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참새 소리가 달라져

거듭난 삶 2009. 5. 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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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참새 노랫소리, 30년 전과 딴판?… 저음에 속도까지 느려져

  • 조선일보

미(美)연구진 "서식환경 달라진 탓"

참새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면 참새가 귀해진 게 아니라 참새 소리가 달라져 눈치를 못 채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식 환경이 바뀌면서 불과 30년 만에 참새 노랫소리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주에는 35년 전 개간됐다가 지금은 숲으로 바뀐 곳들이 있다. 시카고대의 엘리자베스 데리베리(Derryberry) 박사는 1970년대 해당 지역에서 녹음한 흰정수리북미참새(white-crowned sparrow)의 노랫소리를 지금 살고 있는 참새의 노래와 비교했다. 그 결과 지금 참새는 과거에 비해 노랫소리의 음이 낮고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물리학으로 설명된다. 숲이 우거지면 높고 빠른 노랫소리는 잎에 반사되기 쉽다. 하지만 낮고 느린 노래는 주파수가 길어 숲을 뚫고 멀리까지 전달될 수 있다. 어린 참새들은 이런 노랫소리를 선택해 배우게 되고 결국 대를 이어가면서 노랫소리가 점점 낮고 느려졌다는 말이다.

흰정수리북미참새(white-crowned sparrow)
데리베리 박사는 해당 지역의 항공사진도 분석했다. 노랫소리가 바뀐 곳은 30여 년 만에 개활지에서 완전히 숲으로 바뀌었지만, 참새 노랫소리가 예전과 같은 곳은 과거 모습 그대로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0일 '미국 자연사학자(American Naturalist)'지 7월호에 발표했다.

기후도 노랫소리에 영향을 준다. 코넬대의 카를로스 보테로(Botero) 박사는 겨울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거나 여름이 뜨거워질수록 흉내지빠귀(mockingbird)의 노랫소리가 더욱 정교해진다고 21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지에 발표했다.

수컷은 암컷을 부르거나 다른 수컷을 물리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보통 어릴 때 들은 어른 새의 노래를 흉내 내지만 일부는 자신만의 노래를 창작하기도 한다. 노랫소리가 수컷의 두뇌 능력을 반영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이 좋을 때는 어지간한 수컷이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후가 돌변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는 암컷으로선 최고의 노랫소리를 가진 수컷을 골라야 자신과 후손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 수컷으로선 창작에 목숨을 걸어야 짝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