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앤드루 새먼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
북한의 거짓말이라면 나도 몸소 경험한 바가 있다. 2005년 평양에 갔을 때 나는 전쟁박물관 큐레이터에게 "당신이 보기에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어떤 전투냐"고 물었다. 그녀는 소형 북한 어뢰정 몇 척이 거대한 미군 순양함 볼티모어 함을 격침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상 깊은 얘기였다.
북한에서 돌아온 뒤 나는 이 이야기가 과연 사실인지 체크했다. 도무지 기록이 없었다. 미국 국방부 공보실에 문의했더니 '볼티모어함은 건재하다'는 답이 왔다. 이 배는 격침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에 파견된 적조차 없었다. 다른 미국 순양함 중에서도 한국에서 격침된 배는 없다. '볼티모어함 격침 사건'은 북한에서 유명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아예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평양에서 내가 체험한 북한의 거짓말은 이뿐 아니다. 안내인 중 한 명은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을 지휘한 북한군 장교의 손녀였다. 그녀는 할아버지를 자랑스러워했지만,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몰랐다. 그녀는 "(판문점 사건으로) 누구 다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어찌 됐건 북한의 세균전 주장을 다룬 기사를 보면서 그렇다면 북한이 6·25 60주년에 맞춰 오래전에 용도 폐기된 주장들을 다시 한 번 들고 나오려는 것이 아닌가 궁금해진다. 미군이 벌레 폭탄을 투하했다거나 6·25는 북침이었다는 주장 말이다.
평양이 계획하는 게 바로 그런 거라면, 평양 지도부는 홍보 전문가들의 충고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의 해외 홍보는 한심스러울 만큼 서툴렀다. 한국이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고 설명한 직후 북한 대사도 유엔 안보리에 나갔다. 그는 한국 정부와 다국적 조사단이 제시한 주요 증거를 하나도 논박하지 않았다. 그 대신 '유엔의 조치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질문도 받지 않았다.
나는 약간의 동정심마저 느꼈다. 북한 대사는 북한 군부에 매인 몸이다. 짐작건대 북한 군부는 안보리 설명에 앞서 북한 대사에게 한국 주장을 반박할 만한 정보를 브리핑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약 6·25 60주년에 맞춰 북한이 또다시 거짓 선동을 시작한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나는 권하고 싶다. 북한은 자신들이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수없이 보여줬다. 지금 북한을 통치하는 정권은 60년 전 전쟁을 일으켰던 바로 그 정권이다. 북한은 단순히 발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회경제적 지표에서 퇴보해왔다. 반면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자, 민주주의를 성취했고, 활력에 찬 개방사회를 지향해왔다. 세계인들 귀에, 어느 쪽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리겠는가.
영국의 6·25 참전용사들은 내게 "한국의 발전상을 보니, 내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수없이 털어놓았다. 중공군과 북한군 참전군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