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도한 다국적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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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엽록체의 구조를 모방해 그 기능까지 빼닮은 고능성 태양전지가 개발됐다. 한국인 과학자들이 주도한 한국·미국·일본·브라질 다국적 공동 연구팀에 의해서다. 주 저자는 미 MIT대학 포스닥(박사 후) 과정에 있는 한재희 박사다. 경원대 에너지생명공학부 김우재 교수도 핵심 역할을 했다. 연구 성과는 영국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스 12일자에 발표됐다.
태양전지에 태양광이 쏟아진다고 다 흡수되는 건 아니다. 상당 부분은 표면에서 반사된다. 나머지는 다 태양전지 속으로 들어가느냐면 그렇지 못하다. 일부는 전기를 만들지 못하고 사라진다. 가장 효율이 좋은 실리콘 태양전지도 20~30%의 빛만 흡수해 전기를 만든다. 태양광 효율이 낮다고 하는 연유다. 그런데 ‘엽록체 태양전지’의 태양광 흡수율은 최대 93%에 달한다고 한다. ‘꿈의 기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리는 이렇다. 엽록체 안에 들어 있는 엽록소·카로티노이드·보조색소 등이 각각 다른 색의 빛을 흡수함으로써 태양광을 좀더 많이 흡수한다는 데 착안했다. 태양전지도 이런 원리로 여러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엽록체 안의 각종 색소에 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료로, 연구팀은 고성능 신소재인 탄소나노튜브를 사용했다.
탄소나노튜브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으며, 그물망 같은 모양을 원통형으로 말아 놓은 구조다. 빛을 흡수하면 전기를 생산하는 반도체에 비유할 수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기능과 비슷하다.
김우재 교수는 “태양전지의 크기를 기존 제품보다 100분의 1만큼 작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태양에너지 집적도를 1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기술은 이르면 5년 뒤께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면 태양전지 분야에 혁신이 일어나게 된다. 태양전지가 더 소형화돼 각종 휴대용 전자기기에 고성능 태양전지를 붙일 수 있게 된다.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런 고효율 태양전지 설계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탄소나노튜브의 값을 더 낮추는 것이 관건인데 이미 해마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몇 년 뒤에는 실리콘보다 더 싸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태양전지의 상용화가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