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사라지는 꿀벌

거듭난 삶 2009. 4. 2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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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꿀벌, 우리 생존 위협?

한국일보 | 2009-03-30 11:45:00

■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 로완 제이콥스 지음, 에코리브르 펴냄
군집 붕괴현상따른 '꽃가루 받이' 소멸로
양봉업이어 농업 전반으로 피해 확산 우려
질병 원인 규명 못하는 인간의 무력감 그려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언뜻 이 말을 들으면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사실 꿀이라는 맛난 식품을 제공하는 꿀벌이 감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가 꿀을 앞으로도 계속 먹을 수 있는가 하는 소박한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과일과 작물들에게 화분매개(꽃가루 받이)를 해온 무보수 노동자들이 소멸한다는 사실 자체에 그 절박함이 있다.

음식과 환경의 연결고리를 탐구하는 저자는 꿀벌의 질병으로 알려진 '군집 붕괴 현상(Collony Collapse Disorder; CCD)'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CCD는 2006년 미국의 양봉가들이 처음 발견해, 2007년 원인 모를 꿀벌의 질병으로 미국에서 맹위를 떨쳤다. 뒤이어 유럽 등지에서도 같은 증상의 질병이 확인돼 '꿀벌실종(Bee lose)'으로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의 꿀벌 실종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지난해 CCD로 총 보유 꿀벌의 수가 240만군 수준으로 감소됐는데, 같은 해 한국의 군집수가 200만군 이상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토지면적이 우리보다 50배나 큰 미국에 닥친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마치 공기나 물과 같이 언제나 자연적으로 공급될 것 같은 꿀벌에 의한 화분매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꿀벌 외에는 화분매개를 대신 해 줄 마땅한 대체 생물이 없는 상황에서 CCD는 양봉업만이 문제가 아닌 화분매개를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작물, 즉 농업 전반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게 됐으며, 현재도 그 피해를 키워가고 있다.

농업 전반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자 가장 큰 피해국인 미국은 미농무성(USDA)을 필두로 질병의 원인체 규명에 돌입하였으며, 곤충학자ㆍ세균학자ㆍ화학자ㆍ물리학자 등 전문가를 동원해 원인체 발견과 해결책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연구 결과로 전자파, 환경오염물질, 살충제 등 농약, IAPV(Israelli acute paralysis virus; 이스라엘 급성 마비병 바이러스) 등 변형 바이러스 들이 유력한 원인체로 제시됐으나, 정확한 CCD의 원인체는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꿀벌과 환경 전반에 걸친 풍부한 배경 지식과 뛰어난 필치로 양봉가들에 의해 CCD가 인식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서술하고, 재앙처럼 다가오는 새로운 질병에 원인도 모르고 대처 방법도 모르는 인간의 무력감을 무게 있게 다루고 있다. 또 많은 전문가들이 새로 출연한 질병을 제어하는 시발점이 되는 원인체 규명에 매진하는 과정과 연구결과를 정확한 근거를 들어 제시한다. 저자는 집중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결론을 보여주지 못하는 전문가 집단의 무능함을 양봉 현장과 건강한 자연환경의 목소리로 질타한다.

저자는 더 나아가 환경 저널리스트로서 거시 생태계의 흐름에 입각해 CCD가 꿀벌의 귀소 본능의 상실, 즉 방향 감각, 기억의 상실인 점을 주목한다. 또 살충제 등 폭 넓은 화학적 환경오염에 의한 스트레스, 거대 단일 작물재배에 의한 단순성 스트레스, 그리고 각종 꿀벌 병원체를 제어하기 위하여 끊임 없이 투여되는 약제들에 의한 스트레스 등을 그 원인으로 추론한다.

CCD의 연구에 큰 관심을 둔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에서 많을 것을 배웠음을 고백하고, 작가의 뛰어난 직관적 추론에 경의를 표한다. 이 저서가 꿀벌 뿐 아니라 건강한 자연환경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자연의 생태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병수 경기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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