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8 MCP
“영국의 존 & 헬렌 테일러 부부가 L당 44.8㎞의 연비 세계기록을 달성했다.”
지난달 해외 토픽으로 화제가 된 뉴스다. 테일러 부부가 탄 차는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디젤차다. 바로 이 차가 푸조의 308 MCP다. 이 부부는 지난해 푸조의 308 HDi로 자신들이 세운 L당 31.9㎞라는 기록을 경신했다.
308 HDi는 수동변속기였고, 이번에는 MCP 기어박스가 장착된 모델이었다. 수동변속기보다 연비가 더 좋다는 말이다. 한불모터스에서 수입하는 308 MCP의 국내 공인연비는 L당 19.5㎞다.
도대체 MCP가 어떤 기술이기에 연비가 그렇게 좋을까? 차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자 차는 좀 나가다가 한 번 출렁했다. 얼마 안 가 또 멈칫하더니 가속이 붙었다. 마치 예전에 수동변속기 차를 운전할 때의 느낌이다. 3단 이상으로 올라가자 차는 이내 안정을 찾고 가속력을 발휘했다.
기어레버엔 자동변속기와 달리 ‘주차(P)’ 칸이 없다. 후진(R)-중립(N)-전진(D) 셋으로 구성된 기어레버도 기존 자동변속기 차량과 다르다. 한불모터스의 설명을 듣고 보니 MCP시스템은 쉽게 말해 자동변속기처럼 사용 가능한 수동변속기 시스템이다. 차에 장착되는 기어박스는 자동변속기가 아니라 수동변속기다.
하지만 MCP시스템은 엔진의 회전수(RPM), 차량의 속도, 차가 받는 저항 등을 고려해 최적의 타이밍에 기어를 변경해 준다. 운전자가 자동변속기처럼 기어레버를 ‘D모드’에 놓고 운전하면 차가 알아서 수동변속기를 움직이는 것이다. 저속에서 자동변속기처럼 부드럽게 변경되지 않아 처음 타면 약간 당황할 수 있지만 이내 적응된다.
그 다음부터는 높은 연비의 진가가 나온다. 이틀간의 시승에서 고속도로, 국도, 서울시내 간선도로, 도심 주행 등 다양한 상황에서 주행했다. 경제 운전보다는 자동차의 기동성과 성능을 알기 위해 급발진, 급가속도 종종 했다. 그렇게 하면서도 계기판에 나타난 평균 연비는 L당 16.5㎞. 연료 게이지는 반 정도 떨어졌는데 550㎞ 정도를 달렸다.
한 번 주유(연료탱크 60L)로 1200㎞를 달린다는 말이 과장은 아닌 듯했다. 승용차 운전자의 평균 주행거리가 1년에 1만5000㎞임을 감안하면 한 달에 한 번만 주유하면 된다는 얘기다. 1600cc HDi 엔진은 최고출력이 110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24.5kg·m(1750rpm)다. 출력은 그리 크지 않지만 디젤차 특유의 강력한 토크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도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
파노라마 글라스를 적용해 실내 개방감을 높이고, 해치백 스타일의 특성상 뒷좌석을 접으면 다양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유로엔캡(Euro NCAP) 충돌 테스트에서 별 5개의 최고 등급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최근 대두되고 있는 보행자 안전 부문에서는 별 4개 중 동급 최고인 3개를 획득했다. 명실상부한 연비 좋은 차다. 신도시 거주자나 차량 사용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한 차다. 가격은 3410만원.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