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가장 지구를 망친 발명가

거듭난 삶 2016. 10. 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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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鉛휘발유·프레온가스가장 지구를 망친 발명가

 

박건형 기자 

편집=이소정

조선일보

입력 : 2016.10.02 07:08


 



토마스 미즐리 주니어. /조선일보 DB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꼽히는 독일의 히틀러는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했다. 2 세계대전을 일으켜 4000만명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도 1500만명을 죽이고 500만명을 수용소에 가뒀다. 하지만 미국의 발명가이자 화학자인 토머스 미즐리(1889~1944) 비하면 이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할 수준이다. 과학사에서는 미즐리를 지구 상에 존재했던 모든 가장 지구를 망친 발명자라고 평가한다. 미즐리는 이런 오명(汚名) 주인공이 됐을까.

 

1921 미국 오하이오주의 제너럴모터스(GM) 연구소에 근무하던 미즐리는 자동차 엔진에 성분이 들어간 테트라에틸납 넣으면 이상연소(노킹) 현상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에 착안한 GM 에틸이라는 휘발유 첨가제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유연휘발유(有鉛揮發油) 등장이었다. 에틸은 날개돋친 팔려나갔다. 공장 직원들이 납중독에 걸리는 이상 징후들이 발생했지만 회사는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문제를 밝혀낸 것은 시카고대 박사과정생이던 클레어 패터슨이었다. 패터슨은 1948 우라늄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해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우라늄은 시간이 지나면 붕괴돼 납이 된다. 납과 우라늄의 양을 정밀하게 채취해서 이를 비교하면 지구가 살인지 있다. 하지만 수치가 너무 높았다. 패터슨은 공기 중의 때문에 시료가 오염됐다고 생각하고 청정 실험실을 만들어 지구의 나이를 455000만년으로 계산했다. 패터슨은 농도가 높아진 것은 유연휘발유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려면 유연휘발유가 판매되기 이전에 대기 중에 납이 거의 없었다는 것을 보여야 했다.

 



남극 상공에서 지구를 태양의 자외선과 태양풍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오존층의 모습. 토머스 미즐리가 발명한 프레온가스가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유연휘발유
1927년부터 60 동안
美서만 5000 납중독 사망

냉매 프레온가스
전세계 냉장고 일으켰지만
지구 보호하는 오존층 파괴 주범

 

패터슨은 그린란드에서 해법을 찾았다. 그린란드에는 매년 내린 눈이 공기를 머금은 층층이 쌓인다. 과거의 공기를 조사할 있는 것이다. 결과는 패터슨의 생각대로였다. 미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1927년부터 1987년까지 60 동안 미국에서만 어린이 6800명이 납으로 건강을 해쳤고, 매년 5000명씩 납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미즐리의 다른 발명품 역시 개발 당시 찬사를 받았다. 냉장고가 차가움을 유지할 있는 것은 저온 물체에서 열을 빼앗아 고온 물체를 식히는 물질인 냉매(冷媒) 덕분이다. 초창기 냉장고에 사용됐던 냉매는 암모니아였다. 하지만 암모니아는 강한 독성과 인화성 때문에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미즐리는 염소와 불소, 탄소를 결합한 염화불화탄소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꿈의 신물질 불린 염화불화탄소는 세계에 냉장고 붐을 일으켰고, 단열재·포장재·분사제 등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십 년의 시간이 흐른 염화불화탄소가 지구를 보호하는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염화불화탄소의 다른 이름은 프레온가스이다. 불과 반세기가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유연휘발유와 프레온가스는 45억년 역사의 지구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미즐리는 1940 51 나이에 척수성 소아마비에 걸렸다. 그는 침대에서 혼자 힘으로 일어설 있는 밧줄과 도르래 장치를 고안했다. 하지만 1944 장치에 얽혀 목숨을 잃었다. 지구뿐 아니라 역시 발명의 희생자였던 것이다.



[출처]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