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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준 선물로 에너지·물 자급자족

거듭난 삶 2016. 7. 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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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의 '에너지 자급자족 꿈'...파리기후체제 유망 아이템으로

·  김민수 기자http://image.chosun.com/cs/article/2011/title_author_arrow_up.gif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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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6.07.03 09:40

     

    인천시 옹진군 덕적도 한쪽에 자리잡은 ‘으름실마을’. 이 곳엔 약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인적이 드문 해변의 풍광은 시선을 잡아끌 만큼 인상적이다.

    정부는 덕적도와 같은 외딴 섬을 미래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덕적도 인근 백아도(10가구), 지도(5가구) 등도 주요 대상이다. 문제는 관광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관광객은커녕 마을 주민들의 불편함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디젤 엔진을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는 이동형 디젤 발전기를 들고 다니며 필요한 곳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불편할 뿐아니라 소음과 배출 가스 문제가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 장춘만 박사 연구팀은 최근 풍력과 태양광 발전, 양수 발전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발전 설비를 적용한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를 덕적도 으름실마을에 국내 처음으로 구축했다. 건기연은 시범으로 구축된 실증단지가 원활히 운영되면 다른 도서 지역에도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 자연이 준 선물로 에너지·물 자급자족 구현

    덕적도 으름실마을에 구축된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 모식도./건설기술연구원 제공

    덕적도 으름실마을에 구축된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 모식도./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건기연 연구진이 덕적도 으름실마을에 구축한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는 바람과 태양, 지하수 등 섬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이용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진은 우선 1.5킬로와트(kW)의 전력을 생산하는 수직형 풍력터빈 2, 태양광발전기(1.5kW) 5, 수력터빈(1.5kW) 1대를 혼합해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중 수직형 풍력터빈은 흔히 볼 수 있는 대형 바람개비가 달린 수평형 풍력터빈과는 다르다. 풍력터빈은 회전하는 중심축에 따라 수직형과 수평형으로 나뉜다. 회전축이 수평 방향이면 수평형, 수직 방향이면 수직형이다. 수평형은 바람개비 형태의 날개가 달려 있지만 수직형은 지면과 수직 방향의 철봉 3개가 메인 기둥을 중심으로 동일한 각도로 연결돼 있다. 철봉이 돌아가면서 전력을 생산한다. 얼핏 보면 화살의 손잡이 부분과 유사하다.

    수평형 풍력터빈은 수직형 풍력터빈에 비해 같은 세기의 바람이 불 경우 전력 변환 효율이 더 좋다. 바람개비가 바람에 의해 회전할 때 생기는 순수한 에너지 전체를 전기에너지로 환산했을 경우의 전력량을 100으로 보고 초속 12m의 바람이 불었을 때 수평형 풍력터빈의 실제 발전 효율은 35~40%에 달하지만 수직형 풍력터빈은 25~30%에 그친다.

     덕적도 으름실마을에 구축된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 실제 모습. 가운데 길다란 기둥이 수직형 풍력터빈이며 왼쪽 파란색 원통이 물탱크다. 풍력터빈 뒤쪽으로 태양광발전설비가 보인다./건설기술연구원 제공

    덕적도 으름실마을에 구축된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 실제 모습. 가운데 길다란 기둥이 수직형 풍력터빈이며 왼쪽 파란색 원통이 물탱크다. 풍력터빈 뒤쪽으로 태양광발전설비가 보인다./건설기술연구원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직형 풍력터빈을 활용한 이유는 다양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수직형 풍력터빈은 초속 3m의 잔잔한 바람만 불어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수평형 풍력터빈의 경우 불가능하다.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바람이 일정하게 불지 않는 섬에선 수직형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수평형 풍력터빈은 바람개비가 돌 때 저주파 소음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것도 단점이다.

    태양광 발전기와 수직형 풍력터빈이 만들어내는 전력은 64개의 납 배터리(일반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충전한다. 배터리 1개는 시간당 2.4kW의 전력을 제공하는 성능을 지녔다. 따라서 시간당 최대 153.6k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력이 배터리에 충전되는 비율은 80% 수준이다. 20%는 충전되지 않고 사라진다.

    실증단지에 구축된 배터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자동차에 쓰이는 납 배터리를 활용했다.

    실증단지에 구축된 배터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반 자동차에 쓰이는 납 배터리를 활용했다.


    연구진은 충전이 되지 않는 나머지 20%의 전력을 이용해 지하수를 뽑아낼 수 있는 펌프를 가동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렇게 가동한 펌프로 뽑아낸 지하수를 고도가 높은 쪽에 위치한 10톤 용량의 물탱크 2개에 저장한다. 고도차이가 17m 되는 아래쪽에는 10톤 용량 물탱크 1대를 설치하고 위의 물탱크와 아래 물탱크를 연결한 뒤 중간에 수력 터빈을 설치했다.

    풍력터빈과 태양광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이 모자랄 때 물을 흘려보내고 수력터빈을 돌려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이 모자라지 않을 때는 물탱크에 저장한 물을 농업 용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증단지 연구를 주도한 장춘만 박사는 “융복합 하이브리드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해 으름실마을의 전등, 스프링클러, 지하수펌프, 양수시설,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에 공급하고 있다”며 “최소의 비용으로 에너지와 물을 100% 자급자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적의 입지 여건 찾는 게 관건...파리기후협약체제 아래 수출도 모색

    태양광발전, 풍력터빈, 수력터빈 등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새롭게 개발된 기술이 아니다. 기존 기술을 잘 조합해 만든 시스템이다. 그러나 각 발전 설비가 유기적으로 서로 보완하면서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게 어려운 작업이다.

    장춘만 박사는 “개별 발전 설비를 융합했을 때 어떻게 하면 에너지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지, 어떻게 구성해야 지역 여건과 잘 조합할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게 고난도 연구 내용”이라며 “처음으로 구축한 덕적도 실증단지는 최적화된 운용 방식을 검증하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덕적도 주민들이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으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덕적도 주민들이 하이브리드 발전시스템으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태양광이 좋고 바람의 세기가 부족한 지역이 있는 반면, 어떤 지역은 반대일 수도 있다. 연구진은 태양광과 바람의 연중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쳐 입지를 선정한다. 고도 차이가 있는 지형이어야 하는 것도 필수 조건이다. 그래야 수력터빈을 원활히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춘만 박사는 “덕적도 실증단지의 경우 위성이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덕적도 주변의 바람길을 해석하고 발전 터빈 설치 지점의 에너지 발생량을 평가해 입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이란 등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국가들도 건기연이 개발한 에너지 자립형 실증단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신기후체제(파리기후협약)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친환경 융합 에너지 기술이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 박사는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동력에너지자원부 관계자 6명이 방문해 큰 관심을 보이고 돌아갔다”며 “신기후체제가 등장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자립형 시스템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