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골

기독교 선교사 2만명 파송시대

거듭난 삶 2010. 1. 1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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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선교사 2만명 파송시대의 明暗
 
2030년까지 해외에 ‘선교사 10만명 파송작전’ 진행 중
 
⊙ 한국이 세계 2위의 선교 大國으로 부상. 선교사 파송 수 인구대비로 따지면 세계 1위
⊙ 한국의 해외 선교사 1979년 93명에서 2009년 2만명 넘어 30여 년 만에 200배 증가
⊙ 세계의 기독교인을 아우르는 두 축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세계교회협의회(WCC)도
    한국이 주도
具希彦 月刊朝鮮 인턴기자
한국기독교 100주년 선교대회가 1984년 8월 19일 여의도 광장에서 열렸다.
 “1위 미국, 2위 한국. 인구대비로 따지면 한국이 세계 1위.”
 
  미국까지 위협하는 대한민국의 저력. 반도체도, LCD도, 造船(조선) 분야도 아니다. 바로 ‘할렐루야’를 외치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 기독교 선교의 성적이다.
 
  전체 선교사 수 2만여 명, 세계 10대 교회의 과반수가 한국 교회다. 개신교를 이끄는 兩大(양대) 산맥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세계교회협의회(WCC)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푸른 눈의 서양 선교사에게 원조를 받던 나라가 세계 200여 개 국가에 선교사를 派送(파송)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한국에 본격적인 선교운동이 일어난 지 30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전 세계가 한국 기독교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기독교인들도 이런 ‘놀라운 성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세계 기독교 2000년 역사에서 전례 없이 빠른 성장을 기록한 한국 기독교, 이들의 善戰(선전)과 그 이면엔 어떤 이야기가 간직돼 있을까.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009년 1월 2일 발표한 ‘2008 선교사 파송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선교사 수는 이중 소속을 포함해 2만503명이다. 이중 소속을 포함하지 않을 경우는 1만9413명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해외 선교운동은 1980년대부터 일어났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원장 문상철)은 ‘한국 기독교 선교운동의 동향과 과제’라는 자료를 2년에 한 번씩 내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파송 선교사 수는 1979년 처음 조사 당시 93명이었다. 1996년에는 선교사 수 4402명으로 세계 5위, 1998년에는 5948명으로 세계 3대 선교국가에 들어섰다.
 
  한국이 세계 2위의 선교 大國(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2000년부터다. 2000년 말 8103명, 2006년 말에는 1만4905명, 2009년 들어 2만명을 돌파, 30여 년 만에 200배 증가라는 결과를 냈다. 국내 6만여 개 교회 중 일부는 교회 자체에서 선교사를 파송하는데, 이들은 KWMA의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西歐(서구) 선교사는 새로 파송되는 수보다 은퇴자가 많아 감소세로 들어선 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1500명 이상의 새로운 선교사를 배출한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선교국가의 신임 해외선교사 수를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선교단체 숫자도 2006년 말 174개로, 500개 이상인 미국 다음으로 많다.
 
 
  개별 교회에서도 선교사 파송
 
분당샘물교회 의료봉사단의 의료봉사활동 모습.

  국내 대부분의 교회는 교회 내에 국내 또는 해외 선교국을 따로 두고 장단기 선교 활동을 관리한다. 78만명의 신도 수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목사 이영훈)는 64개국에 718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다. 명성교회(담임목사 김삼환)는 55개국에 195명, 사랑의교회(담임목사 오정현)는 40개국에 153개 선교사 가정을 파송했다.
 
  이 밖에도 외국의 한인교회에서 파송하는 선교사 수와 방학 중에 나가는 단기 선교 인원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국내에서도 해외 선교를 할 수 있게 됐다. 1954년 개국한 기독교방송(CBS)은 매해 영상선교와 영상후원을 위한 특별생방송을 진행해 왔다. 후원금은 영상방송제작 후원, 해외 현지어 선교방송망 구축, 세계선교센터 건립, 수호천사 후원 등에 쓰인다.
 
  극동방송(FEBC)은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개신교계 방송국이다. 한국 외에도 영국, 호주, 캐나다, 일본, 미국,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러시아, 몽골 등 세계 곳곳에 방송국을 두고 있다. 순수 헌금으로만 운영되며, 기도 또는 헌금을 통해 방송선교사역에 동참하는 이들은 ‘전파선교사’로 임명된다.
 
