통 전광판, 신호등도 모두 태양광으로 작동한다. 더저우는 2006년부터 모든 신축건물에 대해 태양에너지 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건축계획 도면에 태양에너지 설비가 반영되지 않으면 아예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 ‘태양의 도시’. 닭고기로 유명했던 산둥성 더저우 시내 아파트 옥상엔 어김없이 태양열 온수기가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 장잉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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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설치량이 유럽 10년 보급량보다 많아
닭고기로 유명했던 더저우가 태양 도시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중국의 태양에너지 산업을 선도한 ‘황밍태양에너지그룹’이 버티고 있다. 1995년 황밍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딴 황밍그룹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중국의 태양에너지 산업은 황무지에 불과했다. 황밍그룹은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홍보하기 위해 ‘환경보호 100개 도시 순회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중국 전역 8천만km를 돌았다. 태양열 진공관, 태양열 온수기,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황밍그룹이 지금까지 생산한 태양에너지 설비 총량을 에너지로 환산하면 석탄 2억t 분량에 해당한다. 황밍그룹이 더저우에 내는 세금은 시 전체 세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낸 것도 무리는 아닌 게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에는 세계 태양열 집열기의 약 76%가 설치돼 있다. 중국 태양에너지 산업위원회가 2005년 말 내놓은 통계자료를 보면, 중국 내 태양열 집열기 총보유량은 7500만㎡에 이른다. 쉽게 말해 태양열로 가열한 온수를 4천만 가구, 약 1억5천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중국은 2005년 한 해에만 1500만㎡의 태양열 집열기를 새로 설치했는데, 이는 유럽이 지난 10년간 보급한 태양열 집열기 총량보다 많은 수치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중국에서는 정부 보조금이나 지원제도 없이 온전히 시장의 힘으로 태양열 온수기가 확산됐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태양열 온수기는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처럼 사용된다. 황밍 대표는 “물 1℃를 높이는 데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면 중국에서 단가는 0.15~0.2위안, 미국에서는 4센트다. 비용이 낮은데도 미국에서 태양열 온수기가 확산되지 않은 것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태양열 온수기를 가전제품처럼 편하게 설치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생활용품화한 것이 단기간에 태양열 온수기가 확산된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황밍그룹이 중국 전역에 운영하는 태양열 온수기 대리점만 해도 1만5천 개다. 더저우의 대리점 풍경도 여느 가전제품 대리점과 다르지 않았다.
황밍그룹과 함께 태양에너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로 선테크파워를 들 수 있다. 이 업체는 일본의 샤프, 독일의 큐셀(Q-CELL)과 함께 현재 세계 3대 태양광전지 생산기업으로 꼽힌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빛을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기술로 태양전지로 구성된 모듈과 축전지, 전력 변환 장치로 구성된다. 중국 기업들은 주로 일본에서 태양전지를 수입해 모듈을 생산·가공해 수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선테크파워가 태양광 전지를 생산해내면서 중국의 태양광 기술 수준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썬테크파워는 2005년 중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증시에 상장을 했고, 2006년에는 일본 최고 수준의 모듈회사인 MSK를 인수·합병했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태양광 에너지 전력 공급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실리콘의 원료인 규소석이 풍부한 나라로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규소석을 이용해 세계적으로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다결정 실리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태양광 내수 시장이 형성될 경우 세계 태양광 산업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다. 이미 중국의 태양에너지 시장은 연간 20~30%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유럽의 2배, 북미의 4배에 이르는 속도다.
△ 광활한 초원에서 이동 생활을 하는 내몽골자치구의 몽골족들은 이동식 태양광 집열기를 활용해 ‘문명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 왕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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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저우에 이어 선양시 건설위원회는 8월1일부터 신축·개조하는 주택을 포함한 모든 건축물에 태양열 온수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결정했다. 상하이에서도 태양에너지 사용 확대를 위해 지원금과 세금 공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태양광 휴대전화가 인기다. 이 휴대전화는 태양광과 실내등 불빛은 물론, 촛불만 비춰도 배터리가 충전된다. 이처럼 중국의 각 도시들이 ‘태양 도시’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태양광 발전이 태양열 온수기나 태양광 휴대전화처럼 생활용품으로 대중화된다면 중국이 세계 태양에너지 산업을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온수기·휴대전화 등 생활용품으로 대중화
중국에서 불고 있는 재생에너지 열풍은 태양에너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거대한 땅 덩어리를 가진 중국은 풍력이란 또 다른 무한 에너지원을 활용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꼬박 12시간을 달려 도착한 내몽골 풍력발전 단지에서 그 현장을 만났다.
