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이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노트북 PC업계를 주름잡았다면 올 하반기에는 '울트라신'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노트북 시장은 초저가인 넷북과 중저가인 울트라신,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울트라신 시장을 잡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펼치고 있다.
◇초박형-저전력 구현하면서 최신 사양 탑재=미니 노트북이라 불리는 넷북은 10인치 이하의 화면 크기와 인텔의 아톰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한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울트라신은 인텔의 초저전력(ULV)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10인치 초과의 화면 크기와 1인치 이하의 두께 등의 조건을 갖춘 제품을 일컫는다. 소비전력을 크게 줄여 기존 제품보다 얇고 가벼우면서 배터리도 오래 쓸 수 있다. 인텔의 새로운 노트북용 플랫폼(CPU, 그래픽카드, 칩셋)을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초박형-저전력을 구현하면서 최신 사양을 탑재했다. 가격대는 80만~130만원대로 넷북(50만~70만원)보다 비싼 편이다.
지난 5월 국내 처음으로 울트라신을 내놓은 MSI코리아 관계자는 "당시 130만원대의 가격대로 승부했지만 넷북의 가격 경쟁에 밀려 결국 80만~100만원대로 내놓으니 판매가 늘어났다"면서 "넷북이 저렴해서 그런지 소비자들 사이에 울트라신 가격이 비싸보이는 '반사현상'이 생기며 초창기 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균적으로 노트북의 주기가 3~5년인데 비해 넷북은 그보다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며 울트라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이유로 인해 넷북에서 울트라신으로 갈아타는 현상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제품 있나=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국내 기업의 아성에 소니, MSI, HP, 델코리아 등 해외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각각의 특색있고 차별화된 기능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X시리즈' 2종(X420·X170)은 두께가 2.54㎝이며 가장 얇은 부분이 2.32㎝일 정도로 슬림화한 것이 특징이다. 무게도 각각 1.36㎏, 1.76㎏에 불과하다. 6셀 배터리 기준으로 기존 노트북의 2배인 9시간을 쓸 수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엑스노트 T380 시리즈’는 13.3인치 액정표시장치(LCD), 두께 2.5㎝, 무게 1.89kg으로 얇고 가볍다. 8셀 배터리를 기본 적용해 최대 10.5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삼보컴퓨터의 ‘에버라텍 ES-302’은 얇고 인텔 코어2 솔로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으로 평균 3시간 정도였던 노트북 사용 시간을 약 5시간으로 늘렸다. 넷북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1.4kg 초경량을 실현, 여성들도 무리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해외 기업들의 제품도 만만찮다. '바이오 X 시리즈'(VPCX117LK/N(/B)·VPCX115KK/B)를 전 세계에 사전 공개한 바 있는 소니코리아는 지난달 30일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예약 판매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는 바이오 X 시리즈는 11.1인치 와이드 LCD를 채택하면서도 13.9mm의 초박형 두께에 745g의 초경량 무게를 갖췄다. 기본 탑재된 배터리로 최장 7.5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어 이동성을 강화했다.
MSI코리아는 'X340', 'X600'에 이어 'X400(사진)'을 내놨다. 2.45cm의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슬림형 노트북으로 14인치 노트북에서 가장 가벼운 1.5kg의 무게를 실현한 제품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특히 디자인을 강화해 흰색과 검정색의 기본 색상에 각각 스카이블루와 골드 색상으로 프레임을 강조해 세련함을 더했다. HP 역시 지난달 'HP 씬 앤 라이트 더 뷰티'라는 전략을 발표하고 프리미엄 울트라신 노트북 '엔비'를 국내에 전격 출시했다. 얇고 가벼운 제품들을 중심으로 노트북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HP 파빌리온 dm1', 'HP 파빌리온 dm3' 등 두 제품은 두께가 얇으면서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10시간에 이른다.
이밖에 델코리아 '델 인스피론 11z', 아수스 'UL30A', 도시바 'NB200', 한성컴퓨터 '스파크 SLX160', 후지쯔, 레노버, 에이서 등도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북보다 울트라신을 판매하는 게 수익성이 더 낫다"면서 "초박형 트렌드가 생활 전반에 적용되고 있어 노트북 역시 더 얇아진 울트라신의 인기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설 기자