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빈집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거듭난 삶 2017. 1.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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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집이 남아돈다"

  • 이석우 기자

  • 조선일보

    입력 : 2017.01.18 04:22

     

    조선일보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땅집고(realty.chosun.com)는 우리나라 국토와 토지 조사 공기업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발간한 인구·주택전망 보고서인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를 입수해 독점 공개한다. 이 보고서는 사회·경영분야 미래예측시스템인 ‘시스템 다이내믹스’를 이용해 2050년까지 우리나라의 인구와 가구, 사회 주택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것이다.

    [2050
    코리아 대예측] ③“2050년 집이 남아돈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1/17/2017011702566_0.jpg경북 김천시 감천면의 빈집.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에도 빈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충북 충주시의 △△면에는 20여 가구가 모여산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이 마을에는 골칫거리가 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4~5채 있는데 5년 넘게 버려져 있다. 빈집의 문짝은 떨어져 나가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흉가(凶家)가 따로 없다. 마을 주민은 “노인들이 돌아가신 뒤 자식들이 물려받았지만 팔리지도 않고 집을 철거하려니 돈이 들어 버려둔 바람에 마을 전체 분위기가 흉측하다”고 입을 모은다.

    빈집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인구·주택시장이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2015 11월 기준 서울의 빈집은 7 9049가구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1069000가구가 빈집이다.

    건국 이래 대한민국은 사람 살 집이 늘 모자라 걱정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집이 남아돌아 걱정하는 시대가 다가온다. 국토정보공사(LX)가 시스템 다이내믹스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주택 보급률은 2050년이 되면 1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여년 전인 1995년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은 86% 수준이었고 2010 101%에 달했다. 2030년이면 115%에 이르게 된다.

    지역별로는 광주광역시가 가장 심각하다. LX의 예측에 따르면 광주의 주택보급률은 2050 188.2%에 달할 전망이다. 산술적으로만 보자면 2채당 1채가 사람이 살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구(177.8%)와 울산(177.3%) 2곳이 심각한 주택 과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1/17/2017011702566_1.jpg

  • 지역별 주택보급률


    LX는 해마다 짓는 주택 수가 전년도에 비해 2%씩 줄고, 각종 정비 사업 등으로 주택이 사라지는 주택 멸실률이 매년 0.7%씩 늘어난다는 전제 아래 이 같은 예상치를 계산했다. 주택 공급량이 해마다 줄고 철거하는 주택이 늘어나더라도 인구 감소 속도가 훨씬 빠르다보니 주택보급률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이다.

    주택보급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당장 ‘집값 폭락’ 시대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보급률이 올라도 경제 수준이 개선되면 ‘새 집’ ‘좋은 집’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자 단위인 ‘가구’의 수도 당분간 늘어난다.

    LX
    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을 전후해 감소세로 바뀌지만, 1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로 가구 수는 2010 1774만 가구에서 2040 2312만 가구까지 증가한다. 인구는 줄어도 가구 수가 늘어나는 것은 ‘집값 상승론’의 기본적인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초·중학생들이 주택 구입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2040년쯤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2040년이면 인구뿐 아니라 가구 수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2050년에는 가구 수가 2208만 가구까지 줄어든다.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1/17/2017011702566_2.jpg

  • 불판이 놓인 테이블 앞에 혼자 앉아 고기를 구우며 맥주를 마시는 '혼밥족'.


    그 사이 가구원 수도 줄어든다. 현재 3~4인 가족 중심의 가구가 점점 줄어 2030 2.3인까지 감소하고 2050년에는 2.1인까지 감소한다. 2050년이 되면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한국의 대표적 가구 형태가 된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 가구는 2010 115만 가구에서 2050년이 되면 429만 가구로 3배 이상 증가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10~20년간은 여전히 주택이 유망한 투자 상품이겠지만, 그 이후에는 투자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며 “인구와 가구 수 감소, 1인 가구 증가는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산업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