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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연주단

거듭난 삶 2009. 9. 1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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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도 배용준도 "원더풀" 외친 가야금연주단

  • 조선일보

입력 : 2009.09.17

 

고속철도 KTX에 타거나 전통찻집에 갔을 때, 혹은 TV 드라마의 한정식집 장면마다 가야금 가락으로 들려오는 비틀즈(Beatles) 렛잇비(Let it be)가 이제 낯설지 않다. 이는 3년 전 한 아파트 광고에서 비보이(B-boy)들과 공연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던 숙명가야금연주단의 대표작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한국을 찾은 힐러리 클린턴 美 국무장관도 이들의 연주에 “원더풀”을 연발했고, ‘욘사마’ 탤런트 배용준 씨도 이달 말 일본 도쿄돔에서 갖는 출판기념회에 출연을 요청해왔다.

해마다 1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지난 4년간 국악부문 음반차트를 석권하며 국악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수석단원으로 활약 중인 강윤(30), 박은경(27), 최현영(27)씨를 만나 연주단과 가야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의 공연 장면.

◇ 세계를 누비는 가야금 전사들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숙명가야금연주단은 국내 최초의 가야금 오케스트라. 종종 가야금을 전공하는 학부생들로 오해 받지만, 엄격한 입단 심사와 훈련 과정을 거친 숙명여대 전통문화대학원 출신 연주자 1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사용하는 가야금은 5음계를 활용하는 기존 12현이 아니라 7음계를 표현할 수 있도록 개량한 25현. 이 가야금으로 전통 악곡은 물론, 비틀즈의 ‘Let It Be’,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등을 연주해 ‘지루하고 느리고 재미없고 답답한’ 전통 악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물리치며 국악의 지평을 넓혀왔다.

세계무대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프랑스 파리 국립 케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 초청 공연을 펼쳐 3일간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콧대 높은 프랑스 관객들마저 기립박수를 보냈다”며 당일 국내 저녁 뉴스를 장식했다.

지난 5월, 이란‘Korea Sparkling 2009’초청 공연에 참석한 숙명가야금연주단.

이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 공연으로 올해 5월 이란에서의 ‘Korea Sparkling 2009’ 초청 공연을 꼽았다. 갈색 치마에 분홍색 저고리 한복을 맞춰 입고 출국했는데 현지에 도착하니 주최측은 “귀도 나오면 안 된다”고 통보해왔다. 이란은 여성이 살을 드러낼 수 없는 이슬람 국가였던 것.

결국 공연 전날 시장을 샅샅이 뒤져 분홍색 스카프를 구입해 머리에 칭칭 감고 무대에 올랐다. 강윤 씨가 “그 때 모습이 꼭 ‘딸기송이’ 같았다”고 하자 두 사람이 폭소를 터뜨리며 맞장구 쳤다. 강 씨는 “우리와 교류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보니 공연 1주일 전까지 입국 허가도 불투명 했고, 도착해서도 열악한 무대 상황 때문에 고생했다”면서도 “우리가 ‘딸기송이’의 모습을 하면서 그곳의 문화에 신기해했듯, 그들도 신기해할 우리 문화를 전하고 와서 뿌듯했다”고 밝혔다.

◇ 가야금의 세계화보다 대중화가 첫째 목표

박은경 씨는 작년 10월 말 인도네시아 공연 때 ‘아리랑’을 연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갑자기 객석에서 교민들이 눈물을 지으셨어요. 공연이 끝나자 제 손을 덥석 잡고 눈물을 흘리는 교민들의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우리 음악은 우선 우리 국민이 사랑해야할 음악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뷰에 참여한 숙명가야금연주단 수석단원들. 왼쪽부터 박은경(27), 최현영(27), 강윤(30)씨.

세계무대를 활발히 누비고 있지만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첫 번째 존재 이유는 가야금의 세계화가 아닌 국내 대중화이다. 최현영 씨는 “가야금 연주단이 APEC 총회 만찬, 아파트 CF, 대종상 시상식, 프로농구 올스타전 등에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는 꿈나무 시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국민이 국악을 사랑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에 얽매이기 보다는, 현대인의 감수성에 보편적인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객실 안내방송 때 연주단의 음악을 사용하는 KTX로부터 사용료는 얼마 받았느냐”는 질문에 행정팀장을 겸하고 있는 박 씨는 “KTX가 숙명가야금연주단의 홍보대사라고 생각하며 그냥 기분 좋게 듣고 있다”며 웃었다.

◇ ‘국민 가야금연주단’을 꿈꾸며

유년시절부터 가야금을 연주해온 이들은 “국악은 서양음악보다 열등하다”는 세간의 편견과 싸워왔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연주단 활동 초기에는 국악계 일각으로부터 “정통 국악이 아니다”, “국악 연주하는데 왜 어깨를 허옇게 드러내느냐”는 쓴 소리를 듣기도 했다.

무대에서 보여준 화려한 모습과 언론에 나타난 명성에도 불구하고, 독립된 연습실 하나 없이 장소를 옮겨가며 연습하고 있었다. 공연 때는 굽 높은 구두에 정장을 입은 채 20kg에 이르는 가야금과 받침대를 들고 다닌다. 손이 부족해 무대 의상은 목에 걸고 다닌다. 남들이 쉬는 날이면 빠짐없이 공연에 나서 연애도 휴식도 뒷전으로 미뤘다. 공연 업계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수년째 매진 가도를 달리고 있는 숙명가야금연주단의 가야금 가락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일정치 않은 수입에 고된 연습과 공연.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야금의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숙명가야금연주단은 ‘가야금을 한국인의 일상으로 다시 끌어내겠다’는 어릴 적 꿈을 실현케 하는 ‘꿈의 오케스트라’이다.

맏언니 강 씨는 연주단의 최종 목표를 ‘국민가야금연주단’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 가수’라는 말이 있듯 모든 국민들이 ‘국악’하면 숙명가야금연주단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손끝의 미세한 떨림 하나에도 더욱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참, 팔다리 근육도 더 키워야겠네요(웃음).”

올해 2월 한국을 찾은 힐러리 클린턴 美 국무장관도 “원더풀”을 연발하게 만든 숙명가야금연주단. 이달 말 일본 도쿄돔에서 신간 출판기념회를 갖는 ‘욘사마’ 탤런트 배용준 씨도 공연을 요청해왔다. 해마다 100회 이상의 공연을 소화하고, 지난 4년간 국악부문 음반차트를 석권하며 국악 대중화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한 숙명가야금연주단. 수석단원으로 활약 중인 강윤(30), 박은경(27), 최현영(27)씨를 만나 연주단과 가야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허성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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