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가다
첫선 보인 82대 중 26대가 전기차 … 클린디젤·하이브리드도 각축
15일(독일 현지시간) 개막한 제63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신차 82대 가운데는 전기차가 26대로 약 30%를 차지했다.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27일까지 프랑크푸르트시 메세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번 모터쇼에는 세계 30개국 753개 업체가 참가했다. 올해 열린 국제 모터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곳에서 처음 선보인 신차들은 10년 이후에 개발될 ‘컨셉트카’보다는 ‘프로토 타입’(시제작차)이 더 많았다. 프로토 타입은 3년 이내에 양산에 들어갈 수 있는 차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폴크스바겐그룹의 마틴 빈터콘 회장은 이날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며 “2013년에는 전기차 수요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1%(약 65만 대)를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던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연비가 좋은 그린카로 재도약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전기차는 모터와 엔진을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카보다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폴크스바겐은 3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인 ‘e-up!’과 친환경 디젤차인 ‘블루모션’ 등을 내놨다.
1.2 TDI 디젤엔진을 단 75마력의 폴로 블루모션은 연비가 좋은 타이어까지 달아 1L로 31㎞를 달릴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7g/㎞로 5인승 승용차 가운데 세계 최저 수준이다. 최고 시속은 173㎞까지 낼 수 있다. 내년부터 유럽에서 시판된다. 1.6L 디젤 엔진을 단 105마력의 골프· 파사트 블루모션의 연비는 각각 27, 23㎞/L로 도요타 하이브리드카와 엇비슷했다. 첨단 디젤의 연비가 하이브리드카에 필적하는 것이다. 이들 차량은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는 대로 한국에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푸조는 세계 첫 디젤 하이브리드카인 컨셉트카 ‘3008 하이브리드4’를 선보였다. 볼보도 한 번 충전으로 2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 C30 쿠페를 내놨다. 도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빅3는 3년 이내에 양산이 가능한 전기차를 출품했다.
현대도 전기차 처음 내놔
도요타는 가솔린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가정에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진화시켰다. 프랑스 르노는 1인승 초소형 전기차를 포함해 넉 대의 전기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포츠카도 눈길을 끌었다. 벤츠는 도어가 새의 날개처럼 열리는 걸윙 모델인 ‘SLS AMG’를 세계 처음으로 공개했다. 1954년 걸윙 도어로 나온 300SL을 계승한 이 스포츠카는 하이테크의 진수를 보여줬다.
최고 571마력을 내는 V8 6208㏄ 엔진과 7단 수동 겸용 변속기를 달고 최고시속 315㎞를 낼 수 있다. 차체에 알루미늄과 경량 소재를 많이 써 앞뒤 무게 배분은 48대52로 맞춰 중량을 준중형차 수준인 1620㎏까지 줄였다.
국산차 업체는 현대·기아차만 참가했다. 현대차는 역대 최대 규모(2082㎡)의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17대를 전시했다. HND-5 컨셉트카와 유럽 전략 경차인 i10을 이용한 전기차 ‘i10 EV’가 첫선을 보였다. 세계 ‘빅10 자동차 업체’ 중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판매가 유일하게 늘어난 현대차의 위상만큼 언론의 관심도 컸다. 소형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HND-5는 도시적인 감각을 반영한 디자인에 실용성을 겸비했다. 1L 터보 엔진과 5㎾ 출력의 전기모터를 단 하이브리드카로 연비가 30.3㎞/L에 달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80g/㎞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선진 업체의 양산형 그린카에 비해 연비와 시판 시기에서 격차가 커 이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기아차도 쏘렌토R을 기본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과 유럽 전략 CUV인 벤가를 처음 선보였다. 또 ‘호랑이 코와 눈의 형상’이라는 기아차의 디자인 요소를 반영한 시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나왔다. 벤가는 넓은 앞유리와 파노라마 선루프로 개방감을 높였고 엔진은 1.4L, 1.6L 가솔린 및 디젤 등 네 가지 사양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