  1995년 설립된 CTS 기독교TV는 ‘영상 선교의 사명’을 내걸고 인터넷방송, 방송장비, 영상선교 후원을 받고 있다. 특별모금방송을 통해 학생부터 성인까지, 작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후원받고 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2006년 9월부터 2009년 11월 25일 현재까지 모인 후원금액은 8900만원에 육박한다.
 
최초의 한국 국적 기독교 선교사 李基豊 목사.

  최초의 한국 국적 선교사는 李基豊(이기풍)이다. 구한말 평양에 살던 이기풍은 싸움과 술주정으로 세월을 축내던 전형적인 건달이었다. 그는 1896년 8월 15일 원산에서 만난 선교사(윌리엄 스왈른, 한국명 蘇安論·소안론)로부터 세례를 받고 기독교인이 됐다.
 
  이기풍은 1902년 최연소의 나이로 평양 장로회신학교에 입학했다. 1907년 6월 20일 졸업해서 9월 17일 조직된 대한예수교장로회 老會(노회)에서 牧師(목사) 按手(안수)를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노회는 1908년 봄 그를 제주도에 선교사로 보냈다. 그는 제주도의 첫 교회인 성내교회(1908)를 비롯하여 10개가 넘는 교회를 세웠다. 그리고 100년의 세월이 흘렀다.
 
  KWMA는 전 세계를 ‘복음화 비율’에 따라 5개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복음주의자가 전체 인구의 5% 이하이고, 선교 박해지역이면 ‘F3 지역(Frontier 3)’으로 분류된다. F3 지역은 총 41개국으로 북한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터키, 베트남, 인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집트 등 대부분 이슬람권과 공산권 국가가 포함된다.
 
 
  선교 박해지역에서 문제 발생하기도
 
2004년 6월 26일 故 김선일씨의 유해가 영안실로 옮겨지고 있다.

  복음주의자가 5% 이하지만 박해가 없으면 ‘F2 지역’, 복음주의자가 전체의 5~10% 이하인 곳은 ‘F1 지역’이다.
 
  선교 박해지역인 F3 지역에 한국 교회는 전체 선교사(이중 소속 포함)의 18.9%(38개국 3885명)를 파송했다. 이는 2008년(18.7%)과 비슷한 수치다. 일반 선교지역인 G1 지역(General 1), G2 지역(General 2)에 파송한 선교사는 전체의 33.7%(75개국 6901명)였다.
 
  한국 교회는 선교 박해지역(F3 지역)을 전방개척지역으로 명명하고 2030년까지 약 6만명(5만889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개척 중심 선교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참수 사건, 2007년 두 명의 희생자를 냈던 아프간 샘물교회 신도 피랍 사태, 8명의 사상자를 낸 올 3월 예멘의 관광객 자살 폭탄 피습 사건, 6월 예멘 의료 봉사단원 엄영선씨 납치 살해 사건 등 2004년 이후 꾸준히 중동 지역에서 한국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文太暎(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009년 8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해외선교 제한 추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09년 7월 이후에 이란, 요르단, 예멘 등에서 우리 국민 수십 명이 선교혐의로 적발되어 추방됐다. 그래서 현지법 위반행위, 특히 선교가 금지된 국가에서의 선교활동은 선교 당사자와 현지에 체류하는 다른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까지 위협할 뿐만 아니라 체류국 정부의 강한 항의를 야기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09년 7~8월에만 중동 지역의 이란이나 요르단, 예멘 등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현지 당국에 적발돼 추방당한 한국 기독교인은 6차례에 걸쳐 80여 명에 달한다.
 
  이란에서 선교활동을 벌이던 4명이 체포돼 강제 추방됐고(8월 12일), 요르단에서도 5명의 여성이 선교활동을 하다 체포돼 자진 출국했다(7월 13일). 이란 남부 자헤단 지역에서는 12명이 가정집을 찾아가 선교활동을 하다 강제출국 조치를 당했다(7월 11일). 이란 이민 당국은 12명 중 절반이 2008년에도 같은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추방된 이들이라며 불만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교활동하다 강제 추방되기도
 
  예멘에서는 4명이 이슬람교도에게 성경과 책자를 나눠주며 선교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강제출국당했다(7월 10일).
 