길을 제대로 찾은 게 맞나 싶을 쯤 멀리 수백 기의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해발고도 약 1700m에 펼쳐진 온통 초록의 들판에 자리잡은 회이텅씨러 풍력발전 단지는 중국 전역에서 가장 뛰어난 풍력자원을 보유한 내몽골의 자랑이다. 1989년 내몽골 주르허에 처음으로 대형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이후 샹뚜·씨린하오터·회이텅씨러·따리우에 잇따라 풍력발전 단지가 조성돼 연간 1.6억kWh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는 전력회사에 판매한다.
중국에선 아직도 1천여만 명이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몽골자치구에 거주하는 몽골족도 마찬가지다. 몽골족은 광활한 초원에서 수십km 단위로 떨어져 유목생활을 한다. 이동을 할 때마다 송전 시설을 갖출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태양열과 풍력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가 잘 어울린다. 내몽골에는 100여 개의 현·군이 있는데 50여 현·군에서 풍력발전을 이용하고, 30만 가구가 소형 풍력발전기로 전기를 얻는다. 내몽골의 가옥 구조는 전통적인 천막인 ‘게르’에 소형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집열기가 갖춰져 이색적이다.
중국 정부가 2006년 입안한 재생가능에너지법 제15조는 “정부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시골 지역에 독립형 재생가능 에너지 시스템을 통해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유목민이 풍력과 태양 에너지를 설치할 경우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내몽골 쿠부치사막 생태환경연구소 이치앙 소장은 “500W 풍력발전기 하나로 전등, 텔레비전,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는데, 석탄이나 나무 대신 재생 가능 에너지를 이용하면서 사막화 방지와 환경 개선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내몽골자치구 풍력기업들은 연간 3만5천 기의 소형 풍력발전기를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오지 마을에 독립형 재생 가능 시스템을
중국 정부는 서부개발과 농촌지역 에너지 보급에도 재생 가능 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장을 비롯해 윈난과 칭하이 같은 농촌 마을을 재생에너지 생산 시범마을로 지정하고, 각 가구당 500위안을 지원해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주고 있다. 태양열 조리기도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이는 티베트와 같이 일조시간이 높은 곳에서도 환영을 받는다. 2005년까지 68만 대가 보급됐다. 우리나라에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교육을 할 때나 사용하는 조리기가 티베트에선 생활용품이다.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에너지가 산간 오지 마을에서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는 대안을 넘어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전세계 15%를 먹어치운다
‘에너지 먹는 하마?’
지난 7월 다국적 정유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발표한 ‘2007 세계에너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세계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2.4%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국의 지난해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무려 8.4%에 이른다.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국 경제는 지난 5년간 전세계 에너지 소비 증가량의 절반을 먹어치웠다. 현재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은 한 해 3억4900만t으로 중남미 대륙 국가들과 아프리카 대륙 국가들의 사용량을 모두 합한 양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에너지 소비대국인 중국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인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아프리카와 남미는 물론 러시아, 캐나다에서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지속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7월 네덜란드 환경평가청(NEAA)은 2006년 주요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중국이 62억t으로 58억t에 그친 미국을 추월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국제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로선 부담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의 4분의 1, 영국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내세운다. 에너지 소비 대국이자 생산 대국이라는 점도 잊지 않는다. 에너지 자급률이 90% 이상에 이르고,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아직 미국의 8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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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여, 에너지 시장으로 오라
△ 리쭌펑 부소장 (사진/ 이유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국무원 소속으로 경제·사회 발전 정책에 대한 결정과 조정을 하는 기관이다. 위원회는 에너지 개발 업무도 총괄하고 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딸린 에너지연구소가 재생 가능 에너지 법안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연구소 리쭌펑 부소장을 만나 중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 관련 법제에 대해 물었다.
2006년 재생가능에너지법을 도입한 배경은?
=에너지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한국의 1960~70년대와 같이 고도성장을 하고 있고, 에너지 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8%를 넘어서고 있다. 에너지원 확보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 중국 정부는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행동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재생가능에너지법도 그중 하나다.
법안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돼 있나?
=우선 총량 목표를 세웠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2010년까지 총 에너지의 10%, 2020년까지 16%를 충당할 예정이다. 또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전문기금을 설립해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과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고, 미국의 시티은행과 같이 중국의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려는 금융기관도 늘고 있다.
중국이 마침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로 올라섰는데.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를 연구하고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기후변화 대응전략이다. 중국은 2010년까지 온실가스 9억5천만t을 감축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지구 온난화 방지 계획을 지난 6월 발표한 바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와 관련해 한·중·일 3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한·일 3국이 공동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연구소를 설립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은 국토가 좁아 재생 가능 에너지 시장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중국 시장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구개발·산업·시장에 대한 공동 합의가 이뤄지면 유럽에 대항할 만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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