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삶은 고단하다. 저축은커녕 당장 먹을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암시장을 전전해야 한다. 학생들이 점심을 싸올 형편이 안돼 학교는 단축수업을 한다. 지난해 11월 경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단행한 화폐개혁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주민들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일 화폐개혁 이후 생계를 위해 북한을 탈출했거나 잠시 떠난 주민들의 사연을 통해 북한의 곤궁한 생활상을 전했다. 이들은 교사, 건설노동자 같은 사람부터 밀매상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졌지만, 단 한 가지의 같은 이유, 바로 생계를 위해 북한을 떠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30년간 청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한 51세 탈북여성은 지난 2004년 교사를 그만두고 국수 장사로 나섰다. 2004년 당시 북한의 각 학교는 오전반만 운영하는 단축수업을 시행했다. 점심을 싸올 수 있는 학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반 학생 50명 중 최소 15명은 1교시가 끝나면 배고픔을 참지 못해 조퇴했다.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은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여성은 국수장사부터 시작해 한국 드라마 DVD 암거래까지 온갖 일에 손댔지만 결국 300달러(약 38만원)의 빚만 남았다. 끝내 20대 중반인 아들과 딸을 남겨둔 채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했다.
청진의 한 건설업체에서 근무하던 45세 남성은 화폐개혁으로 삶이 망가졌다. 화폐개혁으로 그간 저축한 돈 1560달러(약 197만원)의 가치가 30달러(약 3만8000원)로 깎일 판이었다. 그는 저축한 돈을 모두 들고 암시장으로 달려가 쌀과 돼지머리, 두부 등 식료품을 샀다. 예전 같았으면 20달러면 충분했을 물품들을 860달러나 주고 샀다. 그래도 물건이 모자랐다. 그는 “전쟁통 같았다”고 당시 시장 풍경을 떠올렸다.
그의 딸은 “내가 이 바지를 평생 입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며 위로했다. 그는 딸에게 결혼 선물로 도마를 사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딸에게 도마를 사줄 월급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청진에서는 금속 제련소 같은 대형업체조차 2007년부터 직원 월급을 체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은 급여 대신 매달 10일치에 해당하는 음식을 배급받는다. 이 남성 역시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중국으로 건너왔다고 이 신문에 털어놓았다.
이 탈북자들은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점점 더 체제에 대한 불만을 대담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62세의 한 여성 밀매상은 중국으로 건너오기 직전에 노동당 간부와 결혼해 평양에서 사는 여동생을 방문했다. 여동생이 이 여성에게 “인민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따르는 건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45세의 건설 노동자도 “요즘 시장에 가보면 사람들이 대낮에도 ‘정부가 도둑’이라고 대담하게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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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 "김정일 따르는 건 사랑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
입력 : 2010.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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