  정부는 여권법 개정 등을 통해 이슬람권 국가에서 선교하다 추방당한 사람에 대해 출국 금지, 여권 발급 및 재발급 제한, 반납명령 조치 등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선교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의 선교 이유는 성경에 기초한다. ‘未(미)전도 종족’의 회복을 위한 전문인 국제협력단 인터콥(InterCP)의 대표 최바울(55) 선교사를 만났다. 그는 아프간 긴급난민구호사업을 벌이는 아시아협력기구(IACD)의 사무총장이다. 호서대와 한동대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한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으로 재임 중이다.
 
  인터콥은 1983년 ‘미전도 종족 개척 선교’를 목표로 설립돼 31개국에 460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다. 1년에 4000여 명씩 선교훈련을 하며, 미국 15개 지부와 캐나다, 일본, 독일 지부를 두고 있다. 2000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실크로드 예수행진’을, 2004년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까지 이어지는 ‘포스트 예루살렘 예수행진’ 행사를 진행했다. 2006년 아프간에서 ‘아프간 평화축제’를 진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이제 한국이 ‘리더’로서 선교할 때”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WEA 총재에 한국인(김상복 목사)이 당선됐고, WCC 총회도 우리가 유치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이 해외 선교를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우리가 리더로서 봉사와 포교 활동을 해야 합니다.”
 
  ―샘물교회 사건 등으로 인해 일각에선 중동 선교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습니다.
 
  “우리가 납치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테러집단에 납치된 사건입니다. 국민이 납치됐으면 가해자를 비난해야지 피해자를 추궁할 일은 아니죠. 비난을 하더라도 무사히 돌아온 다음에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였다고 생각합니다.”
 
 
  “불쌍하니까 돕는 것”
 
스리랑카 남부 도시 고올에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의 구호물자를 받고 있는 이재민 가족들의 모습.

  최 선교사는 “사건 당시 탈레반이 현지에서 궁지에 몰렸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많은 아프간 주민이 ‘왜 우리를 도와주러 온 코리안을 납치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어요. 탈레반 본거지인 칸다르에서도 한국인을 납치한 것에 대한 항의 집회가 열렸어요. 국민 여론이 안 좋으면 탈레반은 곤란해지죠. 탈레반의 아마드 대변인은 ‘한국인인줄 알고 납치한 것이 아니라, 누가 되었더라도 납치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에서 이라크, 아프간, 소말리아를 포함한 지역을 입국 금지시킨 것은 큰 문제”라며 아프간 문화정보관광부 장·차관의 공식 초청 문서를 내놓았다.
 
  “아프간 정부에선 나가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들어가면 받아줍니다. 한국 정부가 法的(법적) 제재를 가해서 철수당한 거죠. ‘2006 아프간 평화축제’도 아프간 정부와 공동주최로 한 것이었는데 한국 정부에서 철수시켰습니다.”
 
  ―아프간에서 추방당한 인터콥 선교사는 없습니까.
 
  “현재 500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했는데, 한국인 선교사는 ‘추방이 아니라 철수’를 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교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불쌍하니까 돕는 거죠. 유럽과 한국에서 ‘선교’라는 단어는 좀 다르게 쓰입니다. 한국에서는 선교가 ‘예수를 공격적으로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럽에서는 ‘봉사’와 동일한 의미입니다. 기독교의 전파라는 개념은 티칭(teaching)이지 이슬람교의 지하드(聖戰·성전으로 번역됨)라는 개념과는 달라요.”
 
  한국이란인교회 李萬石(이만석·57) 목사는 선교를 ‘하나님의 뜻’으로 정의한다. 그는 1986년 4월부터 2005년 12월 말까지 20여 년 동안 이란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 서울 장로회 신학교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란의 유일한 외국인 교회인 테헤란 한인교회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귀국해서 이란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이란인교회를 설립했다.
 
