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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난 삶 2009. 4. 1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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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나는도다’ 업그레이드 제주
최초작성 [JMnet 04.09 11:03] | 마지막 업데이트 [JMnet 04.09 11:05] 이 문서는 총 97번 읽혔습니다.

제주도가 수상하다. 수상쩍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섬에서 무언가가 도모되고 있다는 첩보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속속 들어오고 있다. 급히 정보망을 동원해 뒤를 캤다. 다음은 week&이 수집한 제주도의 혐의 세 가지다.



혐의 ① 제주도 곳곳에 신원이 불투명한 외지인이 수시로 출몰한다. 그들은 주로 명승지도 아니고 반듯한 길도 아닌 곳에서 목격된다. 그들의 행동은 더 의심스럽다. 배낭 하나 메고 길 복판에서 두리번거리고 서성대며 마냥 늘쩡대고 있다. 인상착의는 관광객으로 보이지만 행동은 적지를 탐색 중인 수색대원에 가깝다. 그들이 발견한 ‘올레’란 장소도 정체가 불분명하다. 원래 무언가 켕기는 자들이 은어를 구사하는 법. 게다가 그 올레에 뭍 사람이 중독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이라니….


혐의 ② 제주도 입도객 숫자가 확 늘었다. 뭍에선 경기가 안 좋다고 아우성인데 제주도는 비행기 좌석도 구하기 힘들다. 지난주엔 내국인 면세점이 두 번째로 개설됐다. 제주도에만 있는 특수 장소다. 제주도의 식당·여관 150여 곳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이상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뭍에선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관련 정보에 따르면 제주도청이 가격 인하를 주도하고 있었다. 아무리 특별자치도라 하지만 중앙정부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바람직한 현상일까.


혐의 ③ 제주도는 본래 예술인의 섬이었다. 수많은 예술인이 제주도에 들어와 영감을 얻었다. 반세기 전에는 화가 이중섭이 그러했고, 뒤이어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등이 그러했다. 제주도에는 예술가를 홀리는 전염병이 도는 게 분명하다. 한데 그 병균이 해외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르 클레지오가 제주도를 찬양하는 글을 발표하더니, 요즘엔 아예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앞다퉈 제주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집단으로 전염되지 않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작금의 제주도에서는 이제껏 한 차례도 발견되지 않은 특이현상이 한꺼번에 발발하고 있다. 이는 대단히 빠른 속도로 뭍의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week& 취재팀이 제주도로 급파됐다. 그리고 4개 면을 헐어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이상 현상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올래요? 바다 끼고 유채밭 사이로 놀멍 쉬멍 걷는 길 ‘올레’


제주 올레는 ‘그저 걷는 길’이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골목길이라는 뜻이다. 원래는 마당을 지나 마을의 넓은 길까지 이어진 돌담이 둘러싸인 좁은 길을 이르는 말이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제주도의 길들을 이어 걷는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면서 지금의 제주 올레가 되었다. 좁은 골목길에서 제주를 걷는 길로 본래의 올레보다 개념이 확장된 것이다.


제주 올레는 지난달에 모두 12개로 늘어났다. 이 중 7코스가 두 개(7코스, 7-1코스)로 나뉘어 있으니 개수로는 13개다. 섬 동쪽 성산포 근처에서 시작한 길은, 오름을 오르고 유채밭을 지나고 해안을 끼고 마을을 통과하며 섬의 남쪽을 훑어 섬 서쪽 한경까지 꼬불꼬불 이어진다. 섬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면 올레 길은 끝날 예정이다. 현재 개통된 코스 길이는 215.7㎞. 코스는 정해져 있지만 완주를 강요하지 않는다. 서양식의 트레킹이나 하이킹의 개념이 여기선 통하지 않는다. 단지 ‘걷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뭍의 걷기 열풍이 섬에 상륙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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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세다리의 놀멍 쉬멍 걸으멍(게으른 사람이 놀며 쉬며 걷는 길)’. 이는 올레 정신을 이르는 말이다. 이 정신으로 올레를 걸었다. 와랑와랑(이글이글) 햇볕 받으며 존모살(작은 모래가 깔린 해안)을 걷고 꼬닥꼬닥(타박타박) 곶자왈(깊은 숲)을 지나 보름 하영 불엄찌는(바람이 엄청 부는) 기정(해안 절벽) 위에도 올라봤다. 올레를 걷고 나니 여태 어색하기만 했던 제주 말이 쩍쩍 입에 붙었다.


올레를 밟으며 놀랐던 건, 제주의 때 묻지 않은 풍광이 아니었다. 용케도 올레길이 되바라진 관광지를 피해 다녔기 때문일까. 그 길엔 사람을 긴장시킬 요소가 없었다. 다만 배낭 하나 메고 그 길을 걷는 올레꾼(올레를 걷는 사람)이 많았다. 노년의 부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혼자였지만 외로워 보이진 않았던 젊은 여성을 만났다. 서로 쏙 빼닮은 모녀 올레꾼도 보았다. 아줌마 올레꾼 서넛은 수다를 떨고 있었고, 화사한 차림의 신혼부부는 기념사진 찍느라 바빴다.


올레를 걷고 나면 육체보다 정신이 먼저 반응한다. 느리고 게으른 삶에 대한 자각의 눈이 떠진다.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애쓰는 ‘관광의 강박’에서 벗어날 때 여행이 얼마나 느긋하고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관광지 한 군데 보지 못한 올레 여행은 여태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제주여행의 묘미를 준다. 제주는 올레로 인해 관광의 판도마저 변하고 있었다. 여행업계에선 제주 올레가 올 여행레저업계의 최고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손민호 기자



올레를 걷고 싶으면

제주 남쪽의 길가를 유심히 보면 파란색 페인트로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올레 코스란 걸 표시해 둔 일종의 이정표다. 숲에선 파란색과 노란색 리본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올레꾼을 위한 숙소와 올레꾼만 깎아주는 식당도 있다. 이를 포함한 올레에 관한 온갖 정보는 사단법인 제주올레(www.jejuolle.org)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올레를 걷기 전에 제주 택시 전화번호를 미리 챙겨놓는 게 좋다. 코스 중간에 포기할 경우를 위해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다음 달 11∼12일 ‘제주올레와 함께하는 특별한 허니문 행사’를 개최한다. 이틀간 7코스와 3코스를 걸으며, 일정 중간에 작은 음악회도 참석하고 행사에 참가한 부부의 실제 결혼식도 열린다. 소설가 조정래씨 부부가 동행한다.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홍보를 위해 서귀포시와 함께 처음 시도하는 일종의 ‘파일럿 여행상품’이다.

◇ 사단법인 제주올레 사무국 064-739-0815.

◇ 홈페이지 : http://www.jejuolle.org


2009.04.0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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