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이 시장에서 한 획을 긋고 싶습니다

거듭난 삶 2016. 10. 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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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으로 60억 번 28살 청년, 그 비결은?

  • jobsN 이지예 인턴

  • 조선일보

입력 : 2016.10.21 09:22

연세대 재학 중 태양열 압축 쓰레기통 고안
미국, 유럽 21개국 인기
2016
년 상반기 매출 60억 이상


쓰레기 수거와 쓰레기통 관리. 대부분의 사람이 꺼리는 일을 간편하게 만든 청년이 있다. '이큐브 랩' 대표 권순범(28) . 연세대 재학시절 고안한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 '클린큐브'로 올해 60억원 이상 수주를 달성했다. 권씨를 만나 성공비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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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큐브랩 대표 권순범씨 / 권순범씨 제공


◇ 넘치는 홍대앞 쓰레기통,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2010년 대학 3학년 시절 친구와 홍대 거리를 걷다 넘치는 쓰레기통을 보게 됐다. 익숙한 광경이지만, 그날따라 눈에 밟혔다. '쓰레기 부피를 압축해 주는 장치가 있다면 저 정도로 넘치지 않을 텐데.' 함께 걷던 친구 4명과 해결해보기로 했다.
 
-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문제를 짚었네요
.
친구들과 쓰레기통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같이 있던 친구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아 함께 도전해 보기로 했어요
.
 
-
어떻게 진행했나요
?
처음엔 막막했죠. 욕심은 있는데, 다들 학부생이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어요. 고민하다 나름대로 도안을 만들어 청계천 공구상가를 찾아 다녔습니다. 하나 하나 들러 그대로 만들어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황당해 하셨어요. 도면이 구체적이지 않았고, 터무니없이 작은 예산으로 들이밀었거든요
.
 
-
구체화 작업이 필요했겠어요
.
현장을 경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을 도와드리며 쓰레기수거의 업무 강도와 불편한 점을 몸소 느껴 본거죠.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쓰레기 수거를 보며 개선해야 할 점을 많이 발견했어요.

초기 아이디어에 현장 감각을 더해 쓰레기를 자동 압축하는 쓰레기통 '클린큐브'를 개발했다. 태양광 베터리로 모터를 돌려 정해진 시간마다 쓰레기를 압축시키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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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큐브로 경진대회에서 1위를 한 권순범씨 / 권순범씨 제공


5000만원 상금으로 회사 창업

인생을 걸기로 했다. 당장 자금이 필요했다. 6개월 간 15개 이상 공모전에 참가해 5000만원을 벌었다. 공모전 심사위원과 연이 닿아 개인적인 투자를 받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공모전 경험은요
?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유럽 코리아 비즈니스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어요. 당시 유럽계 회사 대표였던 심사의원분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어요. 많은 도움이 됐죠.

- 투자는 어떻게 이끌어 냈나요?
한 공모전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벤처 캐피탈 대표셨어요. 저희 제품을 좋게 봐주시고 공감도 많이 해주셨죠. 그분께 투자를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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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고려대, 홍익대 등 서울지역 대학교에 배치된 클린큐브 / 권순범씨 제공


2011년 상금 5000만원으로 이큐브랩을 설립했다. 이듬해 시제품이 나왔다. 한화케미칼과 1억 원 계약을 맺어 제품 60개를 연세대, 홍익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 깔았다.
 
한화케미칼 계약은 어떻게 했나요
?
당시 한화케미칼이 태양광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대학생들에게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서를 보냈어요. 한화케미칼 로고를 붙인 클린큐브를 대학가에 까는 겁니다. 며칠 뒤 연락이 왔어요. 본사에서 PT를 했어요. 그 자리에서 1억원 구매가 결정됐고, 60개 대학에 공급했어요.

클린큐브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4년 사물인터넷기술 IOT를 통해 원격으로 쓰레기 양을 측정, 수거 시점을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후 어떤 계약을 체결했나요
?
서울시 각 구청에 공급했구요. 제주도와 대구시에도 설치했어요. 국내에 신기술이 들어간 쓰레기통을 개발한 회사는 저희 밖에 없어 유리한 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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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큐브 랩 직원들 / 권순범씨 제공


  21개국에 수출 계약

쓰레기처리 산업이 민영화돼 있는 외국에서 관심이 많다. 현재 미국과 유럽 21개국에 수출 중이다. 이큐브랩의 올해 국내외 수주 물량은 60억원을 넘어섰다.
 
-
외국 공략 비결이 있나요
?
수출국을 정할 때 세운 기준이 있어요. 첫째 인건비, 둘째 기름값, 셋째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었어요. 인건비와 기름값이 비싸고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나라를 찾은거죠. 주로 유럽이었어요. 예측대로 이곳에서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니즈를 잘 파악한 결과라 생각해요.

- 기업이 성장하기에 쓰레기처리 시장은 규모가 너무 작지 않나요?
메이저한 시장이 아니죠. 하지만 그래서 경쟁 압박이 낮은 이점이 있어요. 섹시하지 않은 사업일수록 개별 기업은 섹시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거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꼭 잡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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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범씨 / 권순범씨 제공


550조 시장에 한 획 긋겠다

- 원래 다른 일을 꿈꾸진 않았나요?
컨설팅을 하고 싶었어요. 맥킨지와 베인에서 인턴도 했었죠. 그런데 아쉬움이 남더라구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언제나 있었던 거에요. 우여한 기회에 클린큐브를 개발하게 됐고 진정한 제 일이 됐어요
.
 
-
대학생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
어릴 때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이 중요해요. 실행력은 경험을 통해 키울 수 있습니다. 저도 치열하게 실천하면서 고민했어요. 몸 사리지 말고, 많이 경험하시면 좋겠어요
.
 
-
앞으로 목표는요
?
계속 쓰레기통만 할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아마 그럴 것 같다’고 답해요. 클린큐브만 붙잡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산업폐기물 등 모든 쓰레기를 처리하는 토탈솔루션을 만들고 싶어요. 쓰레기 처리시장이 작은 것 같아도 전세계로 하면 550조원에 달해요. 이 시장에서 한 획을 긋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