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65개국 한인회 간부들 설문조사 해보니
해외 동포 사회의 전·현직 한인회 간부 상당수가 꼬집은 ‘모국의 추태’다. 그 다음으로는 ‘과격한 데모’ ‘공권력 상실’이 지적됐다. 본지 LA 지사가 미주한인회총연합회(회장 남문기)와 공동으로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 대회에 참석한 65개국 369명의 한인회 전·현직 간부를 대상으로 ‘참정권 및 동포 정책’이란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285명) 결과다.
◆한국이 부끄러울 때=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41%(117명)가 ‘해외에서 모국을 지켜볼 때 가장 창피한 것은’이란 질문에 대해 ‘국회 난장판’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의원들이 해머로 문을 부수고 분말소화기를 분사하면서 싸우는 장면이 LA타임스 등 외신에 보도되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망신스러웠다는 것이다. 대회 기간 중 열린 재외동포정책포럼에서 김영만 미주총연 전 회장은 패널로 참석한 여야 3당 대표들에게 “국회 폭력 사태 등 부끄러운 한국의 모습이 연일 미국 언론에 보도돼 창피하다”며 “해외 동포들이 떳떳하게 살 수 있도록 한국 정치인들이 모범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김용균 탄자니아 한인회장도 “동포들이 낯선 외국에서 땀 흘려 이뤄 놓은 좋은 이미지를 정치인들이 순식간에 망쳐 놓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서양보다 짧지만 그래도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국회 난장판’ 다음으로 응답자의 23.2%(66명)가 ‘과격한 데모’를 창피한 일로 꼽았다. 10.5%(30명)는 데모와 관련된 ‘공권력 상실’을 지적했다. 전상대 괌 한인회장은 “얼마 전 서울에서 현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과격한 데모가 발생한 것을 인터넷 등을 통해 접했다”며 “도로를 점거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데모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 과격 데모도 문제지만 법에 따라 강력히 진압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공권력도 문제”라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선 공권력에 대항하다가는 극단적인 경우 총격을 받기도 하는데 한국 공권력은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 애처로웠다”고 밝혔다.
◆차기 대통령은 ‘능력’ 중심으로=한인회 간부들은 차기 대통령 선출 기준으로 출신 지역이나 정당이 아닌 능력을 가장 많이 꼽았다. ‘차기 대통령 선거 때 어떤 기준으로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82.1%(234명)가 ‘능력’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정당과 여론조사 지지율이 각각 7.4%(21명)를 차지했다. 김문규 전 미국 미네소타 한인회장은 “해외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출신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본국인에 비해 적고 정당 지지도 역시 강하지 않다”며 “도덕성이 투철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절반 이상, 한나라당 지지= 54.4%(155명)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10.9%(31명)였다. 이어 친박연대 6.3%(18명), 자유선진당 3.2%(9명) 순이었다. 그러나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은 무응답자가 25.2%(72명)에 달해 향후 정치 상황에 따라선 최다 지지 정당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차기 대선에서 재외국민의 예상 투표율에 대해선 ‘30% 이상’이 34.7%(99명)로 가장 많았다. 20~30%로 예상하는 응답이 22.1%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한인회 간부들은 재외국민 참정권 시행 후 가장 걱정되는 요인으로 동포 사회 분열(132명·46.3%)을 꼽아 한인 사회가 선거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음을 우려했다.
또 한인회 간부 세 명 중 두 명꼴인 183명이 ‘한국 정부가 동포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응답해 모국의 더 많은 관심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효정 유럽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은 “동포들은 민간 외교관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한국의 발전을 위해 타국에서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본국의 관심과 지원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