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 품질 제쳤다…격이 달라진 현대·기아차
[중앙일보]
입력 2016.06.24 00: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기아차는 당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레몬’(Lemon·싸구려를 의미하는 속어)으로 불렸다. 값이 싸지만 품질도 그저그렇다는 의미에서였다.
미국 JD파워 33개 브랜드 조사
기아차, 포르셰 제치고 1위 차지
현대차는 8점 차이로 3위에 올라
그랬던 현대·기아차가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 wer)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 신차품질조사(IQS)’에서 평가 대상인 33개 전체브랜드 가운데 기아차가 1위(83점), 현대차가 3위(92점)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만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16년 전인 지난 2000년엔 현대차가 전체브랜드 중 34위, 기아차가 37위에 불과했었다.
또 현대·기아차의 11개 차종이 각 차급별 평가에서 수상하는 등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제이디파워 평가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자동차 관련 품질 평가로 통한다. 때문에 조사결과는 미국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기준으로 적극 활용할뿐만 아니라 업체별 품질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이번 신차품질조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를 구입한 이들을 대상으로 구입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233개 항목에 대한 품질 만족도를 조사해 판매 자동차 100대당 불만 건수로 나타낸 결과를 토대로 한다. 조사결과 기아차는 올해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온 포르셰를 제쳤다. 현대차도 지난해보다 순위가 1계단 상승했다.
이번 조사에서 현대·기아차는 독일 대표 브랜드인 벤츠, BMW, 아우디 등은 물론 렉서스(일본)·인피니티(일본)·캐딜락(미국) 등 유수의 고급브랜드를 모두 제쳤다.
전체 브랜드 가치는 물론 각 차급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현대차 엑센트와 그랜저(현지명 아제라)는 각각 소형과 대형 차급에서, 기아차 쏘울과 스포티지(구형)은 각각 소형 다목적 차급과 소형SUV 차급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2년 연속으로 4개 차종이 ‘최우수 품질상(Segment Winner)’을 수상한 것이다.
또 현대차의 제네시스(DH)와 투싼, 기아차의 프라이드(현지명 리오)와 K3 등 총 7개 차종이 차급 내 2위와 3위에게 주어지는 ‘우수 품질상(Top 2 and 3 Models
per Segment)’을 수상했다.
정몽구 회장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품질보단 가격경쟁력에 치중하던 현대·기아차가 품질 측면에서도 세계 유수의 브랜드를 제치게 된 배경에는 정몽구(78)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경영이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는 고객의 믿음으로 고객의 믿음을 높이는 기본은 바로 품질”이라며 품질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정 회장은 2002년 현대차그룹의 제품 품질 관리를 위해 ‘현대·기아품질총괄본부’를 회장 직속 부서로 만들었다. 품질총괄본부는 세계 200여 개 국에서 발생하는 품질 관련 이슈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며, 하루 24시간 1년 365일 가동된다. 이곳에선 현재 100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근무 중이다.
2014년에는 품질본부와 별도로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생산 차량 전체의 흠결을 다시 점검하는 ‘품질특공대’를 만들어 운영했다.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생산라인에 50~60명의 관련 전문가를 파견, 최종적으로 차량 품질을 살펴보고 점검하는 조직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격 경쟁력 외에는 별 장점이 없던 현대·기아차가 오늘에 이른 배경에는 꾸준한 품질개선 관련 투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JD파워(J.D.Power)
정식 명칭은 J.D.파워앤어소시에이츠(JD Power and
Associates). 1968년 설립돼 객관적 조사와 영향력으로 이름이 높다. 자동차 뿐 아니라 가전제품과 통신, 헬스케어 등 11개 분야에서 매년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 4월 중국계 투자회사인 엑시오 그룹에 매각됐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
[출처: 중앙일보] 벤츠·BMW 품질 제쳤다…격이 달라진 현대·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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