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국회` 풍자극에 출연해 실감 연기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등 학계 원로들이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기념관에 모여 막말과 폭력이 난무하는 정치 현실을 풍자하는 '금배지를 던져라'를 연극 무대에 올렸다.제1막은 의정연설 장면. 가상정당인 애국한당 대표로 출연한 박영식 전 교육부장관이 의정연설자로 나서자 반대정당인 애국민당 의원들이 야유를 퍼붓는다. 애국민당 대표 문화평론가 박회상씨가 연단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애국한당 의원들이 삿대질한다.
제2막 민생현안 토의는 난장판 그 자체였다. 상대 정당에 욕설을 퍼붓던 의원들이 마침내 모형 칼과 도끼, 망치를 들고 살벌한 '칼부림'을 벌인 것. 손봉호 교수와 김학주 서울대 명예교수는 부둥켜안은 채 나뒹굴며 실감 나는 연기를 펼쳤다.
풍자극은 방청석에서 의원들의 칼부림을 지켜보던 아이의 질타로 끝났다. 아이는 "이 도시락이나 드세요"하며 윤봉길 의사처럼 도시락을 던졌고 의원들은 일본군 장교처럼 놀랐다.
이어 개최된 '갈등의 도가니 속에 있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성찰'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은 "'오죽하면 원로들이 이런 단막극을 다 했을까'하는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라며 정치 현실을 개탄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사회는 극단의 소용돌이가 반복돼 갈등이 한없이 쌓여 있다"며 "한국사회에서는 갈등의 해결보다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충고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국회 갈등의 해법으로 정당민주주의의 확립과 공천 개혁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국회의원 개인은 참 멋있는 사람이지만 당론이라는 말만 나오면 야수로 돌변한다"며 "의원이 당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공천제도다"라고 지적했다.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시 더는 국회를 폭력이 지배하는 장소로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의회(Parliament)는 불어로 '말하다(Parler)'에서 비롯된 단어다. 말하는 곳인 국회가 동물처럼 이과 발톱으로, 근육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돼서는 안된다"라고 꾸짖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