  ―인터넷을 보면 이슬람 사원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등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상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태를 띄운 거예요. 선교사들이 해외에 2만명 이상 나가 있는데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죠. 몇몇 청년의 영웅심리 때문에 간혹 실수가 생겨요. 거기서 내가 뭘 하고 왔다, 이런 영웅심 말입니다. 요새는 지침서가 나오고 따로 교육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善을 행하는 마음을 높이 사야”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를 계기로 개신교 안팎에서 해외 선교에 대한 기본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초기 분당샘물교회 벽에 붙어있던 '가든지, 보내든지 하라'는 선교구호.

  ―이슬람 국가에서 선교사를 일방적으로 막지는 않습니까.
 
  “선교 목적으로 입국했더라도 묵인하고 봉사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자금과 프로젝트를 가져오고 나라에 도움이 되니까 내버려 두는 거죠. 사람들을 改宗(개종)시키는 경향이 강해지면 그 사람만 내보내는데, 특별한 잘못을 했다기보다는 영향력이 커지니까 불안해서 그런 거죠.”
 
  ―치안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교사들이 아프간이나 이라크에 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칭찬해야 할 일입니다. 범죄 소굴에 사는 사람 중에 착한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거기 가면 강도와 살인범이 많아 자칫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죠. 이럴 때 내 아이가 그를 도우러 거기 가겠다고 하면 부모는 당연히 말릴 겁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워서 도우려고 들어갔다가 흠씬 얻어맞고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왔다면 어떨까요. 위험한 걸 알면서도 갔다는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며 善(선)을 행하는 마음을 높이 평가해 주면 사회가 따뜻해질 것입니다. 봉급 털어서 비행기 표 사고, 휴가 내서 일부러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보람과 기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나라의 장래는 밝아질 겁니다.”
 
  李元三(이원삼) 선문대 국제학부 교수는 이슬람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명지대 아랍어과 졸업 후 1983년 카타르大(대)에서 이슬람법을 전공하고, 모로코 모하메드 5세 대학에서 이슬람 사상으로 석·박사 학위를 땄다. 2002년 서희제마부대 파병 때 장병 대상으로 이슬람 문화를 교육하기도 했다.
 
  ―기독교의 이슬람권 선교 때문에 논란이 많습니다.
 
  “선교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선교든 무역이든 현지 종교나 문화를 잘 모르고 가서 하는 것은 안된다고 봅니다. 유럽 기독교인도 이슬람권으로 선교를 많이 가는데 왜 한국 기독교인들만 문제가 될까요. (아프간 사태도) 간 사람들 자체는 믿음도 좋고 순수했죠. 의지는 좋은데 그전에 현지 문화와 종교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이슬람 지역은 ‘政敎一致(정교일치)’예요. 일반적으로 ‘일치’하면 종교적 이념을 정치에 대입시켜 사회 정의를 실현한다고 알고 있잖아요. 여기는 그 정도가 아니에요. 정교분리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부분이죠. 우리는 종교 선택이 개인적 취향이지만 그들은 다릅니다. 믿음에서 끝나지 않고 생활관습화되어 있죠. 그런 것은 쉽게 못 바꿔요. 우리도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 않습니까. 믿음이 유교인데 유럽식으로 바꾸라고 한다면 당연히 바꾸기 어렵겠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존 가능성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공존 가능성은 없는 걸까요.
 
  “시리아, 요르단 같은 곳에는 성당도 있고 정교회도 있어요. 초기 기독교 역사가 유지되고 있는 곳이죠. 개념을 자세히 알고 들어가면 공존할 수 있습니다. 같은 하나님을 믿는 유일신 종교니까요. 물론 차이점도 있지만, 교리에서 타 종교와 비교하면 공통점이 많습니다.”
 
  朴炫度(박현도) 종교문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종교학자적 입장에서 선교를 바라봤다. 그는 “선교 자체가 문제 된다고 보진 않지만, 한국 기독교는 개인적 구원을 너무 강조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선교는 그래도 정당성이 있지만, 중동 선교는 정당성이 떨어집니다. 한국 교회가 포화상태라서 중동 선교가 대안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선교가 결코 폭력이 돼서는 안되는데, 종교의 이름으로 하는 선교는 폭력에 가깝습니다.”
 
  한국 교회가 증가세이고 리더적 위치에 있기에 선교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반대는 않지만, 그 방식은 문제”라고 말했다.
 
