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배우 정혜영(36)씨와 결혼한 뒤 끊임없는 선행을 펼치고 있는 그를 10일 서울 합정동 한 까페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나는 크리스천이어서 종교적인 답변이 많을 것”이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박승일씨를 돕기로 결심하게 됐나.
“살아가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하나님께서 모든 걸 준비해주신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도 굉장히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말에 바쁜 중에 평소 존경하는 목사님 사모님으로부터 이 책(눈으로 희망을 쓰다)을 선물받았다. 그날 저녁에 받아서 그 다음날까지 바로 읽었다. 마침 좋은 일에 쓰려고 1억원 정도를 모아놨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건가보다’ 라고 느꼈다.”
-단순히 1억원만 기부한 게 아니라고 들었다.
“요양소 운영 비용이 매달 1500만원 정도 필요하다고 들었다. 며칠을 고민했는데, 문득 ‘150개 교회가 매달 10만원만 내면 되겠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하나님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들어갈 건립 비용 7억5000만원도 150개 교회가 힘을 합치면 그리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라고 본다.”
-끝없이 선행을 베풀고 있는데.
“결혼한 다음날부터 아내에게 ‘매일 1만원씩 모아 남을 돕자’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최대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내 목표다. 행복하려면 하나님 사랑, 가족 사랑 뿐 아니라 이웃 사랑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번에 365만원을 내놓자고 했으면 아내도 망설였을텐데, 하루 1만원이라고 하니까 선뜻 ‘그러자’고 했다. 다들 ‘돈이 많아지면 남을 도와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누구나 지금 상황에서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누는 방식이 독특하다. 돌잔치 비용을 내놓는 식으로.
“나는 뭔가를 나눌 때 ‘정확히 이 안에 있는 행복과 어떤 의도’를 공유하고 싶다. 아내가 큰 아이 돌잔치를 포기하고 2000만원을 기부했다. 돌잔치도 하고 2000만원도 기부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포기한 것을 밝혀야 다른 사람들도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거 아니냐. 실제로 내가 다니는 교회엔 ‘나도 돌잔치를 안 하고 돈을 모았다. 좋은 일에 써달라’는 연락들이 온다. 모두 하나님이 아이디어를 주시는 것 같다.”
-책 ‘눈으로 희망을 쓰다’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나.
“승일씨가 쓴 이메일 중 많은 부분이 가슴 아팠다. 특히 자신의 삶을 ‘지상지옥’이라고 표현했는데, 얼마나 힘들면 그런 표현을 했을까 싶었다. 나는 ‘내가 오늘 하루도 우리 가정 안에서 천국을 살아간다’는 표현을 한다. 그런데 여기 어떤 사람은, 자기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몸 안에서 지옥을 살아간다고 표현했다. 그러니까 움직여야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박승일씨를 찾아간 것은 언젠가.
“책 보고 이튿날인가, 마침 용인에 강연이 있어서 찾아갔다. 그날 신기한 일이 있었다. 같은날 오전에 대전에서 강연이 있었는데, 가다가 허리를 다쳤다. 여태까지 허리를 다쳐본 중에서 가장 크게 다쳤다. 정말 움직일 때마다 아프더라. 내가 승일씨에게 ‘하나님께서 승일씨 고통을 조금이라도 아시게 하려고 아프게끔 했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웃음)”
-박씨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승일씨는 정말 ‘절망’이라는 단어에 합당한 위치에 있지 않나. 그럼에도 절망이란 단어를 지우고 꿈과 희망을 쓴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더라. 나한테 농담도 건넸다. 말 놓자, 친구하자, 하는데…. 사람 살아가는데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혜영씨도 오늘 CF 출연료 1억원을 기부했다.
“3개월 전에 부부 동반 CF를 찍었다. 그 전부터 부부 동반 CF를 찍을 때마다 기부를 했었다. 우리가 나누는 모습을 예쁘게 봐 주셔서 CF가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 CF에 대해선 내가 먼저 아무 말을 안 했다. 기다렸다. 항상 먼저 (기부하자고) 말하기가 그래서. 그런데 아내가 친구가 기부하는 모습을 보고는 먼저 마음을 먹었다.”
-연예인들은 보통 화려하게들 살지않나. 더 화려한 삶을 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나도 화려하게 산다(웃음). 모두에게 행복의 컵이 있는 것 같다. 행복이 차고 넘칠 때 그때 나누면 서로에게 행복이 된다. 그 컵이 다 차지 못하는데, 막 퍼나르면 나눔조차 행복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기부하면서 아깝다고 느낀 적이 없느냐’고 묻고들 한다. 내가 못 먹고 헌옷만 입으면서 기부하는 건 아니다. 아내에게 좋은 선물도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예쁜 옷도 입힌다. 정말 대단한 분들은 행복의 컵이 작은 것 같다. 자신에게 정말 아무 것도 안 쓰시면서 나누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본인의 행복의 컵이 큰 분들은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예수님 같은 분은 생명까지 내어줬으니 행복의 컵이 아예 없으신 분인 것 같다. 나도 살아가면서 컵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우리 가족은 아직 전세집에 산다. 집 장만을 미루는 순간에 컵의 크기가 반 정도로 준 것 같다. 여자에게 집 장만이 큰 의미인데, 포기해 준 아내가 고맙다. 나는 너무 행복하게 결혼식을 해서, 행복의 컵이 어느 정도 채워진 것 같다. 그 다음부터는 넘치는 것을 조금씩 흘려보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