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의 性칼럼
체중이나 근육, 혈구 수, 아미노산 등 인간의 강도를 표시하는 지표를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단연 힘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임상병리검사를 전공하는 학자는 여성에게 질긴 생명력이 있다는 주장을 간혹 한다.남자는 모태에서 새 생명을 시작할 때 이미 나약함을 드러낸다. 실제로 수태 시 남녀 비율이 115대 100이었던 것이 출생 시에는 105대 100으로 떨어지고, 다시 사춘기에는 100대 100으로 조정돼 성비가 평형을 유지한다. 유전병도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많다. 혈우병이나 근위축증, 선천성 심장기형이나 대동맥 협착 같은 질병은 모두 남성이 많이 걸린다. 남녀 간 생명력의 차이는 유전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녀는 성염색체의 조합으로 결정된다.
X와 Y가 서로 엮이면 남자, X와 X가 조합되면 여성이 된다. 세포의 핵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풍만한 X염색체에 대해서 Y염색체는 매우 빈약한 모습을 하고 있다. Y염색체는 X가 가진 DNA 중량의 78% 수준으로 가볍고 그 때문에 세포의 핵도 남성 쪽 사이즈가 작다. 최근에는 Y염색체에 수명을 연장하는 유전자가 들어있다는 학설도 제기되고 있다. 여자는 유전자 조합이 일어날 때 이미 장생의 혜택을 보장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여성이 장생하는 이유는 여성호르몬이라고 주장하는 학설이 우세하다. 여성 특유의 질병인 동맥경화와 골다공증은 갱년기 이후 급증하는 질병이다. 이 또한 여성호르몬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질환이다. 이런 질병을 가진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니 병이 감소했다는 임상연구 보고가 있다. 여성호르몬에 혈관이나 뼈를 활동하게 만들고 젊게 만드는 성장호르몬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호르몬이 노화방지, 불로장생의 약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가 늘고 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사실로 드러났다. 수놈과 암놈 양측에서 실시한 실험에서 거세한 쥐보다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쥐가 장생했다는 동물실험 보고서가 있다.
196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는 여성호르몬과 관련된 실험이 있었다. 여기서는 여성호르몬이 효력을 발휘하는 유효기간이 4~5년뿐이지만 혈관이 젊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런데 장기간 여성호르몬을 복용한 그룹에서 자궁암이나 유방암이 증가한다는 달갑지 않은 사실도 나타났다.
최근 제약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시 여성호르몬과 노화방지를 연결지으려는 징조가 보인다. 자궁암에 걸리는 것은 여성호르몬 특히 난포호르몬이 자궁에 작용하기 때문인데, 최근 합성기술이 진보하면서 자궁에는 작용하지 않고 혈관에만 작용하는 여성호르몬 개발에 성공했다. 실제 실험에서도 혈관 나이가 최소 7~8년 정도 젊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유럽의 한 연구그룹이 갱년기 여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한 실험에서 이를 투여하지 않은 실험군과 자궁암과 유방암의 발생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
심지어 일반 암의 발생률은 수십 분의 1로 낮아졌다. 여성호르몬이 인류 생존에 획기적인 약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