  “모스크 앞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등 몰상식한 행위를 하니까 문제가 불거지는 겁니다. 이런 행위가 알려지다 보니 이제는 한국 사람이라 하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기독교와 관련지어 볼 수도 있어요. 선교를 하지 않는 한국인까지도 위험해진 겁니다. 개인의 신앙의 자유를 위해서 전 국민이 볼모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08 한국의 종교 현황>은 지난 1998년, 200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간된 종교현황 통계자료다. 총 264쪽의 자료에는 국내의 종교 현황, 일반인이 관람 또는 참여 가능한 종교 공간과 문화 현황, 세계의 종교 현황 등이 담겨 있다.
 
  자료는 종교가 ‘상황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지라도 개인, 단체, 국가 등에 문화자본으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제반 영역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한국이 단일민족이면서 多(다)종교 사회이고, 많은 종교가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상호 공존하는 정도가 높기 때문에 외국 학자들이 한국의 종교를 주목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외국 학자들에게 한국은 단일민족, 다종교, 다종교의 상호 공존 등이 맞물린 독특한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 2007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출간된 로버트 버스웰의 에서는 540여 쪽에 걸쳐 한국 종교를 소개하고 있다.
 
 
  목회자들 과잉 배출돼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는 케냐 마사빗 코어 마을에서 지하수 취수장과 물탱크를 연결하는 파이프를 묻는 작업을 도왔다. 케냐의 아이들이 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

  향후 외국인들이 종교를 통해 한국을 인식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기에 88올림픽 이후 한국 종교단체들이 해외 선교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개신교 교단 수는 125개다. 전국의 교회 수는 5만8612개, 교직자 수는 9만5596명이었다. 신도 수는 1985년 집계 당시 648만9282명에서 2005년 861만6438명으로 증가했다. 실제 선교사 수도 2004년 1만2159명에서 2005년 1만2218명, 2006년 1만4896명, 2007년 1만769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인터넷 기독교 매체인 ‘당당뉴스’의 운영자 이필완 목사는 해외 선교가 늘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신학교의 증가로 인한 목회자 후보의 과잉 배출을 들었다.
 
  “대체로 정통 교단의 목사가 되려면 신학대학원까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목사가 실제로 필요한 인원보다 많이 배출되고 있어요. 그밖에 각 교단에서 우후죽순처럼 세운 인가되지 않은 신학교에서 지나치게 많은 목회자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교회가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턴 기독교 인구가 줄기 시작했는데, 목회자는 엄청나게 배출되니 공급 과잉 상태가 된 겁니다. 예전에는 신학교만 나와도 거의 다 목사를 했는데 요즘에는 신학대학원을 나오고도 목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관심을 해외로 돌리게 된 거라고 볼 수 있죠.”
 
  7년마다 열리는 WCC 총회는 110개국에서 5000명 이상이 참가해 ‘기독교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통상적인 대형 행사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데다 5억6000만 기독교인을 대표하는 행사라 전 세계적으로 유치경쟁이 뜨겁다.
 
  이런 WCC 10차 총회가 오는 2013년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아시아에서는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3차 총회 이후 52년 만이다. 총회에서는 2주에 걸쳐 기독교계의 시대적 과제와 신학의 방향을 논의하고 확정하는데, 국제 사회의 기독교 흐름을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는 분석이다.
 
 
  全 세계 기독교인 대표하는 WCC와 WEA, 한국이 주도
 
  WCC에는 로마 가톨릭을 제외하고 정교회, 성공회, 감리회, 장로회 등 전 세계 110개국 249개 교회와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감리회, 대한성공회 등 4개 교단이 회원이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역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WCC와 함께 기독교계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WEA다. 그런데 2008년 WEA 총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金相福(김상복) 목사(할렐루야 교회)가 회장으로 선출됐다.
 
  WEA 회장은 대륙별 대표와 직능 및 성명 대표 등 12인으로 구성된 국제이사회 구성원 중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투표로 선출한다. 회장은 세계회의 의장직을 맡아 사회를 보고 WEA를 대표해 대륙별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동역한다. 201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WEA와 로잔위원회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복음화대회를 이끈다.
 
