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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의사(醫師)의 시대가 되다.

거듭난 삶 2017. 1. 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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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의사(醫師)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입력 : 2017.01.14 03:05

 

 

두 해 전 이맘때 도쿄 의대병원에 60세 여성 환자가 빈혈 증세로 입원했다. 갖가지 검사 끝에 의사들은 백혈병으로 진단했다. 세부 유형은 비교적 흔한 '골수성'으로 봤다. 그에 맞는 항암제를 썼지만 회복되지 않았다. '골수성'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IBM 인공지능 왓슨(Watson)에 물었다. 왓슨은 수천개의 환자 유전자 특성과 2000만개 논문을 비교 분석하더니, 희귀한 유형의 백혈병이라는 '정답'을 내놨다. 의사들이 2주 걸릴 일을 왓슨은 10분 만에 해결해 환자를 구했다.

 

의사들은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환자 생명이 달린 의료 영역에서는 의사의 진료 경험과 감각이 제일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닥터 왓슨은 미국 유명 암센터 전문의가 진료한 1000명의 환자 기록을 분석해 30%의 환자에서 의사들이 놓친 치료 방법을 찾아냈다. 공장용 기계가 막 개발되던 산업혁명 초기. 굴착기가 등장하자 동네에서 힘깨나 쓰는 남자들이 "땅 파기는 우리가 더 잘한다"며 굴착기와 대결을 벌였다가 초죽음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이 딱 그 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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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의사(醫師)

인간의 24000여개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서비스가 곧 단돈 100달러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익명으로 사이버상에 본인 계정을 만들고, 여기에 유전자 전체 정보, 모든 진료·약물 기록을 띄우고,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서 전송하는 식이·운동·생체지표 데이터가 더해지면 완벽한 나의 의료 분신이 탄생한다. 이른바 '헬스 아바타'. 그 안에서 마음에 드는 인공지능 의사를 골라서 미리 진단과 처방을 받아보는 시대가 온다.

 

인천 길병원에서 최근 두 달간 닥터 왓슨으로 85명의 암환자를 진료했다. 의료진과 왓슨의 처방이 엇갈릴 때 생명이 달린 사안임에도 암환자들 거의 모두 왓슨의 의견을 따랐다. 원로교수의 권위도 맥없이 무너졌다. 인터넷 접속만 되면 왓슨을 쓸 수 있는 클라우딩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기에 머지않은 장래에 진단과 처방 수준이 어느 병원, 어떤 의사에서나 같아질 판이다.

 

인공지능 의사는 환자의 혈색, 얼굴 때깔, 불안 표정, 주머니 사정, 가족 관계, 부양의 문제 등을 모르고 처방한다. 그런데 환자의 병은 환자의 삶에서 결정된다. 이에 세계 유명 의대에서는 의대생에게 공감과 성찰 능력을 키워주려고 소설 읽기를 권한다. 닥터 왓슨이 아무리 똑똑해도 어찌 36.5도 체온을 대체하겠는가. 인공지능이 번성할수록 정성과 마음으로 대하는 따뜻한 의사나 사람이 더 절실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을 다스릴 무기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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