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세운상가는 지금 공사 중
흔히 도심 하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서울 시민들이 청계천과 서울광장에 열광한 이유도 아스팔트·콘크리트가 하천과 잔디라는 자연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공간 변화가 올해에도 서울 도심에 이어진다. 시민들은 새롭게 변화한 도시의 모습을 하나 둘 보게 된다. 조선시대 한양의 중심거리였던 세종로가 광화문광장으로 꾸며지는 것과, 도심 흉물로 전락한 콘크리트 빌딩에서 녹지공간으로 변신할 세운상가 일대가 그것이다. 광화문광장이 오는 8월, 6개로 구분된 세운구역 중 종묘 앞 1구역이 다음 달 녹지로 조성된다.
◆대림산업 "아스팔트 대신 돌로 포장"
세종로 네거리 횡단보도를 사방으로 건너는 모습은 이제 일상이 됐지만, 신문로와 종로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가 생긴 1999년 이전에는 지하도를 힘들게 오르내려야 했다. 지금처럼 손쉽게 사방으로 건널 수 있게 된 것도 4년 전 세종로·태평로 횡단보도가 추가되면서부터다. 불과 10년 전까지 자동차들이 온통 독차지했던 세종로 네거리를 비롯, 세종로 일대가 오는 8월 짙푸른 잔디와 시원한 실개천으로 단장한 광장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세종로 네거리까지 16차로를 10차로로 줄이고 도로 한가운데 폭 34m, 길이 550m의 대형 광장이 꾸며진다. 조선 육조(六曹)거리였던 역사성을 살려 옛 육조거리의 영역 표시와 함께 옛 관아의 위치에 그 내용을 표시하는 표지석과 축소모형을 들인다. 충무공 동상 뒤에는 반(半)지하처럼 평지보다 깊이 파인, 지상과 지하를 잇는 이른바 '선큰(sunken) 광장'이 만들어진다. 이곳은 지하철역과 연결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과 전시공간도 꾸며진다. 충무공 동상 주변에는 서울광장처럼 바닥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바닥분수를 비롯, 물이 얕게 찼다가 빠지고 안개처럼 분수가 퍼져 나오는 거울분수 등 다양한 형태의 분수도 들어선다.
- ▲ 광화문 광장 조감도. 유적 복원과 현대적편의를 함께 고려했다. / 서울시 제공
광장 바닥 포장도 포천석·마천석 등 다양한 재질을 쓰고 색상과 무늬에도 변화를 준다. 하진철 대림산업 광화문광장 현장소장은 "광장 양쪽 차로도 아스팔트가 아닌 고흥석으로 포장하기로 했다"며 "광장 야간경관을 위해 광섬유와 발광다이오드(LED)를 설치해 다채로운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조성으로 경복궁과 청계천을 잇는 보행로가 완성되면, '걷기 불편한 도시'라는 서울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상을 '걷고 싶은 도시'로 바꾸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콘크리트 장벽이 도심 숲길로
40여년 전 유곽(遊廓) 지역을 쓸어내고 당시로선 시대를 앞서가는 건물로 자리했던 세운상가는 이제 도심 애물단지에서 도심 숲길로의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종묘 앞 세운1지구의 현대상가 일대가 철거되고 다음 달까지 길이 70m, 폭 50m, 면적 3000여㎡ 규모의 녹지광장이 선보이는 것을 비롯, 2012년까지 세운·청계·대림상가 간 폭 90m, 길이 290m의 2단계 녹지공간이, 2015년까지 삼풍·풍진·신성·진양상가 간 폭 90m, 길이 500m의 3단계 녹지축 사업이 마무리된다.
폭 90m, 총 길이 1㎞에 이르는 대규모 녹지축으로 청계천과 종묘가 문화관광 벨트로 이어져 남산에서 종묘를 가로질러 북악산으로 연결되는 서울 도심 녹지축 조성사업이 본격 완성되는 셈이다. 여의도공원의 2배 정도 되는 세운상가 일대 43만8585㎡가 2015년까지 대규모 녹지를 갖춘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종로구 종로3가동과 중구 입정동 등 세운상가 일대에 주상복합단지·녹지·광장 등을 조성하는 '세운 재정비 촉진 계획안'이 결정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의 역작으로 '주상복합건물의 효시'로 불리던 세운상가가 모두 헐리고 그 자리에 녹지가 생기면, 종묘에서도 탁 트인 남산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녹지축에는 야외공연장 등 문화공간과 종묘·인사동·충무로의 특성을 살린 역사·문화·예술·관광 명소가 조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