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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거듭난 삶 2009. 11. 2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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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자동차 인물열전] 아이번 허스트

  • 박상원·자동차 칼럼니스트
  • 입력 : 2009.11.20 히틀러 작품 '비틀<폴크스바겐>'은 영국인이 히트시켰다
    車 좋아한 히틀러 지시로 폴크스바겐서 국민차 개발… 훗날 '비틀'도 여기서 탄생
"역사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2차대전 이후 독일을 점령한) 연합국들이 히틀러의 꿈을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1948년 폴크스바겐의 전후(戰後) 1대 사장에 취임한 하인리히 노르트호프는 폴크스바겐을 재건키로 한 영국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영국군을 설득해 폐허가 된 공장을 재가동하고 노르트호프를 사장으로 임명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영국 왕립공병단의 아이번 허스트 소령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번 허스트.
아이번 허스트가 맨체스터 대학에 입학할 무렵인 1933년, 히틀러는 독일에서 정권을 장악했다. 자동차를 좋아했던 히틀러는 총리가 되자 자동차 대중화를 꾀했다. 그는 천재 엔지니어인 페르디난트 포르쉐에게 국민차(Volkswagen) 개발을 지시한다.

그는 성인 2명과 어린이 3명이 타고 시속 100km로 달릴 수 있는 차를 원했다. 히틀러는 국민차 개발 및 보급을 위해 1937년 폴크스바겐을 설립, 하노버와 베를린 사이에 도시를 세우고 자동차 공장을 짓는다. 이 도시는 현재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Wolfsburg)다. 이곳에서는 훗날 2200만대나 팔린 딱정벌레차 '비틀' 시제품이 제작됐다. 1939년 2차 대전 발발과 함께 비틀은 다목적 군용차로 개량돼 전장에 투입된다.

허스트는 대학 졸업 후 웰링턴 백작 연대 소속의 장교로 유럽대륙에서 영국·프랑스 연합군 일원으로 독일군과 싸웠다. 독일의 패색이 짙던 1945년 4월, 폴크스바겐 공장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대파됐고 같은 달 30일 히틀러는 자살했다.

이후 독일은 연합국에 의해 분할 통치됐는데, 29살의 허스트 소령은 독일 근무를 자원해 폴크스바겐 공장 책임자로 파견된다. 그는 처음에 이 공장을 군 정비소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폐허 속에서 발견된 비틀 시제품들은 영국 장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허스트 소령은 여기서 회사의 재건 가능성을 발견, 영국군이 비틀 2만대를 군용으로 구입해 사용하도록 설득했다. 2차대전 때 비틀을 개조한 군용차들의 뛰어난 성능을 알고 있었던 영국군은 곧 주문량을 늘렸고, 1946년엔 월 1000대의 비틀이 생산됐다.

1946년 폴크스바겐 비틀의 1000번째 차량 출고식. 운전석에 허스트가 타고 있다.
회사가 재건됨에 따라 영국은 연합국 자동차 회사들에 폴크스바겐 공장의 인수 여부를 타진했다. 답변은 전부 냉담했다. 포드 사장 헨리 포드 2세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회사'라며 제안을 일축했고, 영국 자동차 회사였던 루츠그룹의 윌리엄 루츠 경은 허스트 소령에게 비틀과 폴크스바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차는 흉하고 소음이 많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없을걸세. 여기서 자동차를 만들겠다면 자네는 대단한 바보일세."

다행히 대세는 허스트 소령 편이었다. 2차대전 후 독일의 공업화를 금지하던 모건타우 계획은 유럽대륙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공업화를 허용하는 마샬플랜으로 교체됐다. 1948년 폴크스바겐은 서독의 연방정부와 니더작센주에 귀속되고, 허스트 소령은 전후 폴크스바겐의 첫 사장으로 노르트호프를 임명한다. 허스트가 폴크스바겐을 떠나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자리를 옮기던 1949년 폴크스바겐은 이미 독일 최대 자동차 회사가 됐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2000년 허스트가 사망했을 때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츠그룹은 1980년대 사라졌고, 이후 롤스로이스는 BMW에, 벤틀리는 폴크스바겐에 인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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