  한국은 非(비)유럽권 최초로 WCC 총회를 유치했고 WEA 회장을 배출해, 오늘날 세계 교회의 아젠다와 이슈까지 주도하는 선교 强國(강국)으로 거듭날 태세다.
 
  한국 교회는 오는 2030년까지 해외에 선교 精兵(정병) 10만명을 파송한다는 ‘타깃 2030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100만명의 自備糧(자비량) 선교사(직업을 가진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을 골자로 한국기독교총연맹과 KWMA가 공동 추진하는 ‘MT2020 운동’도 벌이고 있다.
 
  성경번역선교회(GBT) 丁敏永(정민영) 선교사가 사역하는 국제단체는 위클리프 바이블 트랜스레이트(Wycliffe Bible Translate)로 전 세계 48개 회원 단체가 속해 있는 곳이다. 14세기에 최초로 영국에서 성경을 번역한 존 위클리프의 이름을 땄다. 성경 번역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6500여 명이다. GBT의 ‘비전 2025’는 2025년까지 성경을 모든 종족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정 선교사의 설명에 의하면 전 세계 7000여 개의 언어 중 성경을 가진 언어는 2300여 개, 성경이 한 줄도 없는 종족 언어도 23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 기독교가 강성해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 기독교가 튼튼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구한말 정부가 기독교를 환영하지 않았음에도 핍박받으면서 포교했던 것이 열매를 맺은 측면도 있고요. 복음을 받은 다음 일제 침탈기로 들어가 기독교인이 되려면 당시에 목숨을 걸어야 했죠. 그 이후가 태평성대였다면 큰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사람들이 복음을 지키려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숙으로
 
  ―초기의 치열했던 한국 기독교와 비교할 때 요즘은 어떻다고 보나요.
 
  “지금은 비만증과 같은 상태입니다. 교회도 선교도 몸집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못 먹던 시절에는 많이 먹고 살찌는 게 좋은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 건강이 더 중요하잖아요. 그런 깨달음이 선교 운동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선교사는 “본격적인 선교운동이 시작된 지난 30년을 ‘한국 선교 운동의 제1기’로, 아프간 사태 이후부터를 ‘선교 운동의 제2기’로 본다”고 말했다.
 
  “제1기가 量的(양적) 팽창기였다면 제2기는 質的(질적)인 성숙기입니다. 목적이 옳다면 방법도 옳아야 하거든요. 최근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면서 낙관적인 소망을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어요. 먼 길을 가야 하는데 옳은 방향으로 막 출발한 거라 눈에 보이진 않겠지만, 점차 질적인 향상이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 한국의 선교사 해외파송 현황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2008년 9월 1일부터 4개월간 국내 기독교 교단 및 선교단체 412곳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시행했다. 이 중 응답한 275곳(교단 58개, 선교단체 217개)의 자료를 수집, 분석해 한국 선교사 파송현황을 발표했다. 275개 단체 중 50개(18%) 단체는 파송이 없었고, 100개 단체(36%)는 20명 이하를 파송했다. 100명 이상 파송한 단체는 40개(15%, 교단 16개, 선교단체 24개)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선교사 파송은 증가 추세다. 아시아에는 32개국에 1만1529명(56%)의 선교사가 파송됐다. 특히 동북아(5353명)와 동남아(3377명)에 집중돼 있다. 유럽 43개국 1988명, 아프리카 59개국 1907명, 아메리카 지역에는 23개국 3124명, 오세아니아 남태평양지역에는 11개국 713명이 파송돼 있다.
 


  파송 목적은 ‘교회개척 사역’이 압도적으로 많다. 6589명(53%)이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선교지로 나갔고, 그들이 세운 개척교회는 3만4397개에 이른다. 선교사 중 1만9059명이 3년 이상 장기 사역을 하고 있으며, 6개월에서 3년 이하의 단기 선교사는 1444명이다.
 
  131개 KWMA 회원 선교단체와 KWMA 산하, 협력단체를 포함한 217개 선교단체가 파송한 선교사는 1만1780명(57%)이었다. 10대 선교단체에서 파송한 선교사(5652명)가 차지하는 비율은 선교단체 전체 선교사의 48%, 전체 선교사의 28%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