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한반도 바다, 온난화로 아열대化

거듭난 삶 2017. 1. 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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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야, 너 남해까지 올라왔니?

  • 조선일보

  • 기사 인쇄입력 : 2017.01.04 03:01 | 수정 : 2017.01.04 08:10



한반도 바다, 온난화로 아열대化… 200년 전 '자산어보' 새로 써야 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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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새 수온 1.11도 올라
제주 자리돔, 울릉도·독도 등장
남해 멸치, 이젠 서해 대표 어종
명태·청어·준치 보기 힘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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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보던 열대·아열대 물고기 출현
고래상어, 영덕 앞바다 나타나
파란고리문어, 이젠 제주가 ''
필리핀·대만 어종 北上 이어져

작년 3월 제주 동북쪽 해역에서 고등어잡이 배 40여척이 내린 그물에 참다랑어가 1만마리 넘게 잡혔다. 어민들은 깜짝 놀랐다. 과거 제주 인근에서 구경하기 어렵던 어종이 떼로 잡혔기 때문이다. 참다랑어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온열대 해역에서 주로 사는 난류성 물고기다. 전문가들은 남해안 수온(水溫) 상승으로 동중국해에서 올라오는 참다랑어 떼가 우리 해역까지 올라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잡히는 물고기 종류가 바뀌고 있다.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어종 지도'가 변하는 것이다. 제주도 대표 어종인 자리돔과 옥돔은 이제 울릉도 인근에서도 잡히고 있다.

200년 전 '자산어보'에 나온 어종 일부는 자취 감춰


오징어는 주로 동해에서 잡히는 난류성 어종이다. 따뜻한 물을 좋아해 주로 8~10월에 동해에서 잡힌다. 이 시기 동해는 난류인 쿠로시오 해류가 지나가고, 수심이 깊어 수온이 덜 내려가기 때문에 표층(수면 0~5m 아래) 수온이 서해보다 높다. 오징어 어장이 서해가 아닌 동해에 주로 형성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서해에서도 8월 즈음에 오징어가 잡힌다. 서해 수온이 오르자 오징어가 남쪽에서 올라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해역 표층수온 변화 외

동해와 남해에서 주로 잡히던 대구(大口)도 이젠 보령 앞바다 등 서해에서 어민들이 잡는다. 대구는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어획량의 1% 정도만 서해에서 잡혔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엔 어획량의 최소 30%가 충남 앞바다에서 잡힌다. 남해안 대표 어종 멸치도 이제 동해와 서해에서 잡힌다. 멸치는 1980년대만 해도 서해에서 갈치·꽃게 등보다도 어획량이 적었다. 하지만 2010년대엔 서해에서 어획량이 가장 많은 어종이 됐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쓴 어류학서 '자산어보'에서 소개된 어종 중 명태·청어·준치 등 일부는 더 이상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민 대표 생선인 명태는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남획도 원인이지만 전문가들은 동해 수온 상승으로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좀 더 북쪽으로 올라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흑산도 근해에서 잡히던 한류성 어종인 청어와 준치도 거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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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늘어가는 열대·아열대 물고기


아열대 물고기의 출현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10월에는 경북 영덕 앞바다에서 대표적 아열대 어종인 고래상어가 발견됐다. 대형 해파리, 초대형 노랑가오리, 흑새치 등도 동해에서 꾸준히 목격된다. 전국 각지 수협 위판장엔 노랑가오리, 어름돔, 개복치, 날새기, 파랑비늘돔, 꼬리줄나비고기 등 아열대 물고기들이 발견된다.

노랑거북복, 청줄돔 같은 아열대 어종과 '파란고리문어' 등은 아예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서 지난해 제주 인근 해역에 출현한 어류 총 76종 중 절반에 가까운 31종이 아열대성이었다. 고준철 수산과학원 연구사는 "필리핀·대만 등에서 살던 아열대성 어종의 비중이 제주 해역에서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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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종 지도가 바뀌는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 온도 상승이다. 1968년부터 2015년까지 48년간 한반도 인근 표층 수온은 1.11도 올라갔다. 이 기간 전 세계 바다의 표층 수온은 그 절반이 안 되는 0.43도만 올랐다. 특히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남해보다 동해와 서해의 수온이 더 올라갔다. 이 기간 남해는 0.91도 올랐지만 동해는 1.39, 서해는 1.2도 올랐다. 이지훈 전남대 해양기술학부 교수는 "원인은 좀 더 분석해봐야겠지만 우리 바다가 아열대화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수온 상승과 함께 남획, 간척 사업 등이 어류 